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0억 걸었지만…新 수도권매립지 또 불발

주민 반발 우려…3차 공모 신청 지자체 '0곳'

1차 대비 인센티브 500억 늘리고
면적도 절반 이상 줄였지만 난항
환경부·서울시 등 4차 공모 검토

기존 부지 사용연장 가능성에
APEC 유치 실패까지 맞물리자
인천 주민들 불만 목소리 '폭발'
인천 서구 수도권매립지 제3매립장에서 폐기물 매립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약 3000억원의 인센티브를 내건 새로운 수도권 매립지 공모가 3차에서도 불발되며 장기 표류하고 있다. 서울·인천·경기 등 3개 수도권 광역지방자치단체와 환경부로 구성된 수도권매립지 4자 협의체는 2021년 두 차례 공모에 실패한 뒤 3000억원대의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내걸었지만 이번에도 후보지를 찾지 못했다. 30여 년간 다른 지역의 쓰레기를 떠안아 왔다며 2025년 말 매립지 사용 종료를 촉구해온 인천 지역사회는 허탈하다는 반응이다. 환경부 등은 4차 공모를 실시하는 안을 검토 중이지만, 일각에선 40% 가까이 남은 기존 부지 사용을 연장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3차 공모에서도 응모 지자체 전무

25일 환경부 산하 수도권매립지공사에 따르면 지난 3월 28일부터 진행한 수도권매립지 부지 공모에 나선 지자체는 한 곳도 없었다. 2021년 진행한 1·2차 공모 때보다 인센티브를 늘리고 매립 면적 기준을 낮췄는데도 호응이 없었다.

대체매립지 공모는 2021년부터 진행했다. 2차 때까지 응모 지자체가 없어 올해 재공모를 실시했다. 부지 면적은 1차 220만㎡ 이상, 2차 130만㎡ 이상, 3차 90만㎡ 이상으로 축소했다. 특별지원금은 2500억원에서 3000억원으로 늘렸다. 수도권매립지공사 관계자는 “서울, 경기 등 광역지자체에 찾아가 공모 관련 설명회를 열었고 약 40개 지자체가 참여했다”고 말했다. 설치와 관련해 문의를 한 곳도 있었지만 정식 공모 절차를 응한 지자체는 없었다.

수도권매립지는 서울 난지도(상암동) 매립지가 한계를 맞으면서 조성됐다. 환경청의 중재로 서울시, 경기도, 인천시가 수도권매립지에 공동으로 쓰레기를 버리자는 데 합의했다. 현 수도권매립지는 1992년 인천 서구에 1600만㎡ 규모로 들어섰다.수도권매립지는 당초 1·2매립장이 가득 찬 2016년 문을 닫을 예정이었으나 사용 종료 직전까지 대체 부지를 마련하지 못하자 2015년 4자 협의체가 2025년까지 대체지를 찾는 조건을 붙여 3-1매립장(매립면적 103만㎡)을 한시적으로 사용하기로 했다.

발등에 불 떨어진 인천

이번 공모마저 실패로 끝나면서 4자 협의체는 공모 조건을 완화하고 인센티브를 재검토해 4차 공모를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환경부와 서울·경기도는 급할 게 없다는 눈치다. 대체매립지를 조성하지 못하면 현재 매립 진행 중인 3-1매립장에 더해 잔여 부지의 15% 내에서 추가 매립할 수 있다는 조항을 2015년 4자 합의서에 달아서다.

한화진 환경부 장관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3-1매립장 반입량을 최대한 줄이는 노력을 하고 있어서 수도권 폐기물의 안정적 처리가 가능하다”고 답했다. 폐기물을 감축해 약 40% 잔여 용량이 있는 현 매립지를 지속적으로 활용하는 쪽에 무게를 둔 모습이다. 2026년 직매립 금지를 앞두고 서울 등 여러 지자체가 건설 중인 소각장도 매립량을 줄이는 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수도권 쓰레기를 30여 년간 떠안아 왔다며 독립을 외치는 인천시의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다. 인천시는 박남준 시장 시절 ‘수도권 매립지 2025년 종료’를 선언하며 영흥도를 자체 매립지 후보로 발표했다. 현 유정복 시장도 후보 시절 “임기 내 수도권매립지 사용을 끝내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하지만 수도권 대체매립지 공모가 불발된 데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유치도 물 건너가면서 지역 안팎으로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역 시민단체인 인천평화복지연대(인천평복)는 ‘수도권매립지 종료라는 희망 고문을 중단하라’며 4자 재협의를 요구했다. 인천평복은 혜택만 늘리는 공모 방식은 성공 가능성이 없는데 또 4차 공모를 추진하는 것은 현 수도권매립지를 영구 사용하겠다는 노림수라며 반발하고 있다.

최해련/강준완 기자 haery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