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립선·췌장·간 이어 폐암도 국내 중입자 치료시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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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암병원, 폐암 초기 환자 첫 중입자 치료국내에서 전립선암과 췌장암, 간암에 이어 폐암도 중입자 치료가 도입됐다. 국내 하나뿐인 중입자치료센터를 가동하고 있는 연세암병원이 첫 폐암 환자 중입자 치료를 시작하면서다.
연세암병원은 25일 폐암 초기 진단을 받은 김모씨(65)에게 중입자 치료를 시행했다고 발표했다. 환자는 앞으로 1주일 동안 4차례 중입자치료를 받게 된다.폐는 신경이 없는 조직이다. 아픔을 느끼지 못해 폐암에 걸려도 조기 발견이 어렵다. 김씨는 건강검진에서 종양을 확인한 뒤 주기적으로 컴퓨터단층촬영(CT)을 받으며 추적관찰해왔다. 최근 종양이 다시 커지면서 중입자 치료를 받게 됐다.
폐암 환자 60% 정도는 폐 전체에 암이 퍼진 4기에 처음 진단을 받는다. 폐 조직 사이로 암 세포가 전이되기도 쉽다. 폐암 환자 상당수는 만성 폐쇄성 폐 질환, 간질성 폐 질환 등 기저질환을 함께 앓는다. 폐 기능이 떨어져 수술을 못하는 사례가 많은 이유다.
연세암병원은 입자방사선의 각도를 360도까지 조정할 수 있는 회전형 중입자치료기를 활용해 폐암 치료에 나섰다. 20년 넘게 중입자 치료를 진행해온 일본에선 폐암 중입자 치료 성적이 상당히 우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방사선의학 종합연구소(QST)에 따르면 3㎝ 이하 초기 종양의 3년 국소제어율은 95% 이상이다. 이보다 큰 종양은 80~90%의 국소제어율을 기록했다. 국소제어율은 치료 부위에서 암이 재발하지 않는 비율이다.
중입자치료를 받은 환자는 폐암 방사선 치료 부작용으로 꼽히는 ‘방사선 폐렴’의 발생률도 낮다. 이 부작용 발생 비율은 3% 이하로, 최대 20%에 이르는 기존 방사선 치료의 방사선 폐렴 부작용 발생 비율과 차이가 크다.
수술이 어려운 간질성 폐 질환을 동반한 폐암 치료도 가능하다고 연세암병원 측은 설명했다. 낮아진 폐 기능에 관계없이 정상 장기를 보호할 수 있어서다. 일본 군마대학에 따르면 간질성 폐질환을 동반한 폐암 환자에게 중입자 치료를 시행한 뒤 방사선폐렴 발생률은 7.6%였다. 기존 방사선 치료는 30%로 높았다. 연세암병원은 전립선암을 집중적으로 치료하는 고정형 중입자치료기 1대와 췌장암, 간암, 폐암 등을 치료하는 회전형 중입자치료기 2대를 보유하고 있다. 하반기엔 두경부암으로도 치료 대상 암종을 확대할 계획이다.
김경환 연세암병원 방사선종양학과 교수는 "국내 처음으로 폐암 환자에 중입자치료를 진행하면서 환자 상태에 따른 최적의 치료계획을 세웠다"며 "추후 면역항암제 공고 요법 등 환자 치료 성적을 최대로 끌어올릴 수 있는 프로토콜을 개발하고 치료 대상 환자를 계속 넓힐 것"이라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