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체는 피했으나…'부익부 빈익빈' 심해진 미국

빚진 사람은 고금리 부담 가중

현금 여유 있는 사람은 앉아서 연 5% 수익 만끽
사진=Reuters
미 중앙은행(Fed)의 긴축과 채권시장 정책 때문에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경기 침체는 피했지만, 경제의 그늘이 넓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23일(현지시간) 금융주간지 배런스는 "Fed가 경기침체는 피했지만 일부 계층은 낙오시켰다"는 제목으로 이같이 보도했다. Fed는 2022년부터 40년 만에 가장 공격적인 긴축 사이클을 실행했다. 경기 침체의 가장 신뢰할 만한 지표인 수익률 곡선 역전 현상은 장기간 지속되고 있다. 여러 지표로 볼 때 미국의 경기 후퇴는 시작됐다. 이에 대해 경제 전문가들은 경기가 '연착륙'하고 있다고 본다. 현재 경기 상황을 '매우 과열된 수준에서 '정상화'되는 과정일 뿐이란 설명이다. 지난달 미국의 노동 인구는 1억6800만 명이며 이 가운데 4%인 약 660만명만 실업자다. 이 비율은 1년 전의 3.7%에서 소폭 상승했을 뿐이며 절대적인 기준에선 높은 게 아니라는 설명이다. 야데니 리서치의 에드워드 야데니 대표는 이달 초 웹캐스트에서 "아주 잘하고 있는 경제와 그렇지 못한 두 개 스테이지의 경제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성공하지 못한 사례는 금융 불안정으로 작년에 5개 은행이 문을 닫고, 대기업들은 대량 감원을 실시한 것과 관계가 있다.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 사는 라이언 콜먼 씨(43)는 네트워크 보안 회사의 제품 지원 서비스 부서에서 근무하다 작년 9월에 직장을 잃었다. 그는 현재 4만600달러의 빚을 지고 있고, 임대료를 절약하기 위해 가족의 집에 얹혀살고 있다. 콜먼 씨는 "지난 278일 동안 700개가 넘는 일자리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그는 "수백, 수천 명의 지원자와 경쟁했고 (내게 맞는) 일자리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경제의 회복력을 유지하고 어려운 사람들을 돕기 위해 정부는 사회 보장 확대, 새로운 건강 보험 보조금, 세금 감면, 학자금 대출 탕감 등 공격적인 지출을 하고 있다. 2024년 연방 지출 전망치는 지난 2월 의회예산국(CBO)의 전망치보다 증가한 6조8000억달러에 달한다. 이 같은 정부 지출이 국민들의 재산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도 상당하다. 로이톨드그룹 더그 램지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재정 지출이 경제를 부양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지만, 인플레이션도 부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Fed 역시 양극화를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Fed는 현재 정부의 장기 국채와 모기지부채증권(MBS) 등을 더 많이 매입하고 있다. Fed 포트폴리오의 가중 평균 만기는 팬데믹 정점 당시 7.6년에서 8.8년으로 늘어났다. 이 때문에 단기채권 금리는 상대적으로 더욱 높아지고 있고 상당 부분이 개인 투자상품으로 시장에 풀린다. 미국 정부는 최근 17주 만기물 국채 경매에서 투자자들에게 연 5% 이상의 수익률을 제공했다. 금융자산이 풍부한 투자자는 연 5% 내외의 고수익을 올리고 있다는 얘기다. 반면 빚을 진 사람은 높은 이자율 속에서 허우적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