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도 못한 수주에 깜짝"…'파죽지세'로 오르는 이 종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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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해 리스크 장기화에 컨테이너 운임 '고공행진'HD한국조선해양과 HD현대중공업 주가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가자지구 전쟁 여파로 해상운임이 치솟자 선사들의 발주 시기가 예상보다 앞당겨지면서 수혜를 받을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다.
"HD현대, 佛 선사와 컨선 20척 투자의향서 체결"
방산 역량 분산 한화오션…삼성重은 러시아發 돌발악재
반면 HD현대그룹과 함께 조선 빅3을 구성하고 있는 한화오션과 삼성중공업의 주가는 지지부진하다. 상선 건조보다는 다른 분야로 역량이 분산되면서 이 같은 수혜를 누리지 못한 탓이다.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일 HD한국조선해양은 14만9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달 들어 14.95% 상승했다. 지난 19일과 20일엔 이틀 연속 52주 최고가를 갈아치웠다.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미포조선도 이달 들어 각각 10.26%와 10.94% 올랐다.
선박 발주가 계속 밀려든 덕이다. HD현대그룹의 조선 계열사들을 모은 중간지주사인 HD한국조선해양은 지난 10일까지 약 121억1000만달러어치 일감을 수주했다. 연간 수주목표치 135억달러의 89.7%를 1년의 절반도 지나기 전에 채웠다. 천연가스나 화학제품을 실어 나르는 탱커선 발주가 이어졌다.
컨테이너선 발주까지 재개될 조짐이다. HD한국조선해양은 최근 프랑스 선사인 CMA-CGM과 총 20척에 달하는 컨테이너선에 대한 투자의향서(LOI)를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광식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수주 규모가 최소 35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최소치만 수주하더라도 HD한국조선해양은 올해 연간 수주 목표치를 넘기게 된다.최 연구원은 “컨테이너선 수주는 별로 기대가 없던 상황이었지만, 이번에 꾸준한 발주를 확인해 대단히 긍정적”이라며 “CMA-CGM 외에도 독일 하팍로이드, 이스라엘 짐라인, 스위스 MSC, 덴마크 머스크, 중국 코스코 등 다른 컨테이너선사들도 신조(새로 선박을 만드는 것) 투자를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2021~2022년 컨테이너선을 대량 발주했던 선사들이 또다시 발주에 나선 배경은 가자전쟁 영향이다. 이스라엘과 전쟁을 벌이는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를 지지하는 예멘의 후티반군이 홍해로 진입하는 선박을 공격하면서 컨테이너선들의 항로가 바뀌었다. 홍해는 아시아에서 유럽 지중해로 들어가는 관문인 수에즈운하의 입구다. 수에즈운하를 통과하지 못하면 아프리카대륙을 돌아서 유럽으로 가야 한다. 기존 항로 대비 2주가 더 걸린다. 그만큼 컨테이너선 공급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이에 컨테이너선 운임 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 주말 기준 3379로, 연초 대비 92% 상승했다. 정연승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가자전쟁의 휴전 가능성 제기에도 운임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며 “물동량이 여전한 데다, 글로벌 각지에서 항만 적체가 악화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물류망 혼잡에 따라 컨테이너선 운임 강세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이 같은 이유로 주가가 치솟은 HD현대그룹의 조선 계열사들과 달리 한화오션과 삼성중공업의 주가는 상대적으로 지지부진하다. 이달 들어 지난 20일까지 삼성중공업은 2.07% 하락했다. 한화오션은 7.91% 올랐지만, 지난해 8월1일의 고점(4만3444원)과 비교하면 26.23% 낮은 수준이다. HD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은 52주 최고가까지 각각 6.09%와 11.01%를 남겨두고 있다.
한화오션의 주가 부진 배경은 상선 건조 사업 이외 분야로의 역량 분산이다. 최근 방산 분야를 키우고 있다. 이를 위해 싱가포르와 호주에서 인수·합병(M&A)를 추진 중이며, 미국 자회사의 유상증자에도 참여해야 한다. 문제는 당장 성과가 나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최광식 연구원은 한화오션의 M&A 추진에 대해 “내년까지 호주와 미국 정부의 승인을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삼성중공업은 계약 해지 악재를 맞았다. 러시아로부터 수주한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10척과 북해용 셔틀탱커 7척에 대한 계약해지 요청이 지난 11일 접수됐다. 이날부터 3거래일(11~13일)동안 삼성중공업 주가는 4.4% 하락했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한 미국의 제재로 선박 건조대금을 받을 수 없게 되자, 삼성중공업은 불가항력을 통지한 뒤 작업을 중단했다. 이에 러시아 선주사 측은 삼성중공업의 계약 불이행을 주장하며 계약해지를 통보했다.다만 이동헌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러시아로부터의 계약해지 통보로 인한 실질적인 영향이 당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분석했다. 그는 “해당 계약 건의 일부 공정이 진행됐지만, 선수금 범위로 충당금을 쌓지 않았다”며 “해당 선박 건조가 삼성중공업의 거제 야드에서 이뤄지지 않아 회사의 공정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