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에스닉 푸드'로 무한 확장…농심, 라틴입맛 공략 '라면왕' 야심
입력
수정
지면A4
진격의 K 웨이브농심의 미국법인 농심아메리카는 올 2월부터 ‘Sabor Y ELEGANCIA’(맛과 멋)이란 월간 잡지를 발간하기 시작했다. 한식 문화와 K푸드 트렌드를 소개하는 이 잡지를 ‘노스게이트’ ‘슈피리어그로서스’ 등 히스패닉 소비자가 주로 찾는 100여 개 마트에 매달 배포하고 있다. 미국 라면시장 1위 일본의 도요스이산을 추월하기 위해서도 매운맛을 좋아하는 한국인과 입맛이 비슷한 데다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히스패닉 소비시장 공략이 시급하다는 판단에서다.
(2) 만두·라면·김치 넘어…K푸드의 미래
CJ, 슈완스 품고 6만곳 입점
네슬레 꺾고 냉동피자 1위
팟타이·멕시칸 푸드라인 강화
농심, 건면·맞춤 제품 앞세워
1위 日 업체와 격차 좁혀
CJ제일제당은 미국이 다인종 국가인 만큼 K푸드와 함께 ‘에스닉 푸드(ethnic food)’ 확장에도 주력하고 있다. 에스닉 푸드란 스테이크, 파스타 등 미국 백인들이 주로 먹는 음식을 제외한 아시아·중동·남미를 아우르는 다양한 타민족 음식을 일컫는다. CJ제일제당의 식품 기술력과 인수합병(M&A)으로 구축한 생산·유통망을 기반으로 K푸드를 넘어 무한 확장에 나서겠다는 전략이다.
K푸드 넘어 시장 넓힌다
두 회사는 미국에서 K푸드 시장을 개척한 기업이다. 농심이 첫 미국 공장을 완공하고, CJ제일제당이 현지 기업을 처음으로 M&A한 시기가 모두 2005년이다. 이후 20년간 ‘신라면’과 ‘비비고만두’ 등을 앞세워 까다로운 미국 소비 시장에서 K푸드의 부상을 이끌어왔다는 평가를 받는다.일찌감치 미국을 전략 시장으로 정한 CJ제일제당이 도약한 결정적 계기는 2019년 미국 2위 냉동식품 업체인 슈완스 인수다. 이를 통해 월마트, 크로거 등 미국 주요 유통기업의 6만여 개 점포에 비비고 브랜드를 비롯한 아시안 푸드 전 제품을 공급하게 됐다. 유통망이 슈완스 인수 전(3000여 개 매장)에 비해 약 20배 늘면서 매출도 급증했다. 지난해 북미에서 식품으로 4조3000억원의 매출을 거뒀다. 2019년(2조7000억원)보다 60% 증가했다.
강원철 미주 글로벌전략제품 총괄(사진)은 지난 19일 “슈완스 인수는 단순한 사업적 시너지를 넘어서는 성과로 이어졌다”고 강조했다. 미국 아시안 냉동푸드 시장에서 기존 1위였던 일본 아지노모토를 2021년 처음 추월했다. 시장조사기관 IRI 데이터에 따르면 CJ와 아지노모토의 지난해 점유율은 각각 43%, 23%로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 슈완스의 대표적 피자 제품인 ‘레드바론’도 지난해 미국 냉동피자 시장에서 독보적인 1위였던 네슬레를 처음으로 앞서는 성과를 냈다.
CJ제일제당은 K푸드뿐만 아니라 누들, 팟타이, 데리야키, 롤 등의 상품력을 강화해 중장기적으로 아시안 푸드를 넘어선 ‘에스닉 푸드 1위 기업’이 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강원철 총괄은 “다양한 방안을 검토해 에스닉 푸드 등으로 제품 포트폴리오를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미 등 라틴계 공략 강화”
신라면과 ‘짜파게티’의 판매가 최근 3년 새 급증했지만, 농심의 미국 라면시장 점유율은 2017년 일본 닛신을 추월한 이후 2위를 유지하고 있다. 1위 도요스이산과의 격차가 크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농심의 점유율은 지난해 기준 25.4%로 도요스이산(45%)에 뒤처져 있다. 농심은 이 격차를 해마다 좁혀 2030년엔 도요스이산을 추월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한 핵심 전략이 바로 라틴계 시장 확대다.신동엽 농심아메리카 사장은 “북미에서 라틴계 인구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데다 소득 상승으로 구매력도 커지고 있다”며 “올해 멕시코에 지점을 설치하는 등 미국 히스패닉과 멕시코 본토의 라틴계 시장을 집중적으로 공략할 것”이라고 말했다.농심은 미국 주류 소비층을 위한 제품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신 사장은 “코스트코의 요청으로 ‘돈코츠 라면’ 등을 생산해 판매하고 있다”며 “입점이 까다로운 유기농 마켓인 홀푸즈, 트레이더조스 전용 건면 제품도 개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라 팔마(미국 캘리포니아)=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