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코인 상폐된다더라"…지라시에 널뛰는 한국 가상자산 시장 [한경 코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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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승의 ₿피셜코인, 알고 투자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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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료 구독신청 hankyung.com/newsletter가상자산 시장의 조정세가 길어지고 있다. 비트코인은 3월 이후 추가 상승 동력이 없어 자금이 유출 중이며, 알트코인 시장은 하락 폭이 더 크다. 현물 ETF 최종 승인이 임박한 이더리움이 시장의 구원자가 될 수 있을까? 이더리움 ETF 현물 최종 승인의 함의는 무엇일까?
비트코인 조정세, 연준과 엔비디아
불과 몇 달 전, 강력히 상승하는 비트코인을 보며 이제 비트코인과 경쟁할 자산은 글로벌 빅테크 주식뿐이라고 생각했다. 올해 초 현물 상장지수펀드(ETF)가 상장된 비트코인은 신규 자금 유입과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감에 힘입어 나스닥(NASDAQ) 빅테크 기업들과 함께 큰 폭의 상승을 보였다.그러나 비트코인은 3월에 최고점을 기록한 후 횡보를 거듭하다가 최근 하락세로 돌아섰다. 1분기가 지난 후 미국의 여러 기관에서 비트코인 ETF를 매집한 사실이 밝혀지는 등 호재도 있었지만, 가격 상승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임박했다고 여겨지던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점점 옅어지면서 추가 자금 유입이 더뎌진 것으로 보인다.여기에 더해 지난 5월 말 엔비디아(NVDA)가 실적 발표 및 10 대 1 주식 분할 계획을 밝혀 급등을 시작한 이후, 비트코인 하락세가 뚜렷해졌다. 시장 참여자 중에는 비트코인에서 돈이 빠져나가 엔비디아로 가고 있다고 불평하는 사람들도 보인다. 그리고 최근 독일 정부의 비트코인 매각, 마운트곡스 물량 상환 뉴스 등이 더해지며 비트코인 조정세는 심화하고 있다. 그간 시장에서 왕성하게 일어나던 ‘베이시스 트레이딩’의 수익률이 감소하면서 물량이 이탈하고 있는 정황도 보인다.
알트코인 시장 침체
비트코인 가격 향방은 다른 가상자산 가격에도 영향을 미친다. 비트코인 시가총액이 가상자산 전체 시가총액 중 차지하는 비율(비트코인 도미넌스)이 50% 이상이기 때문이다.지난 여러 번의 가상자산 상승 사이클에서는 비트코인 가격이 큰 폭으로 상승한 후에는 이더리움(ETH)이 상승하고, 그 이후에는 리플(XRP)이나 솔라나(SOL) 등 메이저 알트코인이, 그 후에 더 소규모의 코인들이 상승하는 패턴이 반복적으로 관찰되어 왔다. 더 큰 규모의 자산에서 수익을 실현한 자금이 더 작은 규모의 자산을 매수하는 일종의 ‘낙수효과’가 일어난 것이다. 그래서 비트코인 가격이 유의미한 상승세를 보이는 경우 기대감이 선반영되어 저시총(low-cap) 가상자산의 가격이 미리 상승하는 모습이 종종 관찰되었다. 시가총액이 가벼울수록 상승 폭은 컸다.그런데 작년 4분기부터 시작된 이번 상승 사이클에서는 낙수효과 패턴이 보이지 않는다. 일부 인공지능(AI) 테마 자산들과 솔라나(SOL) 등이 반짝 상승을 보였을 뿐, 이더리움을 비롯한 대부분의 자산은 이전 상승장과 다르게 매우 제한적인 상승 폭만을 보이고 있다. 그리고 비트코인이 조정받으면 더 큰 폭으로 알트코인은 하락한다.
알트코인 성장을 차단해 온 SEC의 ‘증권성 시비’
알트코인 상승은 왜 저조했을까? 표면적으로는 비트코인 가격을 부양한 자금이 증시에서 유입된 자금이라 타 자산으로 상승 폭이 잘 전이되지 않는 탓이겠지만, 그 이면에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증권성 시비’가 있다. 세간에 잘 알려진 ‘리플 소송’을 비롯하여 SEC는 가상자산의 증권 판단 여부와 관할권을 무기 삼아 가상자산 업계의 성장과 확장을 끊임없이 가로막아 왔다.테라루나 사태, FTX 사태 등으로 얼룩진 2022년 대 하락장을 보낸 가상자산 업계는 2023년부터 회복을 시도했으나, 현물 ETF 기대감에 상승한 비트코인 외에 다른 자산들의 상승 폭은 크지 않았다. 여러 이유 중 하나는 2023년 6월에 SEC가 코인베이스와 바이낸스 등 대형 거래소들에서 거래되는 가상자산들이 증권이라는 주장과 함께 해당 거래소들이 미등록 증권 거래 서비스를 제공했다며 소송을 제기했기 때문이다.2020년에 시작된 리플 소송이 미국 내에서 가상자산 산업이 발전하는 것을 차단한 것과 같이, 2023년 SEC의 소송전은 거래소들 뿐 아니라 거래되고 있는 가상자산들, 그리고 ‘마켓메이커’라고 불리는 트레이딩 업체들의 사업 진행에도 큰 어려움이 되었다. 법적 불명확성을 명확하게 부여한 소송이기 때문에 업체들과 자본들의 활동에 부담감이 커진 것이다.
더 나아가 SEC는 올해 이더리움 핵심 관계사들에 웰스 노티스(Wells Notice)를 발부하는 등 이더리움 생태계에도 ‘조사’의 형태로 직접 압박을 가하기 시작했다. 비트코인 현물 ETF 상장 이후 ‘다음 타자’ 이더리움 현물 ETF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져 가던 시기였기 때문에, 업계에서는 SEC가 지분증명 (Proof-of-Stake, POS) 방식으로 전환한 이더리움을 증권법으로 규제하려 한다는 추측이 팽배했다. 겐슬러 의장이 POS 방식 가상자산들을 증권으로 보아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한 적이 있는 점, 그리고 SEC가 이더리움 현물 ETF 승인에 대한 가타부타 명확한 의견을 내지 않는 점이 이 추측에 힘을 더했다. 이것은 이더리움 가격 상승에 직접적인 걸림돌이 되었다.
메이저 알트코인 중 상당수가 현재의 이더리움과 같이 POS 방식 레이어 1 네트워크(소위 ‘메인넷’) 고유자산(native asset)이고, 자체 네트워크가 없는 토큰 형태의 자산들도 SEC가 코인베이스 및 바이내스 소송에서 증권이라고 지목한 자산들과 같은 이유로 증권으로 분류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비트코인 계열’ 외의 모든 자산들에 법적 리스크가 발생한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비트코인, 이더리움, 메이저 알트코인, 저시총 알트코인으로 상승세가 전파되던 이전 상승 사이클과 달리 이번 상승 사이클에서는 비트코인 외의 다른 가상자산의 상승세가 비교적 저조했던 것으로 판단된다.
SEC의 공세 종말점
다행스럽게도 SEC의 ‘증권성’ 파상공세는 이제 공세 종말점에 다다른 것으로 보인다. 작년 7월 리플 소송에서 법원이 ‘리플(XRP) 2차 판매는 증권법 위반이 아니다’라고 판결했고, 올해 4월에는 코인베이스 소송에서 법원이 ‘가상자산 2차 판매는 증권법 위반이 아니다’라고 판결했다.대선을 앞둔 미국 정치권에서는 공화당과 민주당이 초당적으로 친 가상자산 법안들을 통과시키고 있으며, 다시 대권에 도전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크립토 대통령’이 되겠다며 현임 바이든 대통령을 압박하고 있다. 유명 투자자인 마크 큐반(Mark Cuban)은 최근 인터뷰에서 “겐슬러 때문에 바이든이 대선에 질 수도 있다(Gary Gensler Could Cost Joe Biden the 2024 Election)”라고 말했다.
이러한 분위기 탓인지 이더리움 현물 ETF의 첫 단계인 19b-4 서식(거래소 규칙변경 신청서)이 5월에 전격 승인되었으며, 겐슬러 SEC 의장은 청문회에서 이더리움 현물 ETF의 최종 승인을 ‘여름 중’이라고 답했다. 승인 마지막 단계인 s-1 서식(증권신고서)은 현지시간 6월 21일에 수정안이 다시 접수되었으며, 업계 전문가들은 미국 독립기념일(7월 4일) 전 최종 승인을 예측하고 있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솔라나(SOL), 리플(XRP) 등의 현물 ETF에 대한 기대도 발생하고 있다.
그리고 이더리움 핵심 관계사인 컨센시스 사는 SEC에 ‘5월 이더리움 현물 ETF 승인은 이더리움(ETH)이 증권이 아니라는 것을 의미하므로 컨센시스에 대한 조사를 종료할 것인지’를 SEC에 공식 질의했고, 지난 19일 SEC는 ‘조사를 종료한다’는 답변을 보냈다. 컨센시스는 SEC의 답변을 공지하며 “이더리움(ETH) 판매가 미등록 증권 거래 행위로 취급되지 않을 것이라는 뜻”이라고 밝혔다.
이더리움 현물 ETF의 진정한 의미
이더리움 현물 ETF의 승인은 이더리움 가격에만 국한되는 호재가 아니다. 이더리움을 포함한 스테이킹이 가능한 POS 방식 자산들, 더 나아가 대부분의 가상자산을 SEC의 주장대로 증권으로 분류하여 미국 증권법과 SEC의 관할 하에 두어야 하는지에 대한 오랜 논란에 대한 결과가 나오는 것이다.그러므로 이것은 가상자산 산업에 대한 미국 정부의 일관적이고 강력한 규제를 종식하는 터닝포인트로 작용할 수 있다. 비트코인은 상품(commodity)으로 인정하고 현물 ETF를 승인한 SEC는 ‘비트코인 외의 가상자산은 증권’이라는 주장을 통해 다른 가상자산은 증권법으로 규제하려 했지만, 대통령 선거를 앞둔 의회와 법원이 SEC의 과도하고 무리한 규제에 제동을 건 결과가 나타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간 전 세계 가상자산 발행사들은 SEC의 불명확하고 자의적인 기준에 근거한 ‘증권성’ 소송을 피하기 위해 프로토콜 설계부터 초기 판매(ICO), 유통 등 사업의 모든 측면에 있어서 상당한 제약을 감수해야만 했다. 실생활에서 블록체인이 활용되는 유즈케이스(use-case)가 아직 많지 않은 이유 중 하나다. 이미 조짐이 보이는 이더리움 현물 ETF 승인을 기점으로 SEC가 가상자산에 대한 무리한 관할권 주장을 포기하게 된다면 기존에 발행되어 유통되는 가상자산은 물론, 신규 발행되는 가상자산이나 거래소, 트레이딩 업체 등 가상자산 관련 산업 전체에 큰 추진력이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초당적으로(279:136) 미국 하원을 통과한 ‘21세기 금융혁신법안(Financial Innovation and Technology for the 21st Century Act, FIT21(FIT21)’의 내용도 이와 같은 결이다. 이더리움이나 그 외 알트코인의 가격 상승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가 될 것이다.
그러나 국내는
유럽과 싱가포르, 홍콩, 일본 등 선진국들은 법과 제도를 갖추며 가상자산 시장 육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고, 가장 강력한 규제를 가하던 미국도 이제 시대의 변화에 발맞추어 규제를 풀기 시작했다. WEB3의 시대가 제대로 시작되려 한다.그러나 우리나라 가상자산 업계는 아직 2017년 체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기업과 기관은 가상자산을 거래하지 못하고, 산업은 유통시장에 편중되어 있으며, 유통시장마저 선두 기업 독점 체제가 굳어가고 있다. 7월 19일 이용자보호법 시행을 앞두고 업계에서는 소위 ‘상장폐지 목록’ 지라시가 유통되며 국내 시장에 거래가 편중된 자산들의 가격이 폭락하는 일도 발생했다.
차단 일변도의 규제가 왜곡된 시장을 만들었고, 국내 시장은 점점 글로벌 트렌드와 동떨어진 ‘갈라파고스’가 되고 있다. 이제는 ‘규제에 대한 검토’ 수준이 아니라 시장 선진화와 산업 진흥에 즉시 착수해야 할 때다.
가상자산이 내재가치도 없고 실체도 없는 나쁜 것이라는 인식부터 깨야 한다. 가상자산을 주식의 일종으로 보니 내재가치가 없다는 계산이 나오고, 그러니 나쁜 것이라는 편견이 생긴다. SEC는 가상자산이 증권이라고 우겨 왔고, 미국의 입법부와 사법부가 제동을 걸었으며, 결과적으로 바이든 재선에 큰 부담이 되어 버렸다. 가상자산은 주식도 아니고, 증권도 아니다. 새로운 자산이다. 편견을 버리고 새로운 인식과 새로운 관점으로 규제를 합리화하고 산업 육성을 시작해야 한다. 이미 선진국은 시작한 일이다.
김민승 코빗 리서치센터장은...▶이 글은 암호화폐 투자 뉴스레터 구독자를 대상으로 다양한 관점을 제공하기 위해 소개한 외부 필진 칼럼이며 한국경제신문의 입장이 아닙니다.
코빗 리서치센터 설립 멤버이자 센터장을 맡고 있다. 블록체인과 가상자산 생태계에서 벌어지는 복잡한 사건과 개념을 쉽게 풀어 알리고, 다른 관점을 가진 사람들이 서로를 이해하도록 돕는 일을 한다. 블록체인 프로젝트 전략 기획, 소프트웨어 개발 등의 경력을 가지고 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