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은 기분 들죠"…수박주스 즐겨먹던 30대 직장인 '화들짝' [이슈+]

"수박 안 들어간 줄 몰랐네"
카페별 '찐' 수박주스 구별법

카페별 수박주스 '인기'
맛, 가격 꼼꼼히 분석하는 소비자
"소비자 정보 역량 수준 높아"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름부터 '수박'주스니까, 생수박 말고 시럽이 들어갔다고 하면 속은 듯한 기분이 들죠."광화문에서 근무하는 직장인 이모(30) 씨는 날이 더워지면서 점심시간에 수박주스 한 잔씩 마시는 것을 낙으로 삼고 있다. 이 씨는 "유독 수박주스의 맛이 카페마다 천차만별"이라면서 "생과일로 직접 갈아주는 수박주스를 선호한다"고 말했다. 이어 "수박주스는 계절 메뉴인데, 시럽이나 냉동 과일로 제조하는 곳에서 먹으면 맛도 떨어질뿐더러 제철 과일을 맛본다는 의미가 없지 않냐"고 꼬집었다.
종로구 한 카페에 수박주스를 위한 수박이 전시돼있는 모습. /사진=한경DB
여름마다 카페에서 주력 메뉴로 꼽는 계절 음료인 수박주스가 올해도 인기몰이 중이다. 검색량이 폭증하는 것은 물론이고, 맛있는 수박주스를 구별하는 법이 온라인상에서 퍼지고 있다. 맛있기로 입소문 난 카페 브랜드에서는 여름 초입부터 수십만잔의 수박주스가 팔렸다.
/자료=네이버 데이터랩
24일 검색량 지표 네이버 데이터랩에 따르면, 수박주스 관련 키워드 검색량 지수는 남녀 전체 연령대에서 이달부터 급증했다. 1개월 전인 지난달 25일에 36이던 지수는 이달 1일 50에서 16일 100까지 꾸준히 늘었다. 해당 지표는 가장 검색량이 많은 날을 100으로 두고 상대적인 추이를 나타낸다. 지난해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한 2023년 7월 30일의 검색량 지수도 89였다. 수박주스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올해 더 뜨거운 것이다.최근 인스타그램, 엑스(X·옛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는 카페별 수박주스 비교 리뷰 글까지 등장하며 큰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부분의 글은 수박주스에 생과일 넣는 카페 프랜차이즈 브랜드와 그렇지 않은 브랜드를 비교하는 내용이 골자였다.

엑스에서는 '수박'이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하는 한 누리꾼의 게시글도 인기다. 이 누리꾼은 수십 잔의 카페 브랜드별 수박주스를 직접 마셔보고 가격과 맛을 분석했다. 인기 게시글은 27만5000회가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사진=엑스 캡처
실제로 각 카페의 원재료 현황 등을 비교해 살펴본 결과 이디야·할리스·투썸플레이스 등이 생과일을 직접 갈아 넣어 수박주스를 제조하고 있었다. 컴포즈커피의 경우 냉동 수박, 메가커피는 냉동 수박과 수박 원액 시럽, 매머드커피는 수박 착즙액 등을 통해 맛을 냈다.일부 누리꾼들은 생과일을 넣지 않는 수박주스를 판매하는 브랜드들을 언급하며 "바로 생수박 갈아주는 줄 알았네", "수박이 스쳐 지나간 맛" 등의 반응을 내놓기도 했다.

다만 가격은 생과일을 사용한 브랜드가 더 높은 편이다. 이디야 수박주스는 4900원, 투썸플레이스는 6500원 등이며 메가커피나 매머드커피는 4000원에 판매하고 있다.

수박주스는 과일을 일일이 손질해야 하고 원재료의 가격 변동성이 큰 탓에 개인 카페에선 까다로운 메뉴로 꼽히기도 한다. 이달 수박주스 출시 2주 만에 30만잔의 판매량을 돌파한 이디야 측은 "생과일 메뉴를 출시하기 2개월 전부터 산지 조달 계약 등을 준비한다"고 밝혔다.온라인에서 카페별 수박주스 관련 정보가 공유되는 것과 관련, 허경옥 성신여대 생활문화소비자학과 교수는 "소비자들의 정보 역량이 굉장히 높아지고 있다"고 해석했다. 이어 "과거에는 한 가지 소비재에 대해 이렇게 꼼꼼히 비교하는 글의 인기가 덜했다면, 최근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는 소비심리가 작용해 음료 한 잔에 대한 리뷰도 인기를 끄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한편 수박 가격은 전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14일 기준 가락시장에서 거래된 수박(9㎏, 보통 등급) 평균 도매가격은 1만2402원이다. 전년 동기(1만3006원) 대비 4.6% 내렸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는 이달 수박 출하량이 전년 대비 2%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안정적인 가격대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으나, 장마 등 날씨 변수가 향후 가격 변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김영리 한경닷컴 기자 smart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