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냐 증세반대 시위에 경찰 발포…"최소 10명 사망"(종합)

시위대 의사당 안까지 진입…증세 법안 가결 뒤 의원들 대피
Z세대 주도해 20일에 이어 전국적 격렬 시위
수도 나이로비를 비롯한 케냐 주요도시 곳곳에서 25일(현지시간) 벌어진 증세 반대 시위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경찰이 실탄을 발사해 사망자가 잇따라 나왔다. 나이로비에서 의회로 가는 길을 경찰이 봉쇄하자 일부 시위대가 돌을 던지며 경찰 저지선을 뚫고 의사당에 진입하려 했고 이 과정에서 경찰이 시위대에 총을 쐈다.

의회에서는 이날 법안 표결이 예정돼있었다.

현지의 한 구급대원은 로이터통신에 "최소 10명이 경찰 총에 맞아 숨졌다"고 말했다. 또다른 구급대원은 총격으로 50명 넘게 다쳤다고 전했다.

시민단체 케냐의료협회는 "최소 5명이 총에 맞아 숨지고 31명이 다쳤다"고 발표했다.

의회는 이날 논란이 된 재정 법안의 3차 회독을 마친 뒤 찬성 195표, 반대 106표, 무효 3표로 가결했다고 현지 매체 더스탠더드가 보도했다. 윌리엄 루토 대통령은 14일 이내에 법안에 서명하든지 의회에 재의를 요구해야 한다.

시위대가 의사당에 난입한 뒤 일부 건물에 불이 나면서 의원들은 법안 표결 이후 긴급 대피했다.

이번 시위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결집한 케냐의 Z세대(1990년대 중후반∼2000년대 초반생)가 주도하고 있다. 주최 측이 전국 총파업을 촉구한 이날 수천 명의 젊은이가 지난 20일에 이어 다시 나이로비와 몸바사, 키수무, 나쿠루, 엘도레트 등 전국 주요 도시에서 전국적인 대규모 시위에 나섰다.

이들은 거리를 행진하며 세금 인상안을 담은 재정 법안의 철회와 함께 루토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쳤다.
'의회를 점령하라'라고 명명된 이번 시위는 애초 지난 18일 나이로비 의회 근처에서 수백명 규모로 시작됐다.

이에 대통령실이 빵 등에 대한 부가가치세와 자동차세 등 몇몇 증세안을 철회했으나 예산 삭감으로 2천억 실링(약 2조2천억원)이 부족할 것이라는 재무부의 경고에 정부가 연료 가격과 수출세 인상 등을 추진하자 시위는 전역으로 확산했다.

지난 20일 케냐 전역에서 수천 명의 젊은이가 거리로 나서 '경제 독재에 반대한다' 등의 구호가 적힌 플래카드를 흔들며 대통령 퇴진을 요구했다.

지난주 시위는 대체로 평화로웠는데도 경찰은 최루탄과 물대포를 동원해 강경 진압했다.

루토 대통령은 지난 23일 평화 시위로 증세 정책에 반대하는 'Z세대 시위대'에 대한 지지 입장과 함께 대화할 용의가 있다고 밝히기도 했으나 경찰은 강경 대응으로 맞섰다.

시위 주최 측은 루토 대통령에게 경찰의 강경 진압에 항의하고 세금 인상안 취소 요구 서한에 대한 공개 응답을 촉구했다.

케냐 정부는 작년에도 소득세와 건강보험료를 인상하고 석유제품에 대한 부가가치세를 8%에서 16%로 인상했다. 이에 전국적인 세금 인상 반대 시위가 이어져 경찰 진압 과정에서 수십명의 사상자가 나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