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육아휴직 공수표' 2년째…저출생 외면하는 국회

"아직 법 통과 안돼" 성토글 '봇물'
국회, 모성보호 3법부터 다뤄야

곽용희 경제부 기자
“육아휴직 기간을 연장해준다는 정부 발표를 믿고 둘째 계획을 세웠는데, (21대 국회에서) 관련 법안이 폐기되면서 발만 동동 구르고 있습니다.”

24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자유게시판에 한 국민이 “이번 국회는 제발 일을 좀 해달라”며 올린 게시글이다. 육아휴직 기간을 늘려달라는 취지의 민원글은 자유게시판에 지속적으로 올라오고 있다. 출산을 6개월 앞둔 한 직장인은 “최근 1년6개월 육아휴직 가능 여부를 물어봤더니 담당 공무원이 ‘아직 법이 통과 안 됐다’고 답변해 얼굴을 붉혔다”는 하소연을 올렸다.육아휴직 기간 확대는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으로 새 정부 출범 직후인 2022년 6월 새 정부 경제정책 주요 대책으로 발표됐다. 남녀고용평등법 개정안으로, 현재 부모가 자녀당 1년씩 모두 2년을 쓸 수 있는 육아휴직을 1년6개월씩 모두 3년 동안 사용할 수 있도록 늘리는 내용이 골자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도 반대하지 않았지만 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채상병 특검법 등의 이슈로 여야가 첨예하게 대치하면서 법안이 폐기됐다. 육아휴직 기간 확대는 지난 19일 윤 대통령이 주재한 저출산고용정책위원회에서도 저출산 해소 주요 대책으로 다시 발표됐다.

여야 간 이견이 없는 상황인데도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는 저출생 대책은 수두룩하다. 배우자의 유급 출산휴가 기간 10일 중 정부가 절반만 휴가비를 지원했는데, 이를 전체 기간 10일로 늘리는 내용의 고용보험법 개정안도 폐기됐다. 임신 때 12주 이내 또는 36주 이후 쓸 수 있는 임신기 근로시간 단축 제도를 임신 32주 이후에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도 21대 국회에서 논의가 진척되지 않았다. 남녀고용평등법을 포함한 이들 3개 법안은 저출생 핵심 대책으로 ‘모성보호 3법’으로까지 불린다.

정치권은 저출생으로 국가가 소멸할 수 있다는 경고를 흘려듣는 것처럼 비친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21대 국회에서 채상병 특검법 반대를 이유로 모든 국회 상임위 논의를 ‘보이콧’했다. ‘일하는 국회’를 내세우는 이재명 대표의 민주당도 다를 바 없다. 민주당이 13일 22대 국회 첫 정책의원총회에서 발표한 ‘당론’ 법안에선 모성보호 3법을 볼 수 없었다.

전문가들은 저출생 정책 중 그나마 효과를 내는 것은 육아휴직 관련 인센티브 확대라고 입을 모은다. 부부가 함께 육아휴직을 쓸 경우 보상을 늘리는 ‘6+6 육아휴직 제도’가 올해 시행된 후 남성 육아휴직 사용량은 17% 이상 급증했다. 국회는 더 이상 골든타임을 놓치지 말고 모성보호 3법을 통과시켜 달라는 국민들의 절박한 호소에 귀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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