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우의 IT인사이드] 문자 메시지 흥망성쇠 4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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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우 테크&사이언스부 기자통화 용도인 모바일 네트워크를 이용해 메시지를 주고받는 문자 메시지에 대한 기술적 논의는 40년 전 시작됐다. 핀란드의 엔지니어 마티 마코넨이 1984년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통신 콘퍼런스에서 단문 메시지(SMS)의 개념을 처음 발표했다. 그는 ‘SMS의 아버지’란 호칭을 얻었지만 “다른 사람들과 함께 노력한 결과물”이라며 이를 마다했다고 한다.
아이디어를 현실화하기까지 8년이 더 걸렸다. 1992년 12월 3일 영국의 프로그래머 닐 팹워스가 보다폰의 테크니컬 디렉터 리처드 자비스에게 보낸 ‘메리 크리스마스’라는 짧은 메시지가 세계 최초의 문자 메시지로 공인됐다. 당시만 해도 키보드가 장착된 휴대폰이 없어 PC에서 메시지를 보내야만 했다. 이듬해인 1993년 핀란드 휴대폰 제조사 노키아가 세계 최초로 문자 전송이 가능한 휴대폰을 상용화하면서 문자 메시지 서비스는 급속도로 확산했다.한국에선 2세대(2G) 이동통신인 CDMA가 상용화된 1996년 문자 메시지가 처음 도입됐다. 하지만 처음 1~2년은 무용지물이었다. 초반에는 한국어를 지원하지 않아 로마자로 메시지를 주고받아야만 했다. 한국어 입력 문제가 해결되고 1998년 한글 키보드가 달린 휴대폰이 출시되면서 시장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한국선 1999년부터 대중화
문자 메시지가 대중화된 계기는 1999년 통신사 간 문자 메시지 연동이 해결되면서부터다. 지금은 황당하게 들리지만, 당시만 해도 문자 메시지는 같은 통신사 가입자끼리만 주고받을 수 있었다. 2월 한국통신프리텔(016, 현 KT)과 LG텔레콤(019, 현재 LG유플러스), 한솔PCS(018, KT에 합병) 등 PCS(개인휴대통신) 3개사가 서로 문자메시지를 보낼 수 있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6월에는 SK텔레콤(011)과 신세기통신(017, SK텔레콤에 합병) 등 셀룰러 서비스를 하던 2개 업체 간 연동이 가능해졌다. 10월 들어 5개 통신사 모두 문자를 주고받게 되면서 SMS의 장벽이 사라졌다. 통화가 아니라 문자 메시지로 소통하는 ‘엄지족’이란 단어가 등장한 것도 이즈음의 일이다.카카오톡에 밀려 스팸 창구로
문자 메시지의 전성기는 이때부터 10년 넘게 계속됐다. 이동전화 가입 회선은 1998년 1398만 개에서 2010년 5076만 개로 약 네 배로 늘었다. 전화 통화 못지않게 문자 메시지가 소통의 중요한 수단으로 자리 잡게 됐다. 그만큼 문자 메시지 시장도 커졌다. 2010년 기준 통신 3사의 문자 메시지 관련 매출은 1조5000억원에 달했다.스마트폰이 등장하면서 문자 메시지의 입지가 위태로워졌다. 와츠앱, 카카오톡 같은 무료 메시지 서비스가 앞다퉈 등장하면서 문자 메시지를 대체하기 시작했다. 매출을 포기할 수 없었던 통신사들은 모바일 메신저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글로벌 통신사들이 힘을 합쳐 커뮤니케이션 서비스를 내놓기도 했지만 이미 시장의 주도권을 빼앗긴 뒤였다. 한국에서 2012년 12월 출시된 통신사 메신저 서비스 ‘조인’은 흥행에 실패하며 2015년 조용히 종료됐다. 건당 20~30원을 내야 하던 문자 메시지는 기본요금에 포함되는 처지로 전락했다.
따로 돈을 내는 것도 아니지만 문자 메시지를 쓰는 사람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현재 한국 시장에서 문자 메시지의 역할은 알림 혹은 광고 전송의 수단이다. 지인과의 수다, 업무상 대화처럼 일상에서 이뤄지는 소통의 대부분은 카카오톡 같은 메신저 서비스에서 벌어지는 게 현실이다. 되레 문자 메시지를 통한 불법 스팸이 늘어나는 추세다.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1~5월 월평균 스팸 문자는 3372만 건으로 지난해 월평균(2462만 건)보다 36.9% 늘었다. 한때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스타의 쓸쓸한 후일담을 보는 것 같아 안타까울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