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내 괴롭힘? 기분상해죄!
입력
수정
한경 CHO Insight
김상민 변호사의 '스토리 노동법'
‘기분이 상하다’와 ‘상해죄’를 결합하여 만든 신조어로 '기분상해죄'라는 말이 있다. 특히 최근 한 초등학교 교사의 극단적 선택 사건과 관련해 교사들이 학부모들로부터 악성 민원은 물론 폭언, 모욕을 당하는 일이 사회적 이슈가 되면서 ‘(내 아이) 기분상해죄’라는 말이 더욱 더 인구에 회자되고 있다. 기분상해죄는 죄가 아니라는 인식에서 발생한 현상으로 이해된다.직장에서도 직장 내 괴롭힘 제도와 관련한 기분상해죄가 자주 문제된다. 직장 상사가 싫은 소리를 했다거나 화를 냈다는 이유로 직장 내 괴롭힘 신고를 하거나 이왕 회사와 관계가 틀어진 김에 화풀이 또는 기타 다른 목적으로 주위 사람들을 괴롭힘으로 신고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옆에서 무슨 말만 하면 직장 내 괴롭힘 신고를 남발하여 1일 1신고가 이루어지는 경우도 보았다.
물론 직장 내 괴롭힘 방지가 법제화되면서 과거 잘못된 직장 문화가 많이 개선되면서, 막말이 점차 사라지고 타인을 배려하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은 큰 성과이다. 그러나 이러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이를 기분상해죄 정도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고, 직장 내 괴롭힘 신고의 남발로 괴롭힘을 호소하는 선량한 직장인들이 급격히 늘어나며 직장질서까지 훼손되는 사례 또한 빈발하여 이러한 성과가 매우 희석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직장 내 괴롭힘 신고 오남용은 고용노동부 직장 괴롭힘 매뉴얼의 ‘분리조치’와 결합되면서 그 폐해가 극대화된다. 근로기준법 제76조의 3 제3항은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한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 해당 피해근로자 등에 대하여 근무장소의 변경, 유급휴가 명령 등 적절한 조치를 하되, 피해근로자 등의 의사에 반하는 조치를 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법에는 ‘분리조치’라는 단어가 등장하지 않지만, 현실에서는 위 규정에 따른 조치를 분리조치로 이해하고 있고, 감독기관 역시 분리조치를 매우 강조하고 있는데, 피해근로자 등에게 유급휴가를 주는 경우가 많지만 출근을 하겠다고 하면 가해자로 지목된 이는 짐을 싸서 다른 곳으로 가야하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짐을 쌀 만한 일을 했다면 별로 문제가 안되겠지만, 현실에서는 아무리 말이 안되는 주장이라도 일단 직장 내 괴롭힘이라는 딱지만 붙이면 무조건 ‘분리조치’가 이루어져야 하는 것처럼 법 적용이 되고 있고, 이것이 오남용을 유발하는 큰 원인이기도 하다. 법에서는 필요한 경우 적절한 조치를 하도록 하고 있는데, ‘분리조치’만이 해답이라는 법 집행 앞에서 회사의 운신의 폭은 매우 좁을 수밖에 없다.
곧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5년을 맞아 실시된 여론조사 결과도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개정 필요성에 대하여 86.7%가 찬성하였고, 지속성 및 반복성 기준을 법에 담는 것을 찬성하는 비중도 66.7%에 이른다.
직장 내 괴롭힘은 △지위 또는 관계의 우위 이용 △업무상 적정 범위 초과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라는 요건을 충족해야 하고, 단순히 상대방의 기분을 나쁘게 한다거나 일시적인 감정표출만으로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최근 법원은 부하 직원을 질책하는 과정에서 고성을 지르고 부적절한 언행이 있었던 사안에서 ‘어떠한 악의적 의도나 감정을 가지고 계획된 행위는 아니고, 일회적으로 발생한 것일 뿐 이후 고성이나 폭언 등의 행위가 지속·반복된 것도 아니’라는 이유로 직장 내 괴롭힘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고(서울중앙지방법원 2022. 1. 19. 선고 2021나42155 판결), 직장 상사들이 회의 중 비속어, 욕설 등을 한 것이 문제된 사건에서, 이는 듣는 사람에게 불쾌감을 주지만, 회의에서 계속 동일한 주장을 이어가는 것을 장시간 반박하다 감정이 격앙되어 한 발언일 뿐 일상적인 욕설이나 유사한 언행은 업었으며, 개인에 대한 직접적 욕설이라거나 인신공격이라기 보다는 문제 상황이나 해결 방안에 관한 내용으로 보이는 등의 이유로 직장 내 괴롭힘 성립을 인정하지 않았다(수원지방법원 2024. 6. 11. 선고 2022가단562363 판결). 회의 도중 답답하여 일시적으로 한 발언이 비록 상대방의 기분을 상하게 했을 수는 있지만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직장 내 괴롭힘은 아니라는 것이다(물론 욕설이나 비속어 사용은 바람직하지 않고 직장 내 괴롭힘은 되지 않을 수 있어도 다른 징계사유에 해당할 수 있다).
한편 직장 내 괴롭힘은 단순히 직장 내부의 문제만은 아닐 수 있는데, 직원 사이에 직장 내 괴롭힘이 성립하면, 피해 근로자는 회사를 상대로 민법 제756조의 사용자책임에 따른 손해배상을 구할 수 있기 때문에 회사에 금전적인 손해가 발생할 수 있다.
직장 내 괴롭힘에 관한 법 개정 논의와 관련해 두 가지 측면에서 개정방향이 고려될 필요가 있다. 첫째, 주장 자체로 직장 내 괴롭힘이 성립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피해근로자의 지위를 인정하지 않거나 조사 및 조치 의무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 악성민원에 대한 해소책이 필요한 것이다. 현 상태에서는 직장 내 괴롭힘 신고의 오남용에 무방비일 수밖에 없고, 회사는 울며 겨자먹기로 분리조치를 하며, 가해자로 지목된 동료는 여기저기 불려다니며 조사를 받고 다른 자리로 쫓겨가는 상황을 막을 수 없다. 무고를 한 경우 직장질서 위반으로 징계대상이 될 수 있지만, 직장 내 괴롭힘 신고를 이유로 괴롭힘을 하면 형사처벌 대상이 되기 때문에 과감하게 이런 조치를 취하기는 어렵다.둘째, 여론조사에서도 지적되고 판결례에서도 확인되는 것처럼 지속성이나 반복성과 같이 진짜 ‘괴롭힘’으로 인정될 만한 요건들을 추가하여 남용을 방지하는 방법이다. 의도가 감정을 가지고 한 행위에 한하여 인정하는 것으로 하는 방법도 있고, 이것이 괴롭힘이라는 개념에 더 부합해 보이기도 한다.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5년, 머리를 맞대고 직장 내 괴롭힘 제도가 당초 취지에 맞게 긍정적인 방향으로 운영되고 오남용으로 인한 부작용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 볼 시기가 되었다.
김상민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물론 직장 내 괴롭힘 방지가 법제화되면서 과거 잘못된 직장 문화가 많이 개선되면서, 막말이 점차 사라지고 타인을 배려하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은 큰 성과이다. 그러나 이러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이를 기분상해죄 정도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고, 직장 내 괴롭힘 신고의 남발로 괴롭힘을 호소하는 선량한 직장인들이 급격히 늘어나며 직장질서까지 훼손되는 사례 또한 빈발하여 이러한 성과가 매우 희석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직장 내 괴롭힘 신고 오남용은 고용노동부 직장 괴롭힘 매뉴얼의 ‘분리조치’와 결합되면서 그 폐해가 극대화된다. 근로기준법 제76조의 3 제3항은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한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 해당 피해근로자 등에 대하여 근무장소의 변경, 유급휴가 명령 등 적절한 조치를 하되, 피해근로자 등의 의사에 반하는 조치를 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법에는 ‘분리조치’라는 단어가 등장하지 않지만, 현실에서는 위 규정에 따른 조치를 분리조치로 이해하고 있고, 감독기관 역시 분리조치를 매우 강조하고 있는데, 피해근로자 등에게 유급휴가를 주는 경우가 많지만 출근을 하겠다고 하면 가해자로 지목된 이는 짐을 싸서 다른 곳으로 가야하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짐을 쌀 만한 일을 했다면 별로 문제가 안되겠지만, 현실에서는 아무리 말이 안되는 주장이라도 일단 직장 내 괴롭힘이라는 딱지만 붙이면 무조건 ‘분리조치’가 이루어져야 하는 것처럼 법 적용이 되고 있고, 이것이 오남용을 유발하는 큰 원인이기도 하다. 법에서는 필요한 경우 적절한 조치를 하도록 하고 있는데, ‘분리조치’만이 해답이라는 법 집행 앞에서 회사의 운신의 폭은 매우 좁을 수밖에 없다.
곧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5년을 맞아 실시된 여론조사 결과도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개정 필요성에 대하여 86.7%가 찬성하였고, 지속성 및 반복성 기준을 법에 담는 것을 찬성하는 비중도 66.7%에 이른다.
직장 내 괴롭힘은 △지위 또는 관계의 우위 이용 △업무상 적정 범위 초과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라는 요건을 충족해야 하고, 단순히 상대방의 기분을 나쁘게 한다거나 일시적인 감정표출만으로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최근 법원은 부하 직원을 질책하는 과정에서 고성을 지르고 부적절한 언행이 있었던 사안에서 ‘어떠한 악의적 의도나 감정을 가지고 계획된 행위는 아니고, 일회적으로 발생한 것일 뿐 이후 고성이나 폭언 등의 행위가 지속·반복된 것도 아니’라는 이유로 직장 내 괴롭힘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고(서울중앙지방법원 2022. 1. 19. 선고 2021나42155 판결), 직장 상사들이 회의 중 비속어, 욕설 등을 한 것이 문제된 사건에서, 이는 듣는 사람에게 불쾌감을 주지만, 회의에서 계속 동일한 주장을 이어가는 것을 장시간 반박하다 감정이 격앙되어 한 발언일 뿐 일상적인 욕설이나 유사한 언행은 업었으며, 개인에 대한 직접적 욕설이라거나 인신공격이라기 보다는 문제 상황이나 해결 방안에 관한 내용으로 보이는 등의 이유로 직장 내 괴롭힘 성립을 인정하지 않았다(수원지방법원 2024. 6. 11. 선고 2022가단562363 판결). 회의 도중 답답하여 일시적으로 한 발언이 비록 상대방의 기분을 상하게 했을 수는 있지만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직장 내 괴롭힘은 아니라는 것이다(물론 욕설이나 비속어 사용은 바람직하지 않고 직장 내 괴롭힘은 되지 않을 수 있어도 다른 징계사유에 해당할 수 있다).
한편 직장 내 괴롭힘은 단순히 직장 내부의 문제만은 아닐 수 있는데, 직원 사이에 직장 내 괴롭힘이 성립하면, 피해 근로자는 회사를 상대로 민법 제756조의 사용자책임에 따른 손해배상을 구할 수 있기 때문에 회사에 금전적인 손해가 발생할 수 있다.
직장 내 괴롭힘에 관한 법 개정 논의와 관련해 두 가지 측면에서 개정방향이 고려될 필요가 있다. 첫째, 주장 자체로 직장 내 괴롭힘이 성립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피해근로자의 지위를 인정하지 않거나 조사 및 조치 의무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 악성민원에 대한 해소책이 필요한 것이다. 현 상태에서는 직장 내 괴롭힘 신고의 오남용에 무방비일 수밖에 없고, 회사는 울며 겨자먹기로 분리조치를 하며, 가해자로 지목된 동료는 여기저기 불려다니며 조사를 받고 다른 자리로 쫓겨가는 상황을 막을 수 없다. 무고를 한 경우 직장질서 위반으로 징계대상이 될 수 있지만, 직장 내 괴롭힘 신고를 이유로 괴롭힘을 하면 형사처벌 대상이 되기 때문에 과감하게 이런 조치를 취하기는 어렵다.둘째, 여론조사에서도 지적되고 판결례에서도 확인되는 것처럼 지속성이나 반복성과 같이 진짜 ‘괴롭힘’으로 인정될 만한 요건들을 추가하여 남용을 방지하는 방법이다. 의도가 감정을 가지고 한 행위에 한하여 인정하는 것으로 하는 방법도 있고, 이것이 괴롭힘이라는 개념에 더 부합해 보이기도 한다.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5년, 머리를 맞대고 직장 내 괴롭힘 제도가 당초 취지에 맞게 긍정적인 방향으로 운영되고 오남용으로 인한 부작용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 볼 시기가 되었다.
김상민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