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더 간다" vs "삼성전자가 낫다"

반도체 투톱 놓고 여의도 '격론'

SK하이닉스 강세
AI 메모리반도체 시장서 독주
목표주가 35만원까지 상향

"삼성전자 한방 기대"
3분기이후 엔비디아 공급 가능성
테스트 통과땐 주가 흐름 '역전'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서울 여의도 증권가에서 ‘반도체 투톱’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 전망을 놓고 격론이 벌어졌다. SK하이닉스의 강세를 예상하는 쪽에선 올해 인공지능(AI) 메모리반도체 시장에서 독주가 이어져 주가가 35만원을 넘어설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반면 삼성전자 진영에선 하반기 엔비디아의 품질 테스트만 통과하면 한 방에 흐름이 뒤집힐 것이라고 주장한다.

○SK하이닉스 목표가 35만원 등장

SK하이닉스는 26일 유가증권시장에서 5.33% 오른 23만7000원에 마감했다. 지난 20일 기록한 종가기준 사상 최고가(23만7500원)에 근접했다. 올해 상승률은 67.49%에 달한다.

반면 삼성전자는 이날 0.62% 오르는 데 그쳤다. 올해 상승률은 3.57%에 불과하다. 늘 비슷한 주가 흐름을 보이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탈동조화’는 고대역폭메모리(HBM)에서 발생했다.

SK하이닉스는 글로벌 AI 산업의 선두주자 엔비디아가 제조하는 AI 연산용 그래픽처리장치(GPU)에 들어가는 HBM 반도체를 가장 큰 비중으로 공급한다. HBM은 데이터 저장 용량이 크고 처리 속도는 일반 D램과 비교해 열 배 이상 빠르다. 하반기 엔비디아가 내놓는 AI 가속기 블랙웰(B200)에는 SK하이닉스의 5세대 HBM 제품인 HBM3E 8개가 장착될 전망이다.여의도 증권가에선 SK하이닉스의 우위가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삼성전자의 HBM3E 시장 침투가 예상보다 늦어지는 데다 SK하이닉스가 사실상 글로벌 독점 체제를 유지하며 세대 전환에 따른 판매가격 상승효과까지 누리고 있기 때문이다. HBM의 영업이익률은 40% 이상으로 알려져 있다.

씨티글로벌마켓증권은 이날 보고서를 통해 SK하이닉스의 목표주가를 기존 31만원에서 35만원으로 올린다고 밝혔다. 시가총액 기준으로 이날보다 48%(약 82조원) 늘어난 254조원으로 불어날 것이라는 예상이다. 씨티글로벌마켓증권은 “올해 내내 SK하이닉스가 글로벌 HBM 시장의 주도권을 잃지 않을 것”이라며 “이번 2분기에 영업이익 5조7000억원을 거둘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장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인 4조9000억원보다 16.3% 많은 금액이다.

○“삼성전자 HBM 승인은 시간문제”

SK하이닉스의 올해 영업이익은 역대 최대였던 2018년(20조8438억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일부 증권사는 SK하이닉스의 연간 영업이익이 사상 처음으로 삼성전자 DS(반도체)부문을 뛰어넘을 것으로 내다봤다. 한화투자증권은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DS부문의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를 각각 21조410억원, 18조6820억원으로 제시했다.삼성전자의 반등을 점치는 쪽에선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격차가 지나치게 벌어졌다고 지적한다. 현재 삼성전자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1.55배로 SK하이닉스(2.94배)의 절반 수준이다. 차소윤 BNK자산운용 매니저는 “SK하이닉스가 HBM 시장의 주도권을 쥐고 있지만, 현재 삼성전자의 주가는 작은 호재에도 크게 반응할 만큼 저평가돼 있다”고 설명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엔비디아의 삼성전자 HBM 품질 승인은 시간문제일 뿐 3분기 이후 공급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KB증권이 제시한 목표주가는 12만원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동반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란 시각도 있다. 김정수 미래에셋자산운용 리서치본부장은 “반도체 업황 개선은 최소 내년까지 이어질 것”이라며 “HBM은 이제 막 태동해 급성장 중인 시장이어서 양사의 성장세는 더욱 가팔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