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는 코끼리가 나오는 소설? 심지어 판타지 로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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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e] 소심이의 참견과천 동물원 둘레길은 내가 사랑하는 길이다. ‘동물원’ ‘둘레’ ‘길’ 단어 하나하나를 따로 떼어놓아도 사랑스럽다. 울창한 숲길은 도심에서 아주 멀리 떨어진 곳으로 여행을 온 듯한 느낌을 주기에 충분히 고요하고 나뭇잎 사이로 부서지는 햇살은 애니메이션의 한 장면처럼 청량하고 사랑스럽다. 여기에 이 길의 담 너머에는 동물원이 있다고 생각하면 동심으로 돌아간 듯 설렌다.
코끼리를 상상(想像)하다
상쾌한 기운에 동물원 둘레길을 한 바퀴 돌고 나서도 여분의 기력과 아쉬움이 있는 날. 동물원으로 들어선다. 그리고 코끼리 우리로 다가가 말을 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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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하는 코끼리와 그것을 보러 간 나, 거기서 만나게 되는 드라큘라와 사실은 코끼리보다 더 보고 싶었던 민구. 드라큘라를 사랑하는 미라. 드라큘라의 관을 만들어야 하는 나. 설정 하나하나가 평범함을 거부하는 재기발랄한 소설이다. 길지 않은 소설의 마지막을 읽고 ‘이 작가는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일까?’ 싶을 때쯤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이게 이야기가 아니라면... 다른 분들은 이걸 뭐라고 생각하는 거죠?" 아차차 그래그래 맞네. 소설은 이야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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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종실록 21권에 따르면 '일본 국왕 원의지가 사자를 보내어 코끼리를 바쳤으니, 코끼리는 우리나라에 일찍이 없었던 것이다. 명하여 이것을 사복시에서 기르게 하니, 날마다 콩 4, 5두씩을 소비하였다’는 기록이 있다.이후 태종실록 24권에는 공조전서란 벼슬을 가진 이우란이란 사람이 코끼리가 추하게 생겼다고 코끼리에게 침을 뱉고, 어떤 이유인지 코끼리는 이우란을 밟아 죽이게 되고 이를 계기로 코끼리는 한양에서 쫓겨나 전라도로 유배를 가게 된다. 이후 약 3년 후인 태종 14년 태종실록 27권에 코끼리가 다시 등장한다. ‘길들인 코끼리를 순천부 장도에 방목하는데, 수초를 먹지 않아 날로 수척하여지고, 사람을 보면 눈물을 흘립니다.’라는 기록이 있다.
언젠가 코끼리가 사라질 것을 걱정한 사람들이 만든 코끼리 공장이 배경이 되는 소설도 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소설 <춤추는 난쟁이> (영화 <버닝>의 원작 소설 <헛간을 태우다>가 수록된 소설집 <반딧불이>에 함께 수록된 단편소설이다) 코끼리가 사라질까 걱정하는 사람들이 코끼리 한 마리를 분해해 5마리의 코끼리를 만들어낸다. 코끼리 공장에 다니는 주인공과 춤추는 소녀 그리고 소녀를 사랑하는 나와 그 둘을 연결해주려 자신의 욕망을 숨기고 나를 꾐에 빠지게 하는 난쟁이가 등장한다.무라카미 하루키는 하필 코끼리 공장을 배경으로 했을까? 상상이라는 단어에서 그 의미를 짐작해본다.
이런 이유로 코끼리는 ‘상상’이라는 단어와 닮아있는 듯하다. 소설에 코끼리가 등장한다면 이야기는 신비롭고 괴이하며 신기하고 감동적인 그래서 재미있는 이야기가 틀림없다.
소심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