에어컨 틀 때 '필수템' 떠올랐다…불티나게 팔린 이것

한국소비자원 3개사 5개 에어컨 분석
서큘레이터와 같이 틀면 냉방속도 빨라…소비전력 줄어
에어컨 제습 기능, 제습기 대체 못 해
냉방모드와 제습모드에 따른 전기요금 큰 차이 없어
사진=연합뉴스
올해 초 반려 고양이 두마리와 함께 구축아파트로 이사한 40대 직장인 A씨는 일찌감치 찾아온 무더위에 벌써 누진세 걱정이 태산이다. 그는 "여름철 회사로 출근하더라도 더위를 타는 고양이들을 위해 집에 예약 기능으로 에어컨을 튼다"며 "지난달부터 에어컨을 켜기 시작했는데 한여름엔 누진세가 납량특집만큼 무섭다"고 토로했다.

올해도 역대급 불볕더위가 예고된 가운데 소비자 사이 에어컨 가동으로 불어날 전기요금 걱정이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에어컨을 목적에 맞는 모드로 사용해야 하고, 서큘레이터(공기순환기)와 함께 동시에 가동할 경우 소비전력량도 줄일 수 있다고 조언한다.

"에어컨·서큘레이터 함께 쓰면 소비전력 줄고 냉방 속도 빨라"

사진=연합뉴스
20일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에어컨을 서큘레이터와 동시에 가동한 결과, 에어컨 단독 사용 시보다 냉방속도가 빨라지고, 소비 전력량도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소보원은 삼성전자·LG전자·오텍캐리어 등 3개사 가정용 스탠드에어컨 58.5㎡형(18평) 5개 모델을 시험한 결과, 실내 온도를 35도에서 24도로 냉방하는 데 걸린 시간이 에어컨만 사용할 때(평균 6분 50초)보다 서큘레이터를 함께 틀 경우(평균 6분 24초) 26초 단축됐다고 밝혔다. 이는 냉방 속도 기준으로 약 6.3% 빨라진 셈이라고 설명했다.또한 실내온도를 낮추는 동안 소비전력량도 줄어드는 효과가 발생했다. 같은 상황에서 에어컨만 가동할 때는 소비전력이 0.238kWh 소요됐으나 에어컨과 서큘레이터를 동시에 사용하면 소비전력량이 0.235kWh로 줄었다.
자료=한국소비자원
소비자원 관계자는 "에어컨 제품에 표시된 냉방 면적보다 넓은 공간을 냉방 할 때 (서큘레이터를 활용하면) 더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특히 에어컨으로 인한 전력 사용량이 급증하는 여름에 효율적인 방안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전력에 따르면 4인 가구 기준 여름철 주택용 전력 사용량은 봄철보다 월평균 61%(152kWh) 증가한다. 이에 따른 전기요금은 64%(2만9000원) 뛴다.또한 에어컨 제습모드를 사용하더라도 냉방모드로 사용할 때와 소비전력상에서는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원이 에어컨을 '24도 냉방'으로 5시간 가동한 결과, 전력1.7282kWh가 소요됐고 실내 평균 온도는 22.9도, 습도는 65%Rh를 기록했다. 같은 시간 '24도 제습'으로 사용하니 1.878kWh의 전력이 필요했고, 실내 평균 온도는 23.1도, 습도는 59%Rh로 각각 나왔다.
자료=한국소비자원
또한 냉방이 아닌 실내 습기 제거를 위해서는 에어컨보다는 제습기 사용이 더 효과적이란 점을 유념해야 한다는 실험 결과도 나왔다. 소비자원이 에어컨 제습모드와 가정용 제습기의 실내 온·습도와 소비전력량을 5시간 동안 측정한 결과, 작동방식에 차이가 있어 에어컨이 제습기를 대체할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에어컨 제습모드는 온도를 낮게 유지하며 습기를 제거하는 방식이어서 설정온도에 도달하면 실외기가 작동과 멈춤을 반복하게 된다. 그러나 동시에 실내기는 계속 바람을 내보내 실내기 냉각판에 맺혀있던 물방울이 실내로 유입돼 습도가 일정 수준(50~60%Rh) 이하로는 낮아지지 않는다. 반면 제습기는 제거할 수 있는 가장 낮은 습도(30%Rh대·상대습도)까지 낮출 수 있었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에어컨 제습모드는 일정 습도가 유지되고, 냉방모드와 제습모드의 소비전력량 차이가 적은 만큼 각 모드를 목적에 맞게 사용해야 한다"며 "에어컨 제습모드는 유지습도가 제습기 대비 높다는 점을 고려해 사계절 제습과 빨래건조 목적으로 사용 시 제습기를 사용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역대급 불볕더위에 에어컨·서큘레이터 불티났다

사진=연합뉴스
때이른 불볕더위에 에어컨과 서큘레이터에 소비자들이 부랴부랴 지갑을 열고 있다.

가전양판점 전자랜드에 따르면 이달 들어 지난 19일까지 에어컨과 선풍기·서큘레이터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18%, 29% 증가했다.

전자랜드 관계자는 "일찍 찾아온 무더위에 여름 가전을 교체하려는 수요가 예년보다 이른 시기에 늘어났다"고 풀이했다.

최근에는 가정용 시스템(천장형)에어컨 수요도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지난달 가정용 시스템에어컨 판매가 지난해 5월보다 25% 증가했다. 시스템에어컨의 올 들어 지난달까지 누적 판매도 전년 동기보다 15% 이상 늘어났다. 천장에 설치되는 시스템에어컨은 공간 활용과 인테리어에 유용해 디자인과 공간 활용에 민감한 소비자의 선호가 높아졌다고 삼성전자는 전했다. 지난달 낮 최고기온이 30도를 웃도는 날씨가 일찌감치 시작되면서 올해도 에어컨 수요는 꾸준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여름에도 평년보다 더운 날씨가 예고된 상태다. 기상청은 지난달 3개월 전망을 통해 여름 평년보다 덥고 비가 많이 내릴 확률이 높다고 밝혔다. 기상청 기후예측모델에 따르면 올해 6∼8월 평년보다 기온이 높을 확률이 91∼94%였다. 7∼8월 강수량이 평년보다 많거나 비슷할 확률은 80%였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