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경제' 중심에 선 엔비디아…언제까지 열풍 유지할까

새 기술에 대한 시대의 신호…닷컴 버블처럼 아픈 역사 반복 우려도
"당시와 수요에서 중대한 차이, 수익 대비 주가도 달라"
인공지능(AI) 대장주로 불리는 엔비디아가 지난주 잠시 세계 시가총액 1위 기업에 오르면서 엔비디아가 언제까지 'AI 경제'의 중심에 있을 것이냐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엔비디아가 불과 이틀 만에 다시 시총 3위 기업으로 내려온 것은 이 시장의 경쟁이 매우 치열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동시에 칩 제조업체가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회사로 잠시 등극한 것은 새로운 기술에 대한 시대의 신호이기도 하다.

엔비디아 주가는 지난 2022년 11월 오픈AI의 히트작 챗GPT가 출시된 이후 약 700% 상승했다. 대규모 AI 시스템을 구축할 때 엔비디아의 그래픽 처리장치(GPU)가 가장 효율적이라는 평가 때문이다.

메타와 마이크로소프트 등 AI 혁명에 동참하려는 빅테크 기업들이 엔비디아의 첨단 반도체를 공급받기 위해 줄을 섰다.

상대적으로 무명인 기업이 시가총액 1위까지 오르자 과거 닷컴 버블이 형성됐다가 꺼지던 당시의 기억도 살아났다. 지난 2000년 3월 네트워킹 장비를 만드는 시스코는 마이크로소프트를 제치고 시총 1위 기업이 됐다.

닷컴 버블이 한창일 때였다.

인터넷 열풍이 불던 당시 시스코는 디지털 제품과 관련 인프라를 기업들에 판매하면서 주가가 치솟았다. 이후 거품이 꺼지면서 시스코 주가는 한 번도 2000년 고점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지금도 당시와 마찬가지로 기업들이 AI 혁명을 위한 인프라 구축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하고 있다.

빅테크 기업들의 AI에 대한 투자가 실제 수익보다 수익 예측에 더 기반을 두고 있다는 점에서 아픈 역사가 반복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번지고 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FT)가 22일(현지시간) 전했다.

번스타인의 스테이시 라스곤 애널리스트는 "걱정되는 점은 이해하지만 당시와 지금은 중대한 차이가 있다"면서 "당시 시스코는 자체 희망 수요에 근거해 제품을 많이 생산했고, 심지어 당시 설치한 광섬유 일부는 오늘날까지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채 땅에 묻혀 있다"고 지적했다.

닷컴 버블이 한창일 때 시스코의 예상수익 대비 주가도 지금 엔비디아보다 훨씬 높았다.

라스곤은 예상보다 오래 걸릴 것이라는 주변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회사들은 이미 AI 반도체 투자로 일부 수익을 보고 있다면서 만약 AI 산업에 거품이 형성되고 있더라도 곧 터질 것 같지는 않다고 덧붙였다.

닷컴 시대의 흥망성쇠는 현재 시총 1, 2위를 다투는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와도 다르다.

두 빅테크 회사는 매우 성공적인 제품을 만들 뿐만 아니라 거대한 비즈니스 생태계를 지원하는 플랫폼을 구축해왔다.

애플은 앱스토어에 약 200만 개의 앱이 있으며 매년 수천억 달러의 개발자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엔비디아의 경영구조는 애플과도 많이 다르다.

애플은 매년 수억 대의 전자기기를 대중에게 판매하지만 엔비디아는 데이터센터용 고가의 AI 반도체를 소수 기업에 판매한다.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구글과 같은 대형 클라우드 컴퓨팅 업체들이 엔비디아 데이터센터 매출의 거의 절반을 차지한다.

엔비디아는 지난해 데이터센터용 그래픽 처리장치 376만 개를 판매해 이 시장에서 점유율 72%를 차지했다.

인텔과 AMD와 같은 경쟁업체들은 이에 훨씬 못 미친다.

매출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최근 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62% 증가한 260억 달러를 기록했다.

애플이 아이폰을 처음 내놓았던 시기보다도 성장세가 가파르다.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투자기업으로 유명한 세쿼이아의 데이비드 칸 대표는 이번 주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우리 모두가 빨리 부자가 될 것이라는 환상에 사로잡혀 있다면서 AI를 둘러싼 '투기 광풍'에 대해 경고했다. 그는 AI가 엄청난 경제적인 가치를 만들겠지만 빅테크 회사들은 AI 인프라에 대한 투자를 회수하려면 매년 수천억 달러의 새로운 수익을 창출해야 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