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여름 불청객 '러브버그'…올핸 역대급 이른 폭염 속 더 극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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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 원인 지목…"한반도 아열대화, 러브버그 대발생 부추겨"
"살충제 살포 오히려 역효과…휴지 등 물리적 방법으로 제거해야" 초여름이면 찾아오는 붉은등우단털파리(일명 러브버그)가 올해 유난히 더 기승을 부리고 있다. 평년을 웃도는 기온이 이어지면서 서울에서는 역대 가장 이른 열대야가 나타날 만큼 유독 빨리 찾아온 무더위 때문에 아열대 기후에서 서식하는 러브버그 또한 급격히 늘어난 것이다.
러브버그는 '익충'으로 볼 수 있지만, 장소를 가리지 않고 떼로 출몰하면서 사람들에게 불편을 주고 있다.
이로 인한 민원도 급증해 지방자치단체에서는 러브버그 없애기에 골머리를 앓는 실정이다. 환경부와 전문가들은 살충제를 뿌리는 식의 화학적 방제는 오히려 러브버그의 대발생을 부추길 수 있다며 야간에는 불빛을 줄이고 실내로 들어온 러브버그는 휴지나 빗자루 등 물리적 방법으로 제거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 어딜 가나 러브버그 떼…아열대로 변하는 한반도 원인
24일 환경부와 지지체 등에 따르면 최근 도심, 공원은 물론 주거지 주변까지 덕지덕지 붙어 있는 검은색 곤충 떼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암수 한 쌍이 붙어서 날아다녀 러브버그라고 불리는 붉은등우단털파리다. 러브버그는 성충이 된 이후 암수가 꼬리를 맞대고 붙은 채 비행하거나 먹이를 먹는 특성이 있다.
독성이 없고 인간을 물거나 질병을 옮기지도 않는 데다가 유충일 때는 흙바닥에서 낙엽과 유기물을 분해하고 성충이 되면 꽃꿀과 수액을 먹으로 수분을 매개해 익충으로 분류된다.
6월 중순에서 7월 초까지 1년에 1회 주로 서울·경기 등 수도권에서 발생한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새 유독 많은 개체가 출몰한 데다가 기존 주 서식지인 산속은 물론, 도심과 공원, 아파트 정원 등에서도 떼로 발견되면서 '골칫거리'가 돼 버렸다.
국민의힘 윤영희 서울시의원이 서울시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러브버그로 인한 민원은 2022년 4천418건에서 지난해 5천600건으로 27% 증가했다.
또 2022년 서울 자치구별 러브버그 민원의 98%가 은평·서대문·마포구 3개 구에 집중됐던 것과 달리 작년에는 25개 모든 자치구에서 민원이 들어왔다.
이처럼 러브버그가 대발생한 이유로 전문가들은 기후변화를 꼽는다.
러브버그는 중국 남부, 대만 등 아열대 기후에서 서식하는 생물이다.
지구온난화로 한반도 기후가 아열대성으로 변해가면서 기온이 더 높은 지역에 살던 곤충이 우리나라까지 서식지를 확대한 것이다.
서울대 연구팀은 2022년 12월 미국 곤충학회가 발간하는 학술지 '종합적 유해생물 관리'에 게재한 논문에서 앞으로 50년 내 동북아시아와 일본 상당 부분이 러브버그가 살 수 있는 지역으로 바뀔 것으로 전망했다.
연구팀은 "서울이 러브버그가 서식할 수 있는 '북방한계'가 됐다"면서 "이는 북위 33도보다 남쪽 아열대에 살던 러브버그가 온대지역으로 서식지를 확대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온난화는 러브버그를 비롯한 여러 생물의 대발생을 유도할 수 있다.
국립생물자원관이 지난해 8월 개최한 '대발생 생물 대응 워크숍'에서 정종국 강원대 산림과학부 교수는 지난 3∼5월 대벌레알 4천500개를 고도 100m마다 배치한 결과 고도 100m에서는 30%던 부화율이 500m에서는 5%로 떨어졌다고 밝혔다.
고도가 100m 높아지면 기온은 0.65도 내려간다.
결국 기온이 올라가면 그만큼 대벌레의 부화율이 높아져 대발생 가능성도 커지는 셈이다.
이런 결과는 러브버그와 5∼6월과 8∼9월 하천을 낀 지역에서 대발생하는 '팅커벨'이라고도 불리는 동양하루살이에도 적용된다.
올해의 이른 폭염은 러브버그의 대발생을 더 부추겼다.
이달 1∼20일 폭염일수는 2.4일로, 이미 역대 6월 최다를 기록했다.
평년(1991∼2020년 평균) 6월 한 달 폭염일수인 0.6일의 4배에 달한다.
서울은 지난 21일 관측 이래 가장 이른 열대야가 나타났다.
작년(6월 28일)보다 일주일 이르고 2022년 6월 26일 사상 첫 '6월 열대야'가 나타난 데 이어 올해까지 3년 연속 6월 중 첫 열대야다.
국립생물자원관 박선재 연구관은 "일반적으로 온도와 습도가 올라가면 곤충이 활동하기 좋은 조건이 된다"면서 "기존 실험 결과를 보면 (고온다습한 기후는) 개체수가 늘어나거나 크기가 커져 대발생에 좋은 환경이 된다"고 설명했다. ◇ 화학적 방제는 오히려 '독'…"어둡게 하고 휴지로 제거"
러브버그는 익충으로 볼 수 있지만, 떼를 지어 출몰하는 데다가 사람에게 날아드는 습성이 있어 민원이 잇따르자 지자체에서도 방역에 나섰다.
서울 양평구는 최근 고압 살수차 등 방역 차량 15대, 초미립자 살포기, 충전식·압축식 분무기를 동원해 주택가, 다중이용시설, 녹지 등에서 러브버그 방역 작업을 시행하고 있다.
서울 중구는 올해 여름부터 주민 신청을 받아 도심 열섬효과를 예방하는 동시에 러브버그 퇴치에도 효과를 볼 수 있는 살수차를 투입하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살충제를 뿌리는 식의 방제는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살충제를 뿌리면 천적까지 없애 오히려 대발생하기 쉬운 환경이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타깃이 아닌 다른 생물이 예상하지 못한 악영향을 받거나 살충제에 내성을 가진 다른 생물이 나타날 위험이 있다.
농약이 식물에 침투해 장기간 머물 가능성도 있다.
국립생물자원관 대발생 생물 대응 워크숍에서 신승관 서울대 교수는 "방제를 무분별하게 진행하면 제2의 러브버그가 나올 수 있다"라며 "방제가 생태계에 어떤 식으로 영향을 주는지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국립생물자원관은 러브버그를 비롯해 대발생 생물의 출몰 원인과 개체수를 효과적으로 줄일 방안을 찾기 위해 올해 1월부터 '대발생 생물 발생원인 및 관리방안 마련 연구'에 들어갔다.
환경부는 러브버그가 나타나면 야간에는 조명의 밝기를 최소화하고 불빛 주변에 끈끈이 패드 등을 설치하라고 조언했다. 실내로 들어올 경우 살충제를 뿌리기보다는 휴지, 빗자루 등 물리적인 방법으로 제거하고 밝은색을 좋아하기 때문에 외출할 때는 어두운색 옷을 입으면 몸에 러브버그가 달라붙는 것을 예방할 수 있다.
/연합뉴스
"살충제 살포 오히려 역효과…휴지 등 물리적 방법으로 제거해야" 초여름이면 찾아오는 붉은등우단털파리(일명 러브버그)가 올해 유난히 더 기승을 부리고 있다. 평년을 웃도는 기온이 이어지면서 서울에서는 역대 가장 이른 열대야가 나타날 만큼 유독 빨리 찾아온 무더위 때문에 아열대 기후에서 서식하는 러브버그 또한 급격히 늘어난 것이다.
러브버그는 '익충'으로 볼 수 있지만, 장소를 가리지 않고 떼로 출몰하면서 사람들에게 불편을 주고 있다.
이로 인한 민원도 급증해 지방자치단체에서는 러브버그 없애기에 골머리를 앓는 실정이다. 환경부와 전문가들은 살충제를 뿌리는 식의 화학적 방제는 오히려 러브버그의 대발생을 부추길 수 있다며 야간에는 불빛을 줄이고 실내로 들어온 러브버그는 휴지나 빗자루 등 물리적 방법으로 제거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 어딜 가나 러브버그 떼…아열대로 변하는 한반도 원인
24일 환경부와 지지체 등에 따르면 최근 도심, 공원은 물론 주거지 주변까지 덕지덕지 붙어 있는 검은색 곤충 떼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암수 한 쌍이 붙어서 날아다녀 러브버그라고 불리는 붉은등우단털파리다. 러브버그는 성충이 된 이후 암수가 꼬리를 맞대고 붙은 채 비행하거나 먹이를 먹는 특성이 있다.
독성이 없고 인간을 물거나 질병을 옮기지도 않는 데다가 유충일 때는 흙바닥에서 낙엽과 유기물을 분해하고 성충이 되면 꽃꿀과 수액을 먹으로 수분을 매개해 익충으로 분류된다.
6월 중순에서 7월 초까지 1년에 1회 주로 서울·경기 등 수도권에서 발생한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새 유독 많은 개체가 출몰한 데다가 기존 주 서식지인 산속은 물론, 도심과 공원, 아파트 정원 등에서도 떼로 발견되면서 '골칫거리'가 돼 버렸다.
국민의힘 윤영희 서울시의원이 서울시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러브버그로 인한 민원은 2022년 4천418건에서 지난해 5천600건으로 27% 증가했다.
또 2022년 서울 자치구별 러브버그 민원의 98%가 은평·서대문·마포구 3개 구에 집중됐던 것과 달리 작년에는 25개 모든 자치구에서 민원이 들어왔다.
이처럼 러브버그가 대발생한 이유로 전문가들은 기후변화를 꼽는다.
러브버그는 중국 남부, 대만 등 아열대 기후에서 서식하는 생물이다.
지구온난화로 한반도 기후가 아열대성으로 변해가면서 기온이 더 높은 지역에 살던 곤충이 우리나라까지 서식지를 확대한 것이다.
서울대 연구팀은 2022년 12월 미국 곤충학회가 발간하는 학술지 '종합적 유해생물 관리'에 게재한 논문에서 앞으로 50년 내 동북아시아와 일본 상당 부분이 러브버그가 살 수 있는 지역으로 바뀔 것으로 전망했다.
연구팀은 "서울이 러브버그가 서식할 수 있는 '북방한계'가 됐다"면서 "이는 북위 33도보다 남쪽 아열대에 살던 러브버그가 온대지역으로 서식지를 확대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온난화는 러브버그를 비롯한 여러 생물의 대발생을 유도할 수 있다.
국립생물자원관이 지난해 8월 개최한 '대발생 생물 대응 워크숍'에서 정종국 강원대 산림과학부 교수는 지난 3∼5월 대벌레알 4천500개를 고도 100m마다 배치한 결과 고도 100m에서는 30%던 부화율이 500m에서는 5%로 떨어졌다고 밝혔다.
고도가 100m 높아지면 기온은 0.65도 내려간다.
결국 기온이 올라가면 그만큼 대벌레의 부화율이 높아져 대발생 가능성도 커지는 셈이다.
이런 결과는 러브버그와 5∼6월과 8∼9월 하천을 낀 지역에서 대발생하는 '팅커벨'이라고도 불리는 동양하루살이에도 적용된다.
올해의 이른 폭염은 러브버그의 대발생을 더 부추겼다.
이달 1∼20일 폭염일수는 2.4일로, 이미 역대 6월 최다를 기록했다.
평년(1991∼2020년 평균) 6월 한 달 폭염일수인 0.6일의 4배에 달한다.
서울은 지난 21일 관측 이래 가장 이른 열대야가 나타났다.
작년(6월 28일)보다 일주일 이르고 2022년 6월 26일 사상 첫 '6월 열대야'가 나타난 데 이어 올해까지 3년 연속 6월 중 첫 열대야다.
국립생물자원관 박선재 연구관은 "일반적으로 온도와 습도가 올라가면 곤충이 활동하기 좋은 조건이 된다"면서 "기존 실험 결과를 보면 (고온다습한 기후는) 개체수가 늘어나거나 크기가 커져 대발생에 좋은 환경이 된다"고 설명했다. ◇ 화학적 방제는 오히려 '독'…"어둡게 하고 휴지로 제거"
러브버그는 익충으로 볼 수 있지만, 떼를 지어 출몰하는 데다가 사람에게 날아드는 습성이 있어 민원이 잇따르자 지자체에서도 방역에 나섰다.
서울 양평구는 최근 고압 살수차 등 방역 차량 15대, 초미립자 살포기, 충전식·압축식 분무기를 동원해 주택가, 다중이용시설, 녹지 등에서 러브버그 방역 작업을 시행하고 있다.
서울 중구는 올해 여름부터 주민 신청을 받아 도심 열섬효과를 예방하는 동시에 러브버그 퇴치에도 효과를 볼 수 있는 살수차를 투입하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살충제를 뿌리는 식의 방제는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살충제를 뿌리면 천적까지 없애 오히려 대발생하기 쉬운 환경이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타깃이 아닌 다른 생물이 예상하지 못한 악영향을 받거나 살충제에 내성을 가진 다른 생물이 나타날 위험이 있다.
농약이 식물에 침투해 장기간 머물 가능성도 있다.
국립생물자원관 대발생 생물 대응 워크숍에서 신승관 서울대 교수는 "방제를 무분별하게 진행하면 제2의 러브버그가 나올 수 있다"라며 "방제가 생태계에 어떤 식으로 영향을 주는지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국립생물자원관은 러브버그를 비롯해 대발생 생물의 출몰 원인과 개체수를 효과적으로 줄일 방안을 찾기 위해 올해 1월부터 '대발생 생물 발생원인 및 관리방안 마련 연구'에 들어갔다.
환경부는 러브버그가 나타나면 야간에는 조명의 밝기를 최소화하고 불빛 주변에 끈끈이 패드 등을 설치하라고 조언했다. 실내로 들어올 경우 살충제를 뿌리기보다는 휴지, 빗자루 등 물리적인 방법으로 제거하고 밝은색을 좋아하기 때문에 외출할 때는 어두운색 옷을 입으면 몸에 러브버그가 달라붙는 것을 예방할 수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