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전대 '친명 마케팅' 일색…이재명, 잠행 속 메시지 고심

최고위원 '친명' 경쟁 과열…"진영 갇히면 李에 도움안돼" 우려도
李, '일극체제' 부담에 신중 행보 전망…'민생·희망' 메시지 구상
차기 지도부 선출을 위한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가 '친명(친이재명) 마케팅' 일색으로 흐르고 있다. 사실상 이재명 전 대표의 연임이 확정된 분위기 속에서 당 지도부 입성을 노리는 후보들은 당원들 표심을 얻기 위해 친명을 앞세우고 있다.

최근 들어 최고위원 도전 의사를 밝힌 후보들의 출마선언문이나 SNS 글을 보면 이 전 대표가 빠지지 않는다.

강선우 의원은 페이스북에 이 전 대표와 찍은 사진을 올리며 "이재명 대표와 함께 정권교체"라고 적었고, 김병주 의원도 페이스북을 통해 "이재명 대표와 함께 정권 창출 선봉에 서겠다"고 했다. 전현희·한준호 의원 등 추가로 최고위원 도전이 점쳐지는 후보군 역시 SNS에 이 전 대표의 사진을 함께 게시해 '명심(이 전 대표 의중)' 경쟁에 합류했다.

당내에서는 이에 대한 적잖은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친명계로 분류되는 정성호 의원은 26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별로 좋아 보이지 않는다"며 "최고위원으로서 비전과 가치를 제시해야지, '이 전 대표와 가깝다'는 얘기만 해서는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친명 마케팅'은 이 전 대표의 절대적인 영향력을 보여주는 현상이지만, 정작 이 전 대표 측은 이를 부담스러워하는 모습이다.

가뜩이나 일극 체제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충성 경쟁'으로 비칠 수 있는 이런 현상이 마뜩잖은 것이다.

장기적으로 다음 대권을 노리는 이 전 대표가 '친명 맹주' 이미지에 갇히는 것도 중도층 지지 확장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우상호 전 의원은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이 전 대표가 연임하는 게 대권에 도움이 되는지 우려스럽다"며 "당 대표를 계속하면 진영에 가둬진다"고 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이 때문에 이 전 대표는 대표 선거 출마 후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하기 전까지의 정치적 행보와 메시지에 더욱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

대선을 앞두고 다시금 대표에 취임하면 단순히 거야(巨野)의 수장을 넘어 차기 지도자의 면모까지 보여줘야 하는 것이다.

이 전 대표 역시 지난 24일 사퇴 입장을 밝히는 회견에서 연임 여부를 묻는 말에 "개인적 입지보다 전체를 생각해 결정해야 한다"며 "국민과 나라가 당면한 거대한 위기 앞에서 어떤 길을 가야 할지 고민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전 대표 측도 통화에서 "정부·여당이 희망을 주지 못할 때 제1야당과 이재명이라도 희망을 주는 정치를 해야 한다"며 "정국 구상과 함께 민생 개선을 비롯한 미래지향적인 메시지도 고민 중"이라고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