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남미의 파리'에서 이층버스 타고 한국어 안내받으며 관광하기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 한국어 지원 관광버스 등장
'남미의 파리'라고 불리는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아이레스.
'축구의 신'으로 불린 마라도나와 메시, 프란치스코 교황, 네덜란드의 막시마 왕비, 피아노의 여제 마르타 아르헤리치 등을 배출한, 남미에서 가장 유럽적이면서도 독특한 이곳을 한때 조지 소로스의 투자파트너였던 짐 로저스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관광으로 먹고 살 수 있는 나라"라고 말했다. 단, 치안과 적절한 물가를 유지한다는 조건 아래라는 단서를 달았지만…
전 세계 관광객이 모이는 아르헨티나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주요 관광지를 도는 이층 버스에 한국어 안내가 시작됐다.
주아르헨티나 한국문화원의 한보화 원장은 지난 2022년부터 시 정부와 지속적인 협의를 거쳐 한국어 안내 지원 서비스가 6월부터 시작됐다면서 "한국인 관광객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한편, 한국인으로서 자긍심과 국가 이미지 제고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한국어 안내 서비스를 직접 체험해보기 위해 관광버스 매표소로 향했다. 매표소는 세계 3대 아름다운 묘지로 유명한 레콜레타 묘지 앞에 위치했다.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시 정부의 허가를 받아서 입찰형식으로 2층 관광버스를 운영하는 회사는 노란 라인과 빨간 라인이 있는데, 한국어 서비스는 현재 노란 라인에서만 제공된다.
노란 라인에선 24대의 2층 관광버스가 매일 운영되고 있다. 노란 라인 관광버스 운영진인 마르틴 하스런(49) 부장은 현재 한국어 안내도 진행되고 있다면서 한국어 안내를 알리기 위해 버스 외관 앞부분에 태극기 도색도 마쳤다고 설명했다.

노란 라인 관광버스 이용자는 하루 600∼700명이고 주말이나 휴일에는 1천200여명 정도에 이른다고 하스런 부장은 소개했다.

가격은 24시간 이용권이 내국인은 1만8천페소(비공식 환율로 1만9천원 정도)이고 외국인은 3만6천페소(3만8천원)이며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30분 간격으로 운행된다. 관광객들은 지정된 22개의 정류장에서 자유롭게 승·하차를 할 수 있다.
버스에 올라타니 좌석 앞에 설치된 안내기기엔 자신이 원하는 언어를 고를 수 있도록 돼 있으며 오디오 사용에 따른 별도 비용은 추가되지 않았다.

스페인어가 1번이고 영어, 포르투갈어, 불어, 독일어, 이탈리아어, 일본어, 중국어, 한국어 그리고 러시아어 순으로 총 10개의 언어가 지원되고 있다.

노란 라인은 레콜레타에서 시작해 5월 광장, 산 텔모 시장, 탱고의 발상지인 보카, 아르헨티나의 강남 격인 푸에르토 마데로 그리고 주아르헨티나 대사관이 위치한 팔레르모 공원을 크게 도는 코스로 되어 있으며, 버스에서 내리지 않고 한 바퀴를 돌면 총 3시간 30분이 소요된다.
레콜레타에서 시작해 세계 3대 오페라 하우스라고 알려진 테아트로 콜론까지 한국어로 안내받으며 프랑스풍의 각종 건물을 구경하는 동안 버스는 7월9일대로를 돌아 대통령궁, 대성당 등이 위치한 5월 광장으로 향했다.

연휴를 맞이해 가족들과 부에노스아이레스 관광을 왔다는 마리아(70)는 "많이 와봤지만, 손자가 이층 버스를 타보고 싶다고 해서 같이 탔다"며 "바람 때문에 살짝 춥기는 하지만, 이층 버스에서 바라보는 도시는 또 다른 멋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관광버스가 5월광장을 떠나 5월대로에 진입했을 때 한국어 안내방송에선 주변에 있는 카스텔라르 호텔에서 유명한 스페인 작가이자 시인인 페테리코 가르시아 로르카가 살았다고 소개했다.
또 대법원을 지나갈 때는 아르헨티나의 2번째 오스카상 수상작인 영화 '비밀의 눈동자' 촬영지였다는 사실도 알려줬다.

한국어로 안내를 받으니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역사와 문화를 좀 더 쉽고 재미있게 알 수 있었다.

관광버스가 벼룩시장으로 유명한 산 텔모 지역에 도착하자, 날씨가 좀 풀여서인지 관광객들이 우르르 내렸다.

하지만 초겨울에 접어든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한국인 관광객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한국 관광객들은 주로 현지의 봄, 가을, 여름에 부에노스아이레스를 찾기 때문이다.

이어 버스는 현지의 강남 격인 최신식 아파트와 레스토랑이 즐비한 푸에르토 마데로를 거쳐 레티로로 향했고, 13번 정류장인 산마르틴 광장 근처에 이르자 한국문화원이 이곳에 위치해 있다는 설명이 나왔다.
버스는 도시의 허파로 알려진 팔레르모 공원, 천문대, 아웃렛, 장미공원을 거쳐 첫 출발지인 레콜레타로 돌아왔다.

레콜레타로 돌아오기 전 마지막 22번 정류장인 국립미술관에 도착할 때쯤 버스는 아르헨티나 주재 한국대사관 앞을 지나가기도 했다. 한국대사관은 아르헨티나 최고 재벌 중 한명이었던 아말리아 포르타박이 살았던 프랑스풍의 저택으로, 부에노스아이레스의 가장 아름다운 지역이라 꼽히는 팔레르모에 자리 잡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