强달러에 신흥국 통화 '추풍낙엽'…인도 루피화 값 사상최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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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달러 독주 시대'미국이 고금리 기조를 지속하는 와중에 다른 주요 국가들이 먼저 금리 인하에 나서면서 달러가 더욱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Fed)은 일러야 오는 9월에나 금리를 내릴 것으로 전망돼 ‘달러화 독주’가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엔화, 주요 통화 지위 흔들려"
中은 위안화 가치 방어 나서
20일(현지시간) 블룸버그달러현물지수는 이날 0.2% 오른 1267.71에 마감했다. 이 지수는 5주 연속 상승세가 이어져 지난해 11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블룸버그달러현물지수는 기존 ICE달러인덱스에 포함된 유로화 엔화 파운드화 등과 더불어 위안화 역외 환율과 한국 원화, 멕시코 페소, 호주달러 등 주요 10개국 통화 환율로 산출한다.
달러 강세가 지속되면서 구매력을 감안한 엔화의 실질실효환율지수는 지난달 역대 최저치인 68.65를 기록했다. 최고치인 1995년 4월 193.97과 비교하면 35.4% 수준에 그쳤다. 도쿄신문은 “(엔화 가치가) 1970년대 전반보다 낮고 달러, 유로 등과의 차이도 확대됐다”며 주요 통화로서 엔화의 지위가 흔들리고 있다고 평가했다.
스위스 스웨덴 유럽연합(EU) 중앙은행 등이 올 들어 줄줄이 금리를 인하하면서 유로와 비유로존 통화 가치도 약세다. 스위스 중앙은행은 지난 3월에 이어 이날 올 들어 두 번째로 기준금리를 내렸다. 영국 중앙은행은 이르면 오는 8월 금리 인하에 나설 전망이다.
중국 인민은행은 이날 위안·달러화 기준환율을 0.006% 높인 달러당 7.1196위안으로 고시했다. 중국 국영은행들은 위안화 가치가 하락하자 역외시장에서 달러를 매도하며 위안화 가치 방어에 나섰다. 그러나 홍콩 외환시장에서 중국 위안·달러화 환율은 이날 달러당 7.26위안대로 7개월 만에 최고치(위안화 약세)를 기록했다. 지난해 하반기(달러당 최고 7.34위안)를 제외하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중국 당국은 점진적인 통화 약세를 용인하고 있으나 자본 유출과 추가 하락의 악순환을 방지하기 위해 안정을 선호하고 있다고 시장 관계자들은 설명했다.
신흥국 통화도 일제히 약세다. 달러 대비 인도 루피 가치는 이날 사상 최저를 기록했고, 인도네시아 루피아도 2020년 4월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브라질 헤알화의 달러 대비 환율도 올 들어 12.4% 치솟았다.달러화 강세는 Fed가 기준금리 인하를 당초 예상보다 늦출 것으로 전망되면서 심화하고 있다. Fed는 지난 12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발표한 점도표에서 연내 금리 전망 중간값을 연 5.1%로 제시했다. 기준금리를 연내 1회만 내릴 것을 시사하는 수치다. 3회 인하를 예고한 3월 점도표를 밑돌았다. 토머스 바킨 리치먼드연방은행 총재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금리 인하 전에 물가상승률이 목표에 더 다가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