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열풍에 몸값 치솟는 구리…가뭄·폭염에 생산량 감소 위기

수요 폭증한 구리, 기후위기發 공급난도 겹치나
세계 구리 광산의 절반 이상이 '가뭄 리스크'에 노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친환경 전환과 AI(인공지능) 기술 발달로 주요 광물 수요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이상 기후로 인한 공급 위기까지 덮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국제금융센터(KCIF)는 24일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보크사이트, 철광석, 리튬, 코발트 등 주요 광물은 일부 국가에 매장량과 생산량이 편중돼있어 해당 국가 기상이 악화할 경우 글로벌 공급 차질이 불가피하다"라고 밝혔다. 글로벌 컨설팅기업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는 2050년까지 전 세계 구리 광산 54%와 리튬·코발트 광산의 각각 74%가 가뭄으로 인해 생산량이 줄어들 수 있다고 내다봤다. 물은 구리 원석을 분쇄하거나 비(比)구리 광물을 분리하는 데 쓰인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은 구리 2010만t을 채굴하는 데 호주 시드니 항구를 10번 채울 수 있는 5300기가리터의 물이 사용된다고 분석했다.

전세계 구리의 30% 이상(2020년 기준)을 생산하는 칠레는 이미 극심한 가뭄으로 타격받고 있다. 칠레 국영광산기업 코델코는 지난해 25년만에 가장 낮은 132만5000미터t(톤)의 구리를 생산했다. 생산량 저하 원인으로는 원광 품질 저하, 조업 차질 등과 함께 물 부족이 꼽혔다. 지난해 1~2월 칠레 중부지역 총 강수량은 3㎜로 기록 작성 이래 가장 낮았다.

라울 코르데로 산티아고대 교수는 "칠레는 최소 1000년만에 가장 긴 '거대 가뭄'으로 인해 저수량이 감소하고 물 문제로 인한 사회적 불안을 겪고 있다"고 했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