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배터리 선진국에서 벌어진 최악의 참사…외국인 산재 대책 시급하다

경기 화성시 리튬배터리 제조업체 아리셀 공장에서 벌어진 화재 참사는 배터리 기술은 선진국이지만 안전에는 취약한 우리의 민낯을 드러냈다. 이번 참사로 23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가운데 꿈을 좇아 한국에 온 외국인 18명이 희생됐다. 다시는 이런 비극적 사고가 발생해선 안 된다.

2차전지인 리튬이온 배터리에 비해 화재 위험이 작다고 해도 1차전지를 ‘일반화학물질’로 분류해 별도의 대응 매뉴얼이나 안전기준을 두지 않은 것은 리튬이라는 물질의 위험성을 과소평가한 인재(人災)라는 평가다. 물로 끄기 어려운 리튬전지 화재여서 불길을 잡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려 피해를 키웠다. 일반 소화기가 아니라 리튬 전용 소화기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았지만, 현행법상 전용 소화기를 개발할 수 있는 기준조차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이런 안전 부실이 역대 가장 많은 외국인 사망자로 이어진 것은 가슴 아픈 일이다. 저출산·고령화로 유입이 크게 늘면서 국내 외국인 취업자는 지난해 5월 기준 92만3000명에 달한다. 전체 국내 취업자의 3.2%에 해당하는 숫자다. 이들 중 상당수는 단기간에 많은 돈을 벌기 위해 내국인이 기피하는 위험도가 높은 업종이나 영세기업으로 향한다. 이런 탓에 내국인 산업재해 사망자는 크게 줄어든 반면 외국인 사망자는 늘어나는 실정이다. 외국인 근로자 산재 발생률이 내국인보다 4배가량 높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내국인 중심의 기존 산재 패러다임을 바꿔야 하는 이유다.

외국인 근로자 유치 경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이들의 안전 환경에 사각지대가 없는지 점검하는 것은 기본이다. 이들은 취업 전과 취업 후 필수 안전보건 교육을 받지만, 지극히 형식적이거나 언어적 걸림돌로 내용을 이해하기 어렵다. 산업별로 외국인 근로자를 대상으로 그들의 모국어로 안전 지침을 마련하는 등 맞춤형 교육 시스템이 필수다. 외국인 근로자를 전담 안전보건 교육 전문가로 양성할 필요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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