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티켓값 너무 올랐다…뿔난 시민단체 '공정위 고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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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관들 티켓값 너무 비싸...'담합 의혹'시민단체들이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며 비싸진 영화 티켓값이 멀티플렉스 3사의 가격 담합 때문이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회사들이 같은 시기에 수 차례 가격을 올렸고, 그때문에 소비자들이 영화관으로 돌아오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업계, "사업적 특성 비슷해 유사한 것"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안산소비자단체협의회 등 시민단체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은 서울 CGV 용산아이파크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 멀티플렉스 3사를 티켓 가격 담합·폭리 혐의로 공정위에 신고했다고 26일 밝혔다.
"티켓값 동시에 올렸다"...업계는 즉각 반발
참여연대는 2020년 이후 1~3개월의 시차를 두고 멀티플렉스 3사가 순차적으로 가격을 인상한 점을 두고 담합 의혹을 제기했다. 임대료·인건비 등 3사의 비용 구조가 모두 다른데 2020년부터 2022년까지 3년 동안 주말 기준 1만2000원이었던 영화 티켓값이 1만5000원으로 동시에 오른 게 문제라는 지적이다.추은혜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변호사는 "카드수수료를 1개월 차이를 두고 함께 인상한 카드 사업자들의 카드수수료 인상 행위를 담합으로 판단한 2006년 대법원판결이 있다"며 "묵시적으로 가격을 공동으로 결정하는 행위도 담합으로 볼 수 있어 공정위에 멀티플렉스 3사를 신고했다"고 밝혔다.오른 영화 티켓값에 소비자들의 영화관 방문이 줄고 있다는 지적도 이날 나왔다. 이하영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운영위원은 "티켓 가격 인상에 부담을 느낀 관객과 소비자들이 영화 관람 횟수를 줄이면서 관객 수 회복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소비자들은 실제로 영화관 방문의 가장 큰 이유로 '비싼 티켓값'을 꼽았다. SM C&C의 설문조사 플랫폼 틸리언 프로가 20~50대 5000명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영화관람객 76%는 '티켓값을 내리면 영화관에 갈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업계는 즉각 반발했다. 한국상영발전협회는 이날 오후 발표한 입장문에서 "티켓 가격 결정은 철저히 각 사업자의 경영 판단하에 이뤄진다"며 "(3사의) 티켓값이 유사한 것은 극장의 운영 형태, 판매 상품, 임대료·인건비 등 제반 비용 구조 등 사업적 특성이 유사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넷플릭스 등 OTT와 경쟁해야 하는 영화업계는 현재 호황기였던 팬데믹 이전의 60%가량밖에 회복하지 못해 아직 어려운 상황"이라며 "티켓값을 높이면 상대적으로 적은 관객으로도 영화의 손익분기점을 넘길 수 있기 때문에 더 많은 영화를 극장에 개봉해 선보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고 귀띔했다.
정희원 기자 top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