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 좀" "내가 더 잘했다"…법사위 '유치한' 말씨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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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출석한 첫 법사위서 고성 오가"국회법대로 하는 겁니다. 국회법 공부 좀 하고 오세요"(더불어민주당 소속 정청래 법사위원장)
방송 3+1법, 여당 반발 속 법사위 통과
"공부는 내가 좀 더 잘했지 않겠어요?"(국민의힘 유상범 의원)
국민의힘이 국회 상임위원회에 복귀한 첫날인 25일, 법제사법위원회에서는 여야 의원 간 고성이 오갔다. 이날부터 상임위 복귀를 선언한 국민의힘 측이 간사 선임을 위해 의사일정 변경을 요청했으나, 민주당 측은 받아들이지 않으면서다. 이날 법사위 전체 회의에 참석한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은 오전 10시에 회의가 개의하자마자 정청래 법사위원장에게 "국민의힘이 지금 사보임 됐는데 (여당 몫) 간사 선임부터 시작해야 하지 않겠나"라며 의사일정 변경을 요청했다. 이에 정청래 위원장은 의사봉을 세 번 두드리면서 "법사위 열차는 항상 정시에 출발한다"며 회의를 시작했다.
유 의원의 항의가 계속되자 정 위원장은 유 의원에게 "잠깐만요. 의원님 성함이 어떻게 되십니까"라고 물었고, 재선인 유 의원은 "위원장님 성함은 누구십니까"라고 맞받았다. 정 위원장은 "저는 정청래 위원장"이라고 답변하고, 유 의원도 "저는 유상범 의원이다"고 말했다. 21대 국회에서 함께 의정 활동을 한 두 사람의 자기소개에 회의장에선 웃음이 터졌다.
정 위원장은 계속해서 "간사도 아니면서 의무 없는 짓을 하면 안 된다"고 쏘아붙였고, 유 의원은 "그래서 간사 선임을 위한 일정을 갖자고 하는 것 아니냐"고 반박했다.대화가 오갈수록 여야 의원들 신경전은 거세졌다. 정 위원장이 회의 진행을 계속하며 "그건 위원장 재량"이라고 일축하자, 여당 의원 사이에서 "예의가 없어"라는 말이 나왔고, 정 위원장은 "얻다 대고 반말이에요 지금!"이라고 고성을 쳤다. 그러면서 "간사 선임할 때 들어와 있지, 왜 이제야 왔느냐"고 말했다.
이후 정 위원장은 여당 의원들에게 인사 말씀을 요구했고, 여당 의원들은 '의사진행발언'을 요구하며 여야가 전부 참석한 법사위 전체 회의는 6분 만에 정회됐다.
정회 직후에는 정 위원장이 "국회법대로 하겠다. 국회법 공부 좀 하고 오세요"라며 유 의원을 질타했고, 유 의원은 "공부는 내가 좀 더 잘했지 않겠어요?"라고 받아쳤다. 유 의원의 발언에 회의장에선 다시 한번 웃음이 터졌다. 정 위원장은 "잘한 분들이 이러느냐"고 했다. 결국 국민의힘 의원들은 정 위원장의 진행대로 전부 자리에 앉았고, 회의가 속개됐다. 그러나 이어진 여당 의원들의 인사 말씀 시간에도 여야의 신경전은 계속됐다. 이날 여당에서는 법사위원으로 유상범·박형수·송석준·우재준·장동혁·주진우 의원이 출석했다.
송석준 의원은 발언을 시작하며 "존경하고픈 정청래 위원장님과 동료 법사위원 여러분 반갑다"고 인사했다. 정 위원장은 송 의원의 발언이 끝난 뒤 "존경할 마음도 없으면 '존경하고픈'도 자제해 주시고, 희화화하지 말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법사위에서는 야당이 강행 추진하는 방송 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과 방송통신위원회 설치법 개정안이 여당의 반대 속에 통과됐다.방송3법은 공영방송인 KBS·MBC·EBS의 이사(理事) 숫자를 늘리고, 이사 추천권을 언론·방송 학회와 관련 직능단체 등에 주는 내용이 핵심이다. 방통위 설치법 개정안은 방통위 의결 정족수를 현행 상임위원 2인에서 4인으로 늘리는 내용이 골자다. 민주당은 이들 법안을 '방송 정상화법'이라고 부르는 반면, 국민의힘은 '방송 악법', '좌파 방송 장악법'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위원회 의결 정족수를 5분의 4까지 늘리는 것은 다른 위원회와 형평성 측면에서 맞지 않는다며 반대했다. 여당 간사로 내정된 유상범 의원은 "해당 법안들이 22대 국회 들어와서 전혀 토론도 논의도 안 됐다"며 "원자력안전위원회, 국민권익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등은 재적 과반수 출석,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하는데 다른 위원회와 방통위의 체계가 달라질 이유가 없다"고 했다.
그러나 정청래 위원장은 "법안 내용은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충분히 토론됐다"며 "방통위는 합의제 기구인데 다른 독임제 기구처럼 착각해 발언하는 경우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