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in] 철새와 길냥이 공존 어렵나…을숙도 급식소 철거 두고 시끌

동물학대방지협회, 급식소 철거명령 내린 문화재청 등에 행정심판
동물 보호 단체가 부산 을숙도 내 설치된 길고양이 급식소에 대해 철거 명령을 내린 문화재청과 관할 지자체를 상대로 행정심판을 제기했다. 동물학대방지협회는 24일 오전 부산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길고양이 급식소와 중성화 사업은 길고양이 개체 수가 200여 마리에서 지난해 기준 70여마리로 줄어들 만큼 성공적인 사례"라며 "이 사업이 안착하는 동안 길고양이가 철새에게 피해를 줬다는 사례가 없는데도 급식소를 철거하라고 한다"고 주장했다.
이 단체에 따르면 문화재청은 지난 4월 철새 도래지인 낙동강 하구 을숙도에 고양이 급식소를 설치하게 해달라는 동물 단체의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고양이로 인한 철새 등의 피해가 심각해 급식소를 긍정적으로 판단하기 어렵다는 이유였다. 매년 수만 마리의 철새들이 찾는 을숙도는 국내 최대의 철새 도래지로 천연기념물로도 지정돼 있다.

그러나 을숙도에 버려지거나 자연 유입된 고양이가 새를 잡거나 새알을 먹는다는 지적이 나오자, 동물 보호 단체와 지자체는 문화재 구역 내 급식소를 설치했다.

무분별한 사료 급여와 유기 문제에 대응해 먹이를 주기적으로 배급하고 중성화 수술을 병행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다가 길고양이 급식소와 관련한 주민 민원이 제기됐고 문화재청은 그동안 허가받지 않은 채 운영해 온 급식소를 철거하라고 동물 보호 단체에 요청했다.

동물 보호 단체는 철새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오히려 급식소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동물학대방지연합은 "문화재청과 지자체는 길고양이가 야생 조류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우리 사회의 잘못된 인식을 공고히 하고 사회적 갈등을 악화시킨다"고 말했다. 이어 "급식소 설치 불허 명령을 내린 문화재청과 이를 침묵하는 사하구청의 태도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다"고 말했다.

이 단체는 사하구와 문화재청에 대해 행정심판을 제기한 상태다.

사하구에 대한 행정심판은 오는 25일 열리며, 문화재청에 대한 심판은 아직 기일이 정해지지 않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