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E&S '알짜' 가스사업, KKR에 내줄 판

SK이노베이션과 합병 위해선
3조 투자금 현물 상환 불가피
SK그룹이 SK E&S의 핵심 사업인 도시가스를 글로벌 사모펀드 운용사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에 내줘야 할 위기에 처했다. SK E&S와 SK이노베이션 합병을 추진하기 위해선 SK E&S가 KKR에서 조달한 투자금 3조1350억원을 현물로라도 돌려줘야 해서다.

23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SK E&S가 SK이노베이션과 합병하기 위해선 KKR에 발행한 3조1350억원 규모 상환전환우선주(RCPS)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SK E&S는 KKR을 대상으로 2021년과 지난해 각각 2조4000억원, 7350억원 규모 RCPS를 발행했다.이 RCPS의 기초자산은 부산도시가스와 코원에너지서비스 등 SK E&S가 지분 100%를 보유한 도시가스사업 관련 자회사 일곱 곳이다. SK E&S는 현금 또는 이 기초자산으로 RCPS를 상환하기로 했다. 상환일까지 아직 기간이 남았지만 SK이노베이션과의 합병과 같은 회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특수한 상황이 벌어지면 KKR이 중도 상환을 요구할 수 있다는 조건이 붙은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SK E&S가 보장해주기로 한 이자까지 고려하면 3조원을 훌쩍 넘어서는 금액을 당장 현금으로 상환할 처지가 아니라는 점이다. SK이노베이션과의 합병이 적자에 허덕이는 SK온을 살리기 위해 추진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더욱 현금으로 RCPS를 상환하기 쉽지 않다. 현재로선 도시가스사업 관련 자회사를 활용해 현물 상환하는 방법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도시가스사업은 지난 1분기 기준 SK E&S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핵심 부문이다. SK E&S는 지난해 도시가스사업으로 5조1892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7073억원에 달했다. 도시가스사업은 사실상 과점 사업으로 SK E&S는 시장 점유율이 22.7%에 달하는 1위 사업자다. KKR 입장에선 투자금을 현금으로 받는 대신 이런 알짜 사업을 넘겨받는 게 더 이득이다.SK그룹 입장은 정반대다. SK E&S의 캐시카우를 내주는 건 SK그룹으로선 타격이 크다. SK E&S가 SK㈜의 주요 배당원이기 때문이다. SK E&S는 지난해에만 SK㈜에 4816억원을 배당했다.

SK그룹은 SK E&S의 또 다른 주요 자회사인 나래에너지서비스와 여주에너지서비스, 프리즘에너지 등을 SK온과 합병하는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 돈 버는 자회사 중 일부는 KKR에 넘기고, 나머지를 SK온과 합병하면 SK E&S 사업 구조는 대폭 쪼그라든다. SK E&S가 미래 먹거리로 키워온 수소와 재생에너지, 에너지 솔루션 사업 등이 남지만 이들은 아직 제대로 된 수익 구조를 갖추지 못했다.

박종관/차준호 기자 p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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