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고진 쿠데타 시도 1주년, 바그너그룹 해체돼 러 통제 아래로

"해체됐지만 사라지지는 않을 것"…프리고진 측근도 속속 구금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악명을 날린 러시아 용병기업 바그너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무장반란을 시도한지 1년이 지난 현재 바그너그룹은 갈갈이 찢겨 정부 통제 아래로 들어갔다는 분석이 나왔다. 23일(현지시간) 영국 BBC 방송은 전문가들과 정보당국 등을 인용해 바그너그룹 전 구성원들이 러시아 전역에 흩어졌으며, 용병 중 일부는 러시아 국가방위군으로 흡수됐다고 보도했다.

'푸틴의 칼잡이', '푸틴의 요리사'로 불리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꼽혔던 프리고진은 우크라이나전에서 자신의 용병기업 바그너그룹을 이끌고 바흐무트 점령 등 전과를 올렸다.

러시아 군 수뇌부와 갈등을 빚어오던 프리고진은 작년 6월 23일 무장 반란을 일으켜 모스크바를 향해 진격했다. 그러나 이튿날인 24일 밤 러시아 당국과의 협상으로 물러갔다.

그 뒤 프리고진의 신변을 둘러싼 우려가 끊이지 않았고, 결국 그는 두 달 뒤인 작년 8월 23일 갑작스러운 전용기 추락 사고로 사망했다.

이후 바그너그룹의 미래가 불확실해졌다. 덴마크 코펜하겐 대학교의 소르카 맥레오드 교수는 전 바그너그룹 용병들이 러시아 전역에 흩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바그너가 전과 같은 형태로는 아닐 수 있지만 여러 버전으로 존재한다"라며 "러시아 전역에 분산돼 있기 때문에 아무도 전체를 통제하지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바그너그룹은 지정학적으로나 경제학적으로나 러시아에 매우 중요했기 때문에 몇몇 사람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절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영국 정보 당국자들은 바그너그룹의 일부 보병 부대가 러시아 국가방위군으로 흡수됐다고 본다.
국가방위군은 푸틴 대통령의 '사병'으로 묘사되는 대통령 직속 군대로, 소요 진압·즉각대응 등의 역할을 맡고 있다.

영국 국방부는 작년 10월부터 바그너그룹 대원들이 국가방위군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6개월 계약으로 우크라이나 전선이나 9개월 계약으로 아프리카에 배치될 예정이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영국 당국자들은 "바그너그룹 공격부대가 러시아 국가방위군에 포함된 것은 바그너가 이 군대에 성공적으로 종속돼 바그너그룹에 대한 러시아의 통제력이 강화됐음을 의미한다"라고 전했다.

이밖에도 전문가들은 현재 우크라이나에서 바그너그룹이 수행하던 군사 작전은 다른 러시아 군대에 의해 대체됐다고 말한다.

한 전직 바그너그룹 사령관은 용병들이 "(러시아) 국방부에 합류"하거나 떠날 것을 명령받았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프리고진의 핵심 측근 두 명이 최근 러시아 당국에 붙잡혀 구금됐다.

더타임스 등에 따르면 23일 러시아 당국은 프리고진이 소유했던 '패트리엇 미디어그룹'의 전직 대표 일리아 고르부노프와 패트리엇과 계약을 맺었던 온라인매체 콘크레트노의 키릴 메텔레프 편집장을 구금했다.

현지 매체 보도에 따르면 두 사람은 공갈과 갈취를 포함한 조직적 범죄에 연루된 혐의로 구금됐다.

미국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는 러시아 소식통을 인용, 고르부노프가 '댓글부대'처럼 온라인상에서 친러 여론을 조성하는 '트롤' 활동을 이끌었고 프리고진의 반란이 있었던 작년 6월 23~24일 바그너그룹의 반란을 홍보했기 때문에 구금된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또, 메텔레프는 프리고진의 정적으로 거론됐던 상트페테르부르크 시장 알레한데르 베글로프르 겨냥한 명예훼손성 게시물을 온라인에 게시한 이유로 구금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