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항공우주산업. 한국형 전투기 'KF-21' 영공 지킨다…공중급유로 원거리 작전능력도 입증

지난해 6월 대한민국 공군이 KF-21 시제 6호기의 최초비행을 마친 뒤 1~3호기를 활주로에 배열해놨다. KAI 제공
지난달 9일 대한민국 영공을 55년간 수호하던 F-4 팬텀이 퇴역하며 수호 임무를 KF-21에 넘겨줬다. 이날 퇴역식 무대에 오른 F-4팬텀 4대는 국토 순례 비행을 하며 KF-21 시제기 2대와 함께 편대를 형성했다. 공중 임무 교대를 상징하는 장면이다.

KF-21은 한국이 처음으로 제작한 한국형 전투기다. 2001년 개발을 시작한 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24년 만에 양산에 나선다. 지난 3월 방위사업추진위원회는 KF-21 최종 양산 계약을 의결했다. 전투기 개발은 한 세대가 걸릴 정도로 오랜 기간이 필요하다. 첨단기술의 집약체라서다. KF-21은 퇴역을 앞둔 F-4, F-5를 순차적으로 대체할 계획이다.KAI는 양산계약을 앞두고 협력 업체 부품공급망 점검 및 생산라인 구축과 치공구 확보 등 양산 준비에 돌입했다. KF-21 개발에는 국내 협력 업체가 약 600여개 참여했다. 2017년 무기체계 연구원 연구 결과에 따르면 KF-21 개발 및 양산을 통한 생산유발 효과가 약 24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기술파급 효과는 약 49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수출에 성공할 경우 산업 파급 효과는 더욱 증대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KAI가 국방과학연구소와 공동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2028년까지 항공산업의 취업 유발효과가 11만명이고 양산에 돌입하면 10만개 이상의 일자리가 추가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KF-21은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첨단 기술이 적용된 전투기다. 국내에서 독자적으로 성능 개량이 가능하고 무장 체계를 통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체계 개발 단계에서 양산 단계로 전환하며 항공기 성능과 안전성에 대한 검증을 마쳤다. 사실상 전력 배치 준비를 끝냈다는 설명이다.
KAI가 개발한 신형 전투기 KF-21이 지난 3월 남해 영공에서 다목적공중급유기 KC-330으로부터 항공유를 보급받고 있다. KAI 제공
KAI는 현재 KF-21의 비행 영역 확장을 위한 시험비행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해 6월 시제 6호기까지 모두 첫 비행에 성공했다. 올해 3월에는 공중급유 비행에 처음 성공해 원거리 작전 능력까지 확보했다. 지난달에는 마하 1.8 최고속도 돌파와 공대공 미티어 유도발사에 성공하며 영역을 확장해 전투기 완성도를 높였다.KAI는 KF-21 원가 경쟁력을 개선하려 국산화 비율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원천기술 보유국의 수출통제와 부품 공급 문제로 인한 납기 지연 최소화를 위해서다. 국산화율 65%가 목표다. 양산 단계에서 추가적인 국산화율을 확대하기 위한 별도 과제와 개발 완료 후 체계검증을 통해 지속해서 국산화 품목 적용을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KAI는 KF-21을 기반으로 글로벌 항공우주산업 기업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다목적 전투기 FA-50을 포함해 지금까지 KAI가 제조한 T-50 계열 항공기 수출 대수는 130여 대에 달한다. KT-1 계열의 수출 물량을 포함하면 항공기 수출실적은 220대를 넘긴다. 대한민국 공군이 운용 중인 항공기를 포함하면 700대다. KF-21과 소형 무장헬기(LAH) 양산이 본격화되면 1000대까지 확대된다.

강구영 KAI 사장은 “KF-21은 항공우주산업 불모지 대한민국에서 일궈낸 역사적 성과이며 현재와 미래 후손을 잇는 교량 역할을 당당하게 해낼 것이다”고 강조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