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러시아는 한국의 친구가 아니다

푸틴 방북으로 러시아 위협 구체화
세계 안보 지키는 나라와 협력해야

콜린 크룩스 주한영국대사·前 주북한영국대사
수개월 동안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무고한 우크라이나 민간인에게 북한제 미사일로 폭격해 왔다. 러시아가 북한으로부터 무기를 불법 조달하는 것은 힘의 상징이 아니라 절망의 표식이다. 러시아가 의지할 다른 친구가 없다는 것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북한과 전략적 동반자 협정에 서명하기 위한 푸틴의 이번 평양 방문은 러시아의 고립상을 완벽하게 보여준다. 동시에 푸틴이 한·러 관계에 얼마나 관심이 적은지도 나타낸다.

‘비우호적인 나라 중에서 가장 우호적인 나라’는 러시아 한 관리가 작년에 러시아와 한국의 관계를 묘사한 방식인데, 이것은 아마도 양국 관계를 개선하려는 희망으로 보인다. 하지만 푸틴 대통령의 이번주 북한 방문을 포함한 모든 증거는 한반도에 대한 러시아의 진짜 의도가 매우 다르다는 것을 드러낸다.러시아는 한국의 이익에 직접적으로 반하는 행동을 반복했다. 여러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위반했을 뿐만 아니라 지난 3월에는 북한 제재 체제를 감시하고 집행하는 유엔 기구의 임무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간단히 말해 러시아는 북한의 위협을 억제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국제법의 틀을 의도적으로 파괴하고 있다. 푸틴의 러시아는 한국의 안보나 한반도 안정에 관심이 없다.

푸틴이 북한산 무기의 대가로 지불하는 것이 무엇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것은 살상 무기일 수도, 우주 기술일 수도 있다. 핵기술이나 노하우일지도 모른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인명을 철저히 무시하는 것을 보면 절박한 북한 주민을 위한 식량·의약품 원조는 아닐 것이라고 짐작만 할 뿐이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북한 무기를 사용하는 것은 도덕적 공분의 대상이자 전쟁범죄다. 우크라이나 민간인과 집, 각종 기반 시설이 향후 한국에 위협이 될 북한 무기의 시험장으로 활용되는 점도 우려할 대목이다.특히 푸틴의 평양 방문은 한국의 안보에 대한 러시아의 직접적인 위협이 축적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북한과 러시아가 공격받으면 서로를 돕기로 의무화한 이 상호방위조약은 북한을 우크라이나와의 잔혹한 전쟁으로 끌어들일 뿐만 아니라 북한의 대남 도발을 부추기는 위험도 안고 있다. 한국과 영국 등이 한반도에서 갈등의 재발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러시아는 무모하게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

러시아는 점점 더 국제적으로 고립되고 있고, 푸틴은 한국과 영국 같은 민주주의 국가 간 협력을 불편해한다. 무기 교환이든, 금융 제재 회피든, 국제법을 위반하든 푸틴은 기회만 되면 어떤 분쟁도 마다하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푸틴은 우크라이나 민간인을 살해하고 전쟁을 지속하기 위해 더 많은 무기를 확보하려는 무모한 시도로 한국의 안보를 희생할 준비가 돼 있다. 나는 한국인들이 자신에게 물어보기를 촉구한다. 이것은 친구의 행동인가, 적의 행동인가? 북한이 러시아와의 새로운 합의를 ‘동맹’으로 묘사했다는 사실은 그 질문에 대한 답을 분명히 할 것이다. 러시아는 한국의 친구가 아니다.

한반도와 그 주변에서 30년간 일해온 외교관으로서 나는 한국이 속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앞으로 영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와 협력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벌이고 있는 전쟁과 북한에 대한 유엔의 제재 위반을 종식하기 위해 정치적으로나 제재로 압박을 가할 것도 알고 있다. 한국 경제계에도 궁극적으로 국가 안보에 위협으로 돌아올 수 있는 러시아와의 관계를 줄이라고 권하고 싶다. 영국을 포함해 세계 안보를 지키기 위해 힘쓰는 나라들이 진정한 친구라는 점을 한국은 잘 알고 있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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