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위드인] 지스타 '세계 3대 게임쇼'로 만든다는데…갈 길 멀다
입력
수정
내수용 게임 위주 라인업 한계…전시 인프라도 부족 정부가 매년 11월 부산에서 열리는 종합 게임쇼 지스타(G-STAR)를 세계 3대 게임쇼로 도약시키겠다는 비전을 내놨다. 지난 18일 제8차 콘텐츠산업진흥위원회 개최 후 발표한 'K-콘텐츠 글로벌 4대 강국 도약전략'을 통해서다.
게임스컴(독일), 도쿄게임쇼(일본)과 함께 세계 3대 게임쇼로 꼽혔던 E3(미국)가 지난해 폐지를 선언하면서 생긴 빈자리를 지스타가 파고들겠다는 발상으로 읽힌다.
애초에 '세계 3대 게임쇼'란 분류 자체가 한국과 일본 정도에서나 통용되는 말이지만, 그만큼 지스타를 세계적인 이벤트로 만들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하지만 지스타가 세계적으로 유명한 대형 게임쇼 반열에 오르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은 실정이다. ◇ 국내 게임사 위주로 라인업 편중…인프라도 확장 한계
문화체육관광부가 자료에서 지적했듯 지스타는 오랫동안 국내 게임사의 내수용 게임 위주로 라인업이 편중돼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외산 게임을 주로 즐기는 관람객들이나 콘솔·PC 패키지 게임 이용자라면 굳이 지스타를 찾아갈 유인이 적었다. 외국 게임사들이 아예 지스타를 외면했던 것은 아니다.
과거에도 닌텐도, 마이크로소프트, 반다이남코, 블리자드 등 국내 지사가 있는 해외 게임사가 부스를 내고 참가한 적은 있다.
그러나 부스 규모는 대체로 국내 게임사에 비해 크지 않았고, 2년 이상 연속 참가도 드물었다. 행사를 주관하는 게임산업협회가 매년 해외 게임쇼를 찾아다니며 지스타를 홍보하고는 있으나 유치한 실적 대부분은 바이어 또는 중소기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 3대 게임쇼가 되고 싶다면, 그에 걸맞게 글로벌 대기업 유치를 위한 전략적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전시 환경 등 인프라도 글로벌 수준의 게임쇼로 도약하기에는 여러모로 부족하다.
문체부는 2028년까지 부산시가 신축할 예정인 약 1만8천㎡ 규모의 벡스코(BEXCO) 제3전시장까지 더해 행사 규모를 키우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2만7천㎡의 벡스코 제1전시장, 2만㎡의 제2전시장까지 합쳐도 전체 면적은 6만5천㎡이다.
이는 도쿄게임쇼가 열리는 지바(千葉)현 마쿠하리 멧세(7만2천㎡)보다도 작고, 독일 쾰른메세(28만4천㎡) 공간 대부분을 쓰는 게임스컴에 비하면 4분의 1 수준이다.
문체부가 지스타 연계 e스포츠 대회에 활용하겠다고 밝힌 부산e스포츠경기장도 시설 자체는 최신식이지만, 주 경기장 관중석이 330석 규모로 협소하고 도심 상가건물 내에 있어 세계의 이목이 쏠리는 행사 개최는 현실적으로 무리다.
물론 이런 행사장 크기는 어디까지나 방문객과 참가사 수요에 맞춰 따라갈 수밖에 없다.
국내의 부족한 전시공간 여건도 고질적인 문제로, 비단 게임업계만 겪는 애로사항은 아니다.
그러나 이러한 인프라 문제가 추후 확장성 면에서는 한계가 명확한 것이 사실이다. ◇ 게이머 중심의 '게임 축제' 고민이 우선
문체부는 지스타를 e스포츠 대회, 전시·공연과 결합한 종합 게임문화 축제로 확장하겠다고 공언했다.
관람객들이 즐길 거리를 늘려서 해외에서도 관람객이 찾아오는 행사로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지금까지의 지스타가 과연 폭넓은 게이머를 아우를 수 있는 축제인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그간의 지스타 B2C 부스는 대형 게임사들이 개발 중인 게임을 체험하는 시연 부스 위주로 구성돼왔다.
개발자와 소비자 간 소통이 활발한 인디 게임 부스, 코스프레·2차 창작 전시 같은 관객 참여형 공간도 있었지만 어디까지나 들러리 역할에 불과하다.
지난해 방문했던 게임스컴의 경우 인디 게임, 굿즈 장터 등의 공간을 글로벌 게임사들이 모인 주 전시장만큼이나 크게 마련한 것과 대비된다.
기존에 있던 게임 행사의 관객 참여도를 개선해 많은 사람을 유치하는 것이 먼저지, 전시나 K팝 공연을 섣부르게 결합하려는 시도가 과연 성공적일지는 의문이다.
지스타 개막 전날 열리는 대한민국 게임대상도 마찬가지다.
대한민국 게임대상은 국내에서 가장 큰 권위를 가진 게임 시상식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게이머보다는 게임 업계 종사자들의 관심이 더 큰 것이 현실이다.
작년 'P의 거짓'과 '데이브 더 다이버'가 각각 대상과 최우수상을 받기 전까지 수상작 대부분이 모바일 장르에 편중돼 있어 다양한 수요층을 아우르기 어려운 점도 한몫했지만, 무엇보다 수상작 발표 외에는 이용자들이 즐길 거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지상파 방송사들이 연말에 진행하는 온갖 시상식이 매년 '그들만의 잔치'라는 비판에 휩싸이는 것과도 유사하다.
게임계의 오스카상이라 불리는 '더 게임 어워드'는 게임 음악 공연과 저명인사 초청, 신작 트레일러 공개 등으로 다양한 볼거리를 마련해 전 세계 게이머의 관심을 받고 있다.
수상 대상도 단순히 이미 발매된 게임뿐 아니라 앞으로 나올 차기작, 게임 캐릭터를 연기한 배우, e스포츠 선수·코치, 장애인 접근성 향상 등으로 다채롭다.
지스타에 관심을 가지고 경쟁력 있는 행사로 육성하려는 정책 기조는 장르·플랫폼 다양화로 세계 시장 진출을 노리는 국내 게임업계에서도 소중한 기회다. 정부와 관련 협 단체가 성공적인 해외 게임쇼 사례를 냉철히 살펴보고, 게이머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때 지스타가 말 그대로 게임계의 '별'이 될 것이다.
/연합뉴스
게임스컴(독일), 도쿄게임쇼(일본)과 함께 세계 3대 게임쇼로 꼽혔던 E3(미국)가 지난해 폐지를 선언하면서 생긴 빈자리를 지스타가 파고들겠다는 발상으로 읽힌다.
애초에 '세계 3대 게임쇼'란 분류 자체가 한국과 일본 정도에서나 통용되는 말이지만, 그만큼 지스타를 세계적인 이벤트로 만들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하지만 지스타가 세계적으로 유명한 대형 게임쇼 반열에 오르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은 실정이다. ◇ 국내 게임사 위주로 라인업 편중…인프라도 확장 한계
문화체육관광부가 자료에서 지적했듯 지스타는 오랫동안 국내 게임사의 내수용 게임 위주로 라인업이 편중돼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외산 게임을 주로 즐기는 관람객들이나 콘솔·PC 패키지 게임 이용자라면 굳이 지스타를 찾아갈 유인이 적었다. 외국 게임사들이 아예 지스타를 외면했던 것은 아니다.
과거에도 닌텐도, 마이크로소프트, 반다이남코, 블리자드 등 국내 지사가 있는 해외 게임사가 부스를 내고 참가한 적은 있다.
그러나 부스 규모는 대체로 국내 게임사에 비해 크지 않았고, 2년 이상 연속 참가도 드물었다. 행사를 주관하는 게임산업협회가 매년 해외 게임쇼를 찾아다니며 지스타를 홍보하고는 있으나 유치한 실적 대부분은 바이어 또는 중소기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 3대 게임쇼가 되고 싶다면, 그에 걸맞게 글로벌 대기업 유치를 위한 전략적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전시 환경 등 인프라도 글로벌 수준의 게임쇼로 도약하기에는 여러모로 부족하다.
문체부는 2028년까지 부산시가 신축할 예정인 약 1만8천㎡ 규모의 벡스코(BEXCO) 제3전시장까지 더해 행사 규모를 키우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2만7천㎡의 벡스코 제1전시장, 2만㎡의 제2전시장까지 합쳐도 전체 면적은 6만5천㎡이다.
이는 도쿄게임쇼가 열리는 지바(千葉)현 마쿠하리 멧세(7만2천㎡)보다도 작고, 독일 쾰른메세(28만4천㎡) 공간 대부분을 쓰는 게임스컴에 비하면 4분의 1 수준이다.
문체부가 지스타 연계 e스포츠 대회에 활용하겠다고 밝힌 부산e스포츠경기장도 시설 자체는 최신식이지만, 주 경기장 관중석이 330석 규모로 협소하고 도심 상가건물 내에 있어 세계의 이목이 쏠리는 행사 개최는 현실적으로 무리다.
물론 이런 행사장 크기는 어디까지나 방문객과 참가사 수요에 맞춰 따라갈 수밖에 없다.
국내의 부족한 전시공간 여건도 고질적인 문제로, 비단 게임업계만 겪는 애로사항은 아니다.
그러나 이러한 인프라 문제가 추후 확장성 면에서는 한계가 명확한 것이 사실이다. ◇ 게이머 중심의 '게임 축제' 고민이 우선
문체부는 지스타를 e스포츠 대회, 전시·공연과 결합한 종합 게임문화 축제로 확장하겠다고 공언했다.
관람객들이 즐길 거리를 늘려서 해외에서도 관람객이 찾아오는 행사로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지금까지의 지스타가 과연 폭넓은 게이머를 아우를 수 있는 축제인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그간의 지스타 B2C 부스는 대형 게임사들이 개발 중인 게임을 체험하는 시연 부스 위주로 구성돼왔다.
개발자와 소비자 간 소통이 활발한 인디 게임 부스, 코스프레·2차 창작 전시 같은 관객 참여형 공간도 있었지만 어디까지나 들러리 역할에 불과하다.
지난해 방문했던 게임스컴의 경우 인디 게임, 굿즈 장터 등의 공간을 글로벌 게임사들이 모인 주 전시장만큼이나 크게 마련한 것과 대비된다.
기존에 있던 게임 행사의 관객 참여도를 개선해 많은 사람을 유치하는 것이 먼저지, 전시나 K팝 공연을 섣부르게 결합하려는 시도가 과연 성공적일지는 의문이다.
지스타 개막 전날 열리는 대한민국 게임대상도 마찬가지다.
대한민국 게임대상은 국내에서 가장 큰 권위를 가진 게임 시상식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게이머보다는 게임 업계 종사자들의 관심이 더 큰 것이 현실이다.
작년 'P의 거짓'과 '데이브 더 다이버'가 각각 대상과 최우수상을 받기 전까지 수상작 대부분이 모바일 장르에 편중돼 있어 다양한 수요층을 아우르기 어려운 점도 한몫했지만, 무엇보다 수상작 발표 외에는 이용자들이 즐길 거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지상파 방송사들이 연말에 진행하는 온갖 시상식이 매년 '그들만의 잔치'라는 비판에 휩싸이는 것과도 유사하다.
게임계의 오스카상이라 불리는 '더 게임 어워드'는 게임 음악 공연과 저명인사 초청, 신작 트레일러 공개 등으로 다양한 볼거리를 마련해 전 세계 게이머의 관심을 받고 있다.
수상 대상도 단순히 이미 발매된 게임뿐 아니라 앞으로 나올 차기작, 게임 캐릭터를 연기한 배우, e스포츠 선수·코치, 장애인 접근성 향상 등으로 다채롭다.
지스타에 관심을 가지고 경쟁력 있는 행사로 육성하려는 정책 기조는 장르·플랫폼 다양화로 세계 시장 진출을 노리는 국내 게임업계에서도 소중한 기회다. 정부와 관련 협 단체가 성공적인 해외 게임쇼 사례를 냉철히 살펴보고, 게이머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때 지스타가 말 그대로 게임계의 '별'이 될 것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