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만 기다리면 넷플릭스에 다 올라오는데…" IPTV '초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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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TV3사 지난해 유료 VOD 매출 전년비 20% 감소"주문형비디오(VOD) 한 편 값이면 한 달간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무제한으로 볼 수 있는데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떨어져요."
넷플릭스 발 IPTV 위기 심화…가입자 수 0% 증가율
넷플릭스와 티빙 구독자인 20대 직장인 장아론(27)씨는 "OTT에 없는 작품은 구매해서 볼까 싶다가도 시간이 지나면 OTT서비스에 올라오기 때문에 결제를 망설이게 된다"며 "요즘 워낙 영화나 드라마 등 콘텐츠가 많기 때문에 VOD로 구매해 소장하면 두고두고 볼 수 있다는 게 큰 매력으로 다가오지 않는다"고 전했다.OTT 열풍의 영향으로 인터넷TV(IPTV) 3사(KT·SK브로드밴드·LG유플러스)의 유료 VOD 매출이 감소하면서 업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24일 방송통신위원회의 '2023년도 방송사업자 재산 상황'에 따르면 지난해 IPTV 3사 유료 VOD 매출액은 4172억원으로 전년(5216억원) 대비 20%(1044억원)가량 쪼그라들었다.
사업자별로 보면 가입자 수 1위인 KT의 유료 VOD 매출액은 1706억원으로 31.1% 줄었다. LG유플러스는 15.5% 줄어든 891억원, SK브로드밴드는 6.6% 감소한 1574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업계에서는 IPTV3사 유료 VOD 이용률 감소의 주원인으로 넷플릭스, 티빙, 웨이브 등 OTT 플랫폼의 성장을 꼽았다. 월 구독료를 지불하기만 VOD 한 편 가격으로 장르에 상관없이 여러 가지 콘텐츠를 무제한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방통위 '2023년도 방송시장 경쟁상황 평가'에 따르면 유료 OTT 이용률은 지난해 77%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2020년 66.3%였던 이용률이 4년 만에 10%포인트 이상 늘어난 것이다. 반면 지난해 IPTV 가입자 유료 VOD 이용률은 24.6%로 전년(25.8%)보다 1.2%포인트 줄었다. 같은 해 하반기 IPTV 가입자 수 증가율도 0.5%에 그치며 둔화했다.
넷플릭스를 비롯한 OTT 업체들이 지속해서 요금제 인상을 단행하며 '스트림플레이션(스트리밍+인플레이션)' 문제가 대두됐지만 2~4인의 계정 공유가 가능하기 때문에 사실상 월 몇천원으로 무한 시청이 가능하다. 예컨대 티빙 기준 프리미엄 요금제(1만7000원)를 4명이 나눠 내게 된다면 1080P 화질로 인당 월 4250원에 이용할 수 있다.같은 값으로 유료 VOD는 드라마 한 편을 겨우 볼 수 있기 때문에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 매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LG유플러스기준 VOD 이용료는 가장 최신작인 영화 '설계자'는 1만1000원, '파묘' 7700원, 드라마 '선재 업고 튀어'는 한 편당 2200원이다.
IPTV의 주 수익원 중 하나인 유료 VOD 매출이 감소세에 접어들면서 IPTV 3사는 침체한 유료 VOD 시장 매출 증대를 해외콘텐츠와 애니메이션 등 독점 콘텐츠 유치로 경쟁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올해 3월 KT와 SK브로드밴드는 국내 유료 방송 최초로 VOD 키즈 콘텐츠를 독점 제공한다고 밝혔다. KT는 BBC 스튜디오와 협력해 영유아 전용 IPTV 서비스인 지니 TV 키즈랜드의 새로운 월정액 서비스 'BBC Kids'를 출시했다.SK브로드밴드는 올해 3월 한국, 프랑스, 일본 3개국이 합작해 만든 인기 애니메이션 ‘미라큘러스: 레이디버그와 블랙캣’ 시즌 5편을 국내 유료 방송 최초로 독점 VOD 서비스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오는 26일 기준 구독 상품인 '유플러스(U+) 영화 월정액’의 상품명을 ‘유플레이'로 변경한 뒤 콘텐츠 장르를 영화에서 드라마로 확대하고 해외 콘텐츠 중심으로 서비스를 강화할 예정이다. 올해 4월부터는 국내 최초로 미국 방송사 CBS의 인기 콘텐츠인 'CSI: 베가스', 'FBI: 인터내셔널', 'NCIS: 하와이' 시리즈 시즌3 등 에피소드를 공개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IPTV 업계에서 침체한 VOD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국내 OTT에 들어와 있지 않은 해외 작품 위주의 독점 콘텐츠 유치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이뿐만 아니라 인공지능(AI)을 통한 초개인화 전략을 통해 이용자들이 좀 더 많이 VOD 사업을 찾고 머무를 수 있도록 기술 개발에도 매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지희 한경닷컴 기자 keep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