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대혁명을 끄집어낸 英 기자 "트라우마는 계속된다" [서평]

기억의 장례

타냐 브레니건 지음
박민희 옮김/마르코폴로
440쪽|2만5000원
1966년부터 1976년까지 중국에 ‘문화대혁명’이란 광기가 휘몰아쳤다. 아이들은 부모에게 등을 돌렸다. 학생들은 교사를 비난했다. 200만명이 정치적인 이유로 목숨을 잃었고, 수천만명이 투옥됐다. 현재 중국에선 이 잔혹하고 끔찍한 시기의 기억이 빈 공간처럼 남아 있다. 중국 정부의 탄압과 당사자의 개인적인 트라우마가 겹쳐져 ‘국가적 기억 상실’을 초래한 것이다.

<기억의 장례>는 그 기억을 다시 끄집어낸다. 책을 쓴 타냐 브레니건은 영국 가디언지 기자다. 2008~2015년 중국 특파원을 지내며 그는 깨달았다. 문화대혁명이 단지 과거의 일이 아니라는 것을, 지금도 중국 사회에 영향을 끼치고 있는 집단적 트라우마라는 것을. 그는 문화대혁명에 가담하고, 겪은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책은 문화대혁명이 다양한 그룹의 사람들에 의해 어떻게 기억되고, 잊혀지고, 재해석되고 있는지 탐구한다.
1970년 팡중모우는 남편이 홍위병들에게 구타당하는 것을 지켜봐야 했다. 그렇게 괴로운 나날을 보내던 어느날 저녁 팡중모우는 빨래를 하다 마오쩌둥을 비난했다. 그걸 듣고 10대 아들인 장훙빈이 경고했다. “당신이 친애하는 마오 주석에 반대한다면 나는 개 같은 머리를 부숴버릴 거야.” 남편도 말했다. “지금부터 우리 가족은 반혁명분자의 입장을 고집하는 당신과 관계를 끊는다. 당신은 적이고, 우리는 당신에게 맞서 투쟁할 것이다.”

팡중모우는 고집을 꺽지 않았고, 남편과 아들에게 고발당했다. 그리고 두 달 뒤 처형당했다. 저자에게 장훙빈은 이렇게 털어놓았다. “내가 어머니에게 한 짓은 짐승보다 못했어요.” 같이 어머니 무덤에 가서는 통곡하며 울부짖었다. “어머니! 불효자가 왔어요! 어머니!”

중국인들이 과거를 속죄하는 것만은 아니다. 시진핑 시대 들어 문화대혁명에 대해 말하기란 더 어려워졌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가 처음 중국에 갔을 때보다 중국 정부의 통제는 더 강해졌고, 이제는 사람들을 만나도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들을 수 없을 거라고 말한다. 인터넷에 개설된 문화대혁명 추모 사이트도 폐쇄됐다. 저자는 책을 통해 다음과 같이 묻는다. 가장 가까운 사람들을 더 이상 신뢰할 수 없게 되면 사회는 어떻게 될까. 과거가 묻히고, 착취되고, 다시 그려지면 현재는 어떻게 될까. 이어 중국은 여전히 문화대혁명의 잔재를 완전히 벗어던지지 못했다고 말한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