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패예감' 마크롱의 변…"조기총선, 혼란막을 유일 선택지였다"

야당의 프랑스 혼돈 빠뜨릴 계획 저지할 계획이었다 주장
"여당은 극우·극좌 막을 성벽"…임기 마치겠다 방침 재확인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정치인생을 건 승부수가 참패로 막을 내릴 가능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심정을 털어놓았다. 조기총선이 프랑스의 혼란을 막기 위한 사심 없는 선택이었다고 항변하며 극단주의 정파를 억제할 보루로 여당을 선택해달라고 간절하게 호소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마크롱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현지 지역 신문들에 보낸 기고문에서 "이번 해산은 유럽 선거에서의 여러분의 투표를 인정하고, 이미 여기에 있는 혼란과 앞으로 다가올 더 큰 혼란에 대응하기 위한 유일한 선택이었다"고 주장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단지 총리나 정부를 바꾸는 것이 "나에게는 쉬웠겠지만, 그것은 어떤 문제도 고치지 못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야당이 올해 후반에 그의 정부를 축출할 계획을 짜고 있었기 때문에 지금 선거를 치르기로 결정했다면서 야당은 연간 예산을 통과시켜야 할 바로 그 순간에 프랑스를 위기에 빠뜨렸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치에 대한 국민적 냉소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시각에 대해서는 유권자들로부터 메시지를 받아 알고 있다고 심정을 밝혔다.

마크롱 대통령은 "내가 전혀 못 보고 있는 것이 아니라 민주주의 제도에 대한 시민들의 불만과 무관심을 인식하고 있다"며 "국민과 국가를 운영하는 사람들 사이에 균열이 있는데 우리가 이를 메워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9일 종료된 유럽의회 선거에서 유럽의 간판 극우인사인 마린 르펜이 이끄는 극민연합(RN)에 참패해 위기를 맞았다.

당시 RN은 31.5%를 득표해 마크롱 대통령의 집권 여당인 르네상스(14.6%)를 더블 스코어로 누르며 돌풍을 일으켰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런 결과가 나온 직후 의회를 해산하고 오는 30일과 내달 7일에 조기 총선을 치르겠다고 선언했다. 여론조사 기관 오피니언웨이가 최근 공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RN에 대한 지지율은 35%로 1위였다.

좌파 4개 정당 연합인 신민중전선(NFP)이 27%로 그 뒤를 이었고, 르네상스는 20%에 그쳤다.

마크롱 대통령은 자신이 승부수로 던진 조기총선에서 참패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음에도 애써 희망을 버리지는 않았다.

그는 RN과 NFP를 언급하면서 자신이 소속된 정당이 극좌와 극우에 맞서는 최고의 성벽이라고 주장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어 2027년 5월 대통령 임기가 끝나기 전에는 사임할 계획이 없다고 거듭 밝혔다.

그는 "많은 이들에게 이 일이 놀라운 일로 다가오고 우려와 거부감, 때로는 나를 향한 분노까지 불러일으킨다는 것을 안다"며 "이해하고 듣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통치 방식이 크게 바뀌어야 한다"며 권위주의, 일방주의 논란을 불러일으킨 자신의 톱다운 통치 방식을 버리겠다는 과거의 공약을 되풀이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