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온 살리기' 사활 건 SK그룹, 복합위기 속 오너家 능력 시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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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복 사업 정리·유동성 확보에 집중…"포트폴리오 최적화 내년까지 이어질 것"
'문책성' 수장 교체 잇따라…오너가 총대에 일각선 ESG경영 약화 우려도
SK그룹이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실적 부진과 최태원 회장의 이혼 소송 여파 등으로 말 그대로 총체적인 위기에 직면했다. 최태원 회장의 친동생인 최재원 SK이노베이션 수석부회장과 사촌동생인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이 전면에 나서 그룹 '리밸런싱'(구조조정)을 진두지휘하면서 오너가(家)의 위기 극복 능력도 또 한 번 시험대에 올랐다. ◇ 사업 비효율 정리·유동성 확보…합병·지분 매각 등 고민
23일 재계에 따르면 SK그룹은 방만한 투자에 따른 중복 사업 정리와 미래 사업 투자를 위한 유동성 확보를 목표로 그룹 전반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점검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말 인사에서 최창원 부회장이 '그룹 2인자'인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으로 등판한 이후 방만한 투자에 따른 손실, 사업 비효율, 기강 해이 등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든 데스'(돌연사) 위기를 거론하며 그간의 방만한 투자를 질책한 최태원 회장은 반도체와 인공지능(AI)에 대한 집중 투자를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그룹 전방위적으로 사업 재편과 투자 재점검 등이 이뤄지고 있다. 최창원 의장이 "계열사 숫자가 너무 많다. 관리 가능한 범위 내로 줄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 만큼 계열사 간 '합종연횡'도 이어질 전망이다.
현재 SK그룹의 계열사는 총 219곳으로, 그간 그룹 안팎에서는 "이름만 들어서는 뭐 하는 회사인지 알 수 없는 회사가 너무 많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작년 말 SK수펙스추구협의회와 SK㈜로 분산된 투자 기능을 SK㈜로 모두 이관하는 등 이미 곳곳에서 조직 슬림화를 위한 움직임이 가시화하는 분위기다. 특히 그룹의 미래 성장동력인 배터리 사업을 담당하는 SK온을 살리기 위해서는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과 SK E&S를 합병하는 방안을 비롯해 SK온과 SK엔무브 합병,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 지분 매각, SK온과 SK E&S 간 합병 등 다양한 시나리오가 거론되고 있다.
베트남 마산·빈 그룹 투자를 회수해 1조원이 넘는 자금 확보에 나서는 등 유동성 확보를 위한 작업도 활발하다.
SK 관계자는 "그동안 배터리 등 미래 성장동력에 투자해 왔으나 당초 예상보다 시장 개화나 회복이 더디면서 향후 최소 2∼3년간 추가로 더 버틸 수 있는 체력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포트폴리오 최적화 작업은 하반기뿐 아니라 내년에도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수장 교체도 잇따르고 있다.
실적 부진에 따른 문책성이다.
박경일 SK에코플랜트 사장이 물러난 데 이어 최근에는 성민석 SK온 최고사업책임자(CCO)가 보직 해임됐고, 박성하 SK스퀘어 사장도 해임 통보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SK에코플랜트와 SK스퀘어, SK온 모두 회사 상황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위기가 고조되며 누군가는 책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전면에 나선 오너家…위기 극복 능력 시험대
재계는 SK그룹이 사업 포트폴리오를 대대적으로 조정하는 과정에서 오너 일가가 전면에 나선 것에 주목하고 있다.
최 의장이 '그룹 2인자'로 그룹 리밸런싱을 진두지휘하며 기강 잡기에 나선 데 이어 최근에는 최재원 수석부회장이 그룹의 중간 지주사인 SK이노베이션으로 자리를 옮기며 그린·에너지 사업을 총괄하게 됐다.
지난해 부산엑스포 유치 활동으로 그룹 경영에는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최 회장도 거문고 줄을 고쳐 맨다는 의미의 '해현경장'(解弦更張) 자세를 강조하며 잇단 해외 출장을 통해 반도체와 AI 사업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재계 안팎에서는 지난해 말 사실상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기존 부회장단의 그림자가 뿌리 깊은 만큼 이를 도려내고 분위기를 다잡기 위해 오너 일가가 직접 나설 수밖에 없었다는 얘기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지난 7년간 '부회장 4인방'이 곳곳에 사업을 벌여놨으나 경기 침체기를 거치며 제대로 된 수익을 내지 못하면서 비효율적이고 방만한 투자가 드러났다"며 "이를 바로잡을 사람은 최창원 의장과 최재원 수석부회장밖에 없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2021년 SK텔레콤의 인적 분할로 출범한 투자 전문 회사 SK스퀘어의 투자 실패가 대표적이다.
다른 재계 관계자는 "아무래도 임기 2∼3년의 전문 경영인보다는 오너 일가가 '책임 경영'에 나서며 장기적인 안목에서 그룹 사업을 되돌아보고 전략을 수립하는 게 낫다고 봤을 것"이라며 "최 의장이 그룹 전체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 SK디스커버리 계열을 성공적으로 이끈 점도 기대를 모으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앞서 최 회장은 작년 말 기자간담회에서 최 의장 선임에 대해 "(최창원) 의장의 커리어나 이야기를 돌아보면 충분히 할 만하다는 생각이 들 것"이라며 "앞으로는 잘하나 못하나를 보면 될 일"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최 수석부회장이 SK온의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으로 옮긴 것도 'SK온 살리기'에 필요한 합병이나 지분 매각 등의 작업을 추진하고 구성원 등 이해관계자를 설득하는 데 더 수월한 위치이기 때문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최 회장의 이혼 항소심 판결로 SK그룹에 대한 적대적 인수합병이나 헤지펀드 위협 가능성이 제기되는 등 그룹 경영권 약화 우려가 나온 만큼 '믿을 만한' 우호세력으로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도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오너 일가가 전면에 나서면서 SK가 그간 강조해온 각 사의 이사회 중심 경영이나 그룹 고유의 '따로 또 같이' 경영 문화에 역행하는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SK가 그동안 선도적으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강조하며 전문 경영인 중심의 경영을 해 왔는데, 최근 일련의 움직임을 보면 그간의 ESG 경영 기조가 오히려 약화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사실"이라고 전했다.
/연합뉴스
'문책성' 수장 교체 잇따라…오너가 총대에 일각선 ESG경영 약화 우려도
SK그룹이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실적 부진과 최태원 회장의 이혼 소송 여파 등으로 말 그대로 총체적인 위기에 직면했다. 최태원 회장의 친동생인 최재원 SK이노베이션 수석부회장과 사촌동생인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이 전면에 나서 그룹 '리밸런싱'(구조조정)을 진두지휘하면서 오너가(家)의 위기 극복 능력도 또 한 번 시험대에 올랐다. ◇ 사업 비효율 정리·유동성 확보…합병·지분 매각 등 고민
23일 재계에 따르면 SK그룹은 방만한 투자에 따른 중복 사업 정리와 미래 사업 투자를 위한 유동성 확보를 목표로 그룹 전반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점검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말 인사에서 최창원 부회장이 '그룹 2인자'인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으로 등판한 이후 방만한 투자에 따른 손실, 사업 비효율, 기강 해이 등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든 데스'(돌연사) 위기를 거론하며 그간의 방만한 투자를 질책한 최태원 회장은 반도체와 인공지능(AI)에 대한 집중 투자를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그룹 전방위적으로 사업 재편과 투자 재점검 등이 이뤄지고 있다. 최창원 의장이 "계열사 숫자가 너무 많다. 관리 가능한 범위 내로 줄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 만큼 계열사 간 '합종연횡'도 이어질 전망이다.
현재 SK그룹의 계열사는 총 219곳으로, 그간 그룹 안팎에서는 "이름만 들어서는 뭐 하는 회사인지 알 수 없는 회사가 너무 많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작년 말 SK수펙스추구협의회와 SK㈜로 분산된 투자 기능을 SK㈜로 모두 이관하는 등 이미 곳곳에서 조직 슬림화를 위한 움직임이 가시화하는 분위기다. 특히 그룹의 미래 성장동력인 배터리 사업을 담당하는 SK온을 살리기 위해서는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과 SK E&S를 합병하는 방안을 비롯해 SK온과 SK엔무브 합병,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 지분 매각, SK온과 SK E&S 간 합병 등 다양한 시나리오가 거론되고 있다.
베트남 마산·빈 그룹 투자를 회수해 1조원이 넘는 자금 확보에 나서는 등 유동성 확보를 위한 작업도 활발하다.
SK 관계자는 "그동안 배터리 등 미래 성장동력에 투자해 왔으나 당초 예상보다 시장 개화나 회복이 더디면서 향후 최소 2∼3년간 추가로 더 버틸 수 있는 체력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포트폴리오 최적화 작업은 하반기뿐 아니라 내년에도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수장 교체도 잇따르고 있다.
실적 부진에 따른 문책성이다.
박경일 SK에코플랜트 사장이 물러난 데 이어 최근에는 성민석 SK온 최고사업책임자(CCO)가 보직 해임됐고, 박성하 SK스퀘어 사장도 해임 통보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SK에코플랜트와 SK스퀘어, SK온 모두 회사 상황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위기가 고조되며 누군가는 책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전면에 나선 오너家…위기 극복 능력 시험대
재계는 SK그룹이 사업 포트폴리오를 대대적으로 조정하는 과정에서 오너 일가가 전면에 나선 것에 주목하고 있다.
최 의장이 '그룹 2인자'로 그룹 리밸런싱을 진두지휘하며 기강 잡기에 나선 데 이어 최근에는 최재원 수석부회장이 그룹의 중간 지주사인 SK이노베이션으로 자리를 옮기며 그린·에너지 사업을 총괄하게 됐다.
지난해 부산엑스포 유치 활동으로 그룹 경영에는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최 회장도 거문고 줄을 고쳐 맨다는 의미의 '해현경장'(解弦更張) 자세를 강조하며 잇단 해외 출장을 통해 반도체와 AI 사업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재계 안팎에서는 지난해 말 사실상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기존 부회장단의 그림자가 뿌리 깊은 만큼 이를 도려내고 분위기를 다잡기 위해 오너 일가가 직접 나설 수밖에 없었다는 얘기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지난 7년간 '부회장 4인방'이 곳곳에 사업을 벌여놨으나 경기 침체기를 거치며 제대로 된 수익을 내지 못하면서 비효율적이고 방만한 투자가 드러났다"며 "이를 바로잡을 사람은 최창원 의장과 최재원 수석부회장밖에 없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2021년 SK텔레콤의 인적 분할로 출범한 투자 전문 회사 SK스퀘어의 투자 실패가 대표적이다.
다른 재계 관계자는 "아무래도 임기 2∼3년의 전문 경영인보다는 오너 일가가 '책임 경영'에 나서며 장기적인 안목에서 그룹 사업을 되돌아보고 전략을 수립하는 게 낫다고 봤을 것"이라며 "최 의장이 그룹 전체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 SK디스커버리 계열을 성공적으로 이끈 점도 기대를 모으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앞서 최 회장은 작년 말 기자간담회에서 최 의장 선임에 대해 "(최창원) 의장의 커리어나 이야기를 돌아보면 충분히 할 만하다는 생각이 들 것"이라며 "앞으로는 잘하나 못하나를 보면 될 일"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최 수석부회장이 SK온의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으로 옮긴 것도 'SK온 살리기'에 필요한 합병이나 지분 매각 등의 작업을 추진하고 구성원 등 이해관계자를 설득하는 데 더 수월한 위치이기 때문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최 회장의 이혼 항소심 판결로 SK그룹에 대한 적대적 인수합병이나 헤지펀드 위협 가능성이 제기되는 등 그룹 경영권 약화 우려가 나온 만큼 '믿을 만한' 우호세력으로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도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오너 일가가 전면에 나서면서 SK가 그간 강조해온 각 사의 이사회 중심 경영이나 그룹 고유의 '따로 또 같이' 경영 문화에 역행하는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SK가 그동안 선도적으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강조하며 전문 경영인 중심의 경영을 해 왔는데, 최근 일련의 움직임을 보면 그간의 ESG 경영 기조가 오히려 약화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사실"이라고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