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건강 혁신위' 출범…100만명 심리상담·마약중독 건보 적용(종합)

내달부터 '마음투자 지원사업' 시작…2027년까지 100만명에 전문 심리상담 지원
보험 가입 제한받는 정신질환자 차별 해소…자립하도록 일자리·주거 지원
공공기관·학교 등 자살예방교육 시행 의무화

정부가 정신질환의 예방과 치료, 회복에 이르는 '전 단계 정신건강정책' 대전환을 본격 추진하기 위한 정신건강정책 혁신위원회를 공식 출범시켰다. 정부는 정신건강정책의 전 주기 혁신에 관여하는 위원회의 출범과 함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라는 오명을 벗기 위한 정책을 이행하는 데 속도를 낸다.

우선 우울·불안 등 정서적 어려움을 겪는 국민을 시작으로 2027년까지 100만명에 전문 심리상담을 제공해 전 국민 마음건강을 증진하는 데 초점을 맞출 예정이다.

마약 중독 등이 늘어나고 있는 세태를 반영해 중독 치료에 필요한 인프라를 확충하고 건강보험도 적용한다.
◇ 정신건강정책 혁신위 출범…"정신건강 탄탄하게 만드는 기반 쌓겠다"
정부는 26일 오전 국립정신건강센터에서 '정신건강정책 혁신위원회'(이하 혁신위) 1차 회의를 열어 공식 출범을 알리고, 정신건강정책 혁신방안 이행계획 등을 논의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12월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열린 '정신건강정책 비전선포대회'에서 정신건강정책을 급성기 치료뿐 아니라 예방에서 회복에 이르는 전 과정에 걸쳐 관리하는 방식으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했다.

당시 정부는 정책 혁신을 위한 혁신위를 꾸리겠다고 예고한 뒤 지금껏 출범을 준비해왔다. 혁신위는 신영철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가 민간 위원장을 맡고 정부 위원으로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참여한다.

이외 정신질환 당사자와 자살 유가족, 현장 실무자, 분야별 전문가 등 민간위원 21명까지 총 23명이다.

특별고문으로 김용 전 세계은행 총재가 위촉됐다. 앞으로 혁신위는 정신건강 정책에 관한 각계 의견 수렴과 자문, 정책·제도 건의, 쟁점 조정 등 정책 이행 로드맵을 마련할 예정이다.

활동 기간은 2027년 5월까지다.

신 위원장은 "정신건강 분야는 투자한다고 해서 금방 효과가 나타나지도 않는 데다 많은 시간과 비용이 필요한 분야"라며 "혁신위 활동을 통해 우리 사회의 정신건강을 탄탄하게 만들 수 있는 기반을 쌓겠다"고 강조했다.
◇ 내달 전 국민 마음투자 지원사업 시작…2027년 100만명 심리상담 지원
혁신위는 첫 회의에서 지난해 12월 발표한 정신건강정책 혁신방안 이행계획 등을 공유했다.

우선 정부는 일상적 마음돌봄 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전 국민 마음투자 지원사업'을 다음 달부터 본격 시행한다.

올해와 내년에는 각각 정신건강 위험군 8만명과 16만명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2026년부터는 일반 국민 26만명에게 확대할 예정이다.

2027년에는 전 국민의 1%인 50만명에게 심리상담 서비스를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로써 2027년까지 총 100만명에게 전문 심리상담을 지원할 예정이다.

내년부터 청년층 정신건강검진 주기를 기존 10년에서 2년으로 단축하고, 검진 결과 필요한 경우 첫 진료비를 지원한다.

정서적으로 위기에 처한 학생을 선별하는 '마음 이지(EASY) 검사'도 확대한다.

정부는 위기학생 선별 검사에서 위기 징후가 포착된 학생을 부모의 동의를 받아 전문기관으로 연계하고 있다.

이때 부모의 동의가 없으면 위기 학생에 적절한 상담이나 치료를 제공하지 못하기 때문에, 이 부분을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지도 지속해서 논의하기로 했다.

직장 내 정신건강지원을 강화하고자 현재 14곳인 직업트라우마센터를 내년에 24곳으로 늘리고, 직무 스트레스 등을 해소하기 위한 근로자 지원 프로그램(EAP)도 확충한다.

자살 예방 상담도 강화한다.

올해 1월 자살예방 상담번호를 '109'로 통합한 데 이어 오는 9월부터 통화보다 메시지를 선호하는 청소년과 청년들의 특성을 고려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상담을 시작한다.
◇ 응급 정신질환 대응·치료제계 재정비…마약증독에 건보 적용
자·타해 위험 등 정신과적 응급상황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는 데도 힘을 쏟는다.

응급상황에 대응해 입원 등을 연계하는 지역 내 위기개입팀 인력과 팀을 충원하는 한편 현재 12곳인 권역정신응급의료센터를 2028년까지 32곳으로 늘린다.

공공 정신응급병상도 119개에서 180병상까지 확대한다.

정신질환도 신체질환과 대등한 수준의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의료기관에 대한 보상을 강화하는 등 치료체계도 재정비한다.

정신질환 환자들이 퇴원 후에도 방문 진료와 상담 등을 지속해서 받을 수 있게끔 2027년까지 낮 병동 이용에 관한 수가를 정비한다.

내년 상반기부터 비교적 고가였던 장기 지속형 주사제에 대한 본인 부담도 면제한다.

중독치료 인프라 구축을 위해 권역 마약류 중독치료기관을 올해 9곳 신규 지정하고, 2029년까지 17곳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중독치료 난이도와 위험도를 반영한 별도 수가를 신설하고, 오는 8월부터 마약중독 치료보호비에 대해 건강보험을 적용한다.

치료보호 대상자는 검찰에서 마약 중독 등으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거나 복역 후 출소한 사람, 중독 청소년 등을 말한다.

정부는 개인적 일탈이라고 치부했던 마약 등 중독 치료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건보 적용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마약중독 치료에 대한 건보 적용 시 환자 본인 부담금은 30%인데, 치료보호 대상자는 본인부담금을 국가 예산으로 지원받을 수 있다.

중독관리 통합지원센터도 올해 60곳에서 내년 85곳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신 위원장은 "최근 마약 중독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상황에서 (중독을) 질병의 개념으로 봐야 치료와 회복에 희망이 생긴다"며 "우리 사회를 위해서라도 이들을 나쁘고 의지가 약한 이상한 사람으로 보기보다는 질병을 앓는 분으로 보고 지원하는 체계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 정신질환자 독립 위한 일자리·주거 지원…'보험가입 차별'도 해소
정신질환자들의 회복과 재활, 독립을 지원하고 이들에 대한 사회적 차별과 편견을 해소하는 데도 집중한다.

모든 지역에서 정신재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시도 단위로 재활시설의 '최소' 설치 기준을 제시해 시설을 확충할 예정이다.

고용과 주거 분야에선 올해부터 정신장애인 복지일자리 지원을 시작했고, 정신장애인에게 특화한 고용모델을 개발해 확산하는 사업도 진행 중이다.

내년부터는 자기관리가 가능한 정신질환자의 독립생활 훈련을 위한 주거지원 시범사업을 시행한다.

각종 보험 가입에 제한받는 정신질환자에 대한 보험 차별 해소도 추진한다.

정부는 이들을 위한 보험상품 개발·이용을 활성화하는 동시에 정신과 진료 이력을 이유로 보험 가입을 거부한 사례에 대한 점검도 강화한다.

정신질환이나 장애 등을 이유로 보험 가입을 제한하는 것은 보험업법 제97조를 위반하는 행위다.

이와 관련해 2012년부터 2022년까지 인권위에 54건의 민원이 접수되는 등 차별이 여전하다.

복지부 관계자는 "금융위 등과 협업하여 위법 사례를 집중 단속할 예정"이라며 "정신질환자의 보험 가입 권리를 보장하면서도 보험업계가 수용할 수 있는 보험상품의 개발을 활성화하는 방안도 연구할 계획"이라고 했다.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을 해소하기 위해 혁신위 내 '캠페인 전문위원회'를 구성하는 방안도 마련됐다.

전문위에서는 '정신질환은 고칠 수 없고 위험하다'는 인식을 개선하기 위한 캠페인을 시작한다.

내달부터 공공기관이나 학교 등에서의 자살예방교육 시행을 의무화하고, 학생들의 감정·충동을 조절하고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마음챙김교육 역시 올 하반기 시범 적용을 거쳐 내년에 도입하기로 했다. 전반적인 정신건강정책 추진체계를 정비하고자 각 지자체 내 전담 조직 설치를 권고하고, 정신건강복지센터와 자살예방센터의 인력도 지속해서 확충하기로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