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드워드 호퍼 <밤을 지새우는 사람들(Nighthawks)> (1942) / 소장처. 시카고 미술관 하지만 진정한 의미에서 오픈키친을 도입한 것은 파인 다이닝 ‘스파고(Spago)’라고 할 수 있다. 1982년 오너 셰프 울프강 퍽(Wolfgang Puck)이 문을 연 이 레스토랑은 홀 어디에 앉든 투명한 유리창으로 모든 조리과정을 볼 수 있었다. 실베스터 스탤론, 조지 루카스, 스티븐 스필버그 등 할리우드 유명 인사들이 단골로 찾을 정도로 인기를 끌던 이 레스토랑은, 미국 전역으로 오픈키친 개념을 퍼뜨리며 일선 레스토랑의 ‘스파고화(Spagoization)’를 이끌었다.커피를 취급한 다이너부터 에스프레소 머신을 올려둔 현대적인 카페까지 대부분 제조 공간을 드러낸 형태를 갖췄으니, 카페 역사에서 오픈키친 개념이 도입된 시기를 논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스파고와 같이 제조과정의 투명성을 강조하려는 의도의 ‘오픈 키친’을 말한다면, 스페셜티 커피를 중심으로 한 커피 제3의 물결 시대에 그 개념이 본격적으로 도입됐다고 볼 수 있다.
어디에서도 커피 제조 과정을 살펴볼 수 있는 오픈형 바(bar)를 설계한 스웨덴 요한앤뉘스트롬, 미국 로스앤젤레스 베니스비치에 문을 연 인텔리젠시아 커피의 매장이 있다. 기존의 매장들이 소비자의 움직임을 중심으로 설계를 해 제조공간이 잘 드러나지 않는 것에 반해, 이 매장들은 바리스타가 마치 무대 위에서 멋진 공연을 선보이듯 커피를 제조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 이후 자칫 잘못하면 고객의 동선이 바 안으로 섞여 들어갈 만큼 그 경계가 아슬아슬한 ‘오픈 바’ 구조가 스페셜티 커피 업체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2015년 창전동에 문을 연 ‘펠트커피 쇼룸’은 스페셜티 커피 시대의 지향점을 보여주는 새로운 공간이었다. 커피업계 최초로 선보인 이 ‘쇼룸’에는 하얀 벽과 에스프레소 머신이 올려져 있는바, 벽 따라 설치된 붙박이 의자가 전부였다. 당시에는 저녁 늦게까지 문을 여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쇼룸은 오후 6시까지만 문을 열어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