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 건축가 김원의 2대에 걸친 컬렉션…책 '건축가의 서재'

독립기념관, 코엑스 등을 설계한 원로 건축가 김원(81) 건축환경연구소 광장 대표는 우리 서화를 수집하고 소장한 컬렉터이기도 하다.

그의 컬렉션은 부모로부터 시작됐다. 고위공무원으로 6·25 전쟁 때 순직한 아버지는 고미술 애호가였다.

아버지가 특별히 아꼈던 현재 심사정과 소당 이재관의 산수화는 아직도 김원의 서재를 지키고 있다.

일본에서 유학한 신여성이었던 어머니는 부산에서 지인들과 '병풍계'를 만들어 돌아가면서 병풍을 구입하게 하는 등 전후 부산의 예술가들을 후원했다. 김원은 이런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서화에 자신의 수집품을 더하며 '대(代)를 이은 컬렉션'을 완성해가고 있다.

신간 '건축가의 서재'는 김원이 대를 이어 수집하고 소장해 온 우리 전통 회화와 서예 작품들을 소개하는 서화 작품집이다.

고문헌 연구가인 석한남씨가 김원의 컬렉션 중 심사정, 이재관, 추사 김정희, 역관으로 활동했던 오경석, 위창 오세창, 의재 허백련, 남정 박노수 등의 전통 회화와 서예 작품 60여점의 그림의 화제(畵題)와 서예 글씨를 역주해 소개하고 미술사적 해설도 덧붙였다. 책은 작품에만 그치지 않고 노건축가의 2대에 걸친 예술가들의 인연도 곁들여 전한다.

김원의 컬렉션에는 현대미술 작품도 있지만 미술시장에서 탐내는 '핫 아이템'은 그리 많지 않다.

저자는 현대미술에 밀려 상대적으로 고서화가 낮은 가치로 평가받는 한국 미술시장의 현실을 지적하기도 한다. 저자는 "김원은 다양한 서체의 서예 작품이나 그림 속의 화제 글씨를 읽을 수 있는 사람이 사라져 가고 있는 현실을 안타까워했다"면서 "그래서 더 늦기 전에 대를 이어 소장한 서화 작품들을 제대로 풀이해서 정리하고 싶어했다"고 전했다.

태학사·도서출판 광장. 192쪽.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