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만에 텃밭 빼앗긴 트루도…캐나다도 조기 총선하나

집권 자유당, 1993년 이후 토론토 보궐선거서 첫 패배
트뤼도, 내년 총선 전 조기 사임 요구 커져
사진=AP
저스틴 트루도 캐나다 총리(사진)가 이끄는 집권 보수당이 30여년만에 텃밭인 토론토 하원 선거에서 패했다. 지지율 여론조사에서 야당인 자유당에 뒤져 트루도 총리가 내년 총선 전에 중도 사퇴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5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전날 토론토 세인트폴 보궐선거에서 보수당 돈 스튜어트 후보가 42.1%의 득표율을 얻어 자유당의 레슬리 처치(40.5%)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이번 선거는 1997년 이후 세인트폴 지역구 지켜온 자유당의 캐롤린 베넷 의원이 덴마크 대사로 부임하면서 치러졌다. 자유당은 1993년 이후 이 곳을 포함해 토론토에서 어떤 지역구도 보수당에 내준 적이 없다.

이번 선거에 출마한 처치 후보가 현 재무장관의 비서실장 출신이어서 상징적인 의미가 더 컸다. 자유당 소속의 폴 마틴 전 총리의 보좌관을 지낸 스콧 리드는 소셜미디어 X에 "보궐선거로 자유당과 트뤼도 총리의 모든 게 바뀌었다"며 "세인트 폴이 안전하지 않다면 캐나다 내 안전한 지역구가 없다는 뜻"이라고 썼다.

자유당은 2015년 이후 토론토 같은 대도시에서 승리를 거두며 집권당 지위를 유지해왔다. 그러나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 등으로 인해 인플레이션이 계속되고 경제가 둔화하면서 지지율이 하락했다. 특히 고금리로 인해 새 주택을 구입하지 못하는 유권자들이 캐나다 정부에 대한 불만이 컸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자유당은 보수당보다 두자리 수 이상의 낮은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 트루도 총리의 지지도도 떨어지고 있다.

여론조사업체 입소스에 따르면 캐나다인 중 68%가 트루도 총리의 사임을 원하고 있다. 총선 때 보수당을 뽑겠다는 비율은 42%로 자유당(24%)을 앞서고 있다. AP통신도 당장 총선 투표가 열리면 보수당 단독으로 과반을 획득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블룸버그는 "이번 선거 패배로 인해 내년 10월에 있는 차기 총선 전에 트루도 총리가 물러나야 한다는 압박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며 "총선 시기도 앞당겨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