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흑해함대 '대망신'…우크라 '가성비' 무기에 당했다

드론으로 군함 24척 파괴, 해상봉쇄 면해

'가성비' 무기 등장으로 해군 혁신 가속화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레닌그라드 해군기지에 정박한 러시아 해군 전함 / 사진=TASS
우크라이나 해군이 수상 드론을 이용한 작전으로 러시아 흑해함대에 큰 손실을 입히면서 주목받고 있다. 2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는 2022년 러시아의 침공 이후 자폭 드론이나 지뢰를 탑재한 소형 어선 크기의 무인 저상 선박을 사용해 러시아 해군의 크고 작은 군함 24척을 침몰시키거나 파괴했다. 러시아의 주요 항구 시설이나 크림반도의 교량 등을 공격하기도 했다.

자력으로 해상봉쇄 벗어난 우크라이나

개전 초기 러시아의 흑해함대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해상 봉쇄에 나섰다. 러시아의 흑해함대는 보스포루스 해협을 통해 지중해와 대서양으로 나가는 자국 유조선단을 호위하는 강력한 함대로 유럽 나토 국가에 위협적인 전력으로 꼽혔다. 그러나 우크라이나군이 지상발사 미사일 기습으로 함대의 기함인 1만2500t급 순양함 모스크바호를 격침하는 등의 전과를 올리면서 1차로 체면을 구겼다. 모스크바함과 함께 점령지 베르단스크항에 정박했던 상륙함도 3척이나 파손됐다.러시아가 방비를 강화하자 대형 군함이나 공군 전력이 없던 우크라이나는 해상 물류가 막힐 위기에 몰렸다. 우크라이나는 흑해 깊숙한 곳이나 점령지 크림반도의 세바스토폴 해군기지까지 도달할 수 있는 미사일도 없었다. 바실 말류크 우크라이나 정보국(SBU) 부국장은 군 출신 루카셰비치에게 임무를 맡겼다.

우크라이나군과 정보국은 일론 머스크의 스타링크 통신을 사용하는 드론 시제품을 만들었다. 길이 약 4.9m에 100㎏의 폭탄을 실을 수 있고, 레이더 탐지를 피하기 위해 낮은 높이로 제작됐다. 2022년 9월 첫 공격에 나섰으나 스타링크 통신이 끊기면서 실패했다. 머스크는 나중에 자신의 SNS에 스타링크가 전쟁과 살상에 연루되는 것을 막기 위해 스타링크를 비활성화했다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 우크라이나는 우여곡절 끝에 다른 위성통신을 사용해 한 달 뒤 결국 호위함 등 선박 세 척과 항구 시설을 파괴하는 데 성공했다.


드론 피해 상트페테르부르크로 달아난 러 해군

러시아 해군은 해군 기지 주변에 장벽을 설치해 드론의 접근을 막았다. 그러자 우크라이나군은 레이더에 안 걸리는 드론을 이용해 해군 기지 주변에 기뢰를 부설하는 등 집요하게 러시아 해군을 공격했다. 지난해 7월엔 무인 보트에 약 1.4t의 폭약을 실어 크림대교를 공격하기도 했다. 결국 러시아는 흑해 함대의 대부분을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격을 피해 크림반도 세바스토폴항에서 멀리 떨어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레닌그라드 해군기지 등으로 이동시켰다.

우크라이나는 주요 항구인 오데사에서 수십억 달러 규모의 밀과 옥수수 등 곡물 수출을 재개했다. 이뿐만 아니라 러시아 군함에서 발사하는 미사일이 우크라이나에 도달하는 데 더 오랜 시간이 걸리게 되면서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추가 시간을 벌기도 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해상 드론에 대응하기 위해 정찰기와 전투기, 초계 헬리콥터, 공중 드론 및 전자 전파 방해 시스템을 동원하면서 우크라이나 지상군도 한숨 돌렸다.


미 해군도 수상 드론에 주목

우크라이나는 무인 함대를 더욱 확대할 방침이다. 해군 드론에 다연장 로켓 발사기를 장착해 지상 목표물을 공격하는 등 다양한 목적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헌터'라는 별명으로 알려진 루카셰비치는 WSJ과 인터뷰에서 "재래식 해군을 구축할 자원이 부족한 우크라이나는 10~20대의 드론 분대를 창설하려고 한다"고 말했다.최근엔 해상 드론에 열추적 공대공 미사일까지 장착해 전투기나 헬기를 기습하기도 했다. 지난 17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국방부 산하 총정보국(HUR)은 해상드론 ‘마구라 V5’에 R-73 공대공 유도 미사일을 장착했다고 밝혔다.

해상 드론이 가난한 국가가 대규모의 강력한 해군에 맞설 수 있는 무기로 부각되면서 세계 최대 해군 함대를 보유한 미국도 주목하고 있다. 중동 홍해에서도 후티 반군이 수상 드론을 사용해 미 해군에 위협을 가하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미 해군은 수년간 방어나 감시용 활용으로만 활용해왔던 드론의 임무를 확대할 계획이다. 미 국방부는 작년 8월 중국의 군사력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수백 대의 작고 값싼 공중 및 해상 드론을 배치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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