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장면 4500원' 이 가격 실화냐…"완전 거저 먹는 셈"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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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가 이어지며 '착한가격 업소' 인기
오피스 상권 삼겹살집은 '작장인 회식' 명소로
곱빼기도 5500원…'물가 역행' 짜장면까지
매년 증가하는 착한업소…"고물가 시대상 반영"
26일 늦은 점심시간께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착한가격 업소' 중국집에서 만난 한 노인은 자리에 앉은 지 15분도 안 돼 짜장면 한 그릇을 비우며 이같이 말했다. 이곳 짜장면 가격은 한 그릇에 4500원. 식당의 주된 손님은 인근 탑골 공원에서 시간을 보내는 노인들이다. 그는 "보통 이 동네에서 주로 시간을 보내다 보니 이 중국집을 자주 찾는다"며 "몇천원 더 아껴서 뭐 하겠냐고 하지만, 벌이 없고, 배고픈 노인들한텐 결코 작지 않은 돈"이라고 말했다. 싼 게 비지떡이라는 말도 있지만, 착한가격 업소에는 해당하지 않는다. 저렴한 가격을 내세우면서도, 위생과 서비스가 결코 다른 업소에 뒤지지 않는다. 고물가 기조가 이어지면서 주머니가 얇아진 소비자들이 착한가격 업소에 몰리는 이유다.
이날 볶음밥(6000원)에 막걸리(3000원)를 곁들이고 있던 손님 김모(68) 씨도 "지인들과 들려 군만두에 막걸리 네 병을 먹어도 2만원이 채 들지 않는다"며 "점심이고 저녁이고 이곳에서 보통 식사를 해결한다"고 말했다.
15% 저렴한 삼겹살·9000원 비빔밥…"가격도 맛도 착하다"
착한가격 업소란 2011년부터 행정안전부와 각 지방자치단체가 지정하고 있는 물가안정 모범업소를 말한다. 각 품목 가격이 인근 지역 상권의 평균 가격보다 낮아야 하고, 재지정 심사 때는 1년 이상 같은 가격을 유지했어야 한다.착한가격 업소로 지정된 가게는 쓰레기봉투 무상 제공, 상하수도세 감면 등 혜택이 주어진다. 지자체는 착한가격 업소 평가시 저렴한 가격 뿐 아니라 주방 청결도, 정수기 수질 관리, 화장실 관리 상태 등 위생도 중요하게 평가한다. 지정 이후에도 수시로 담당 공무원들이 현장을 방문한다.
이날 만난 직장인 강모(34) 씨 또한 "가격만큼이나 '맛'이 착하다"며 식당 방문 이유를 전했다. 강씨는 "가격만 착하다고 해서 다가 아니다. 가격 대비 맛도 좋아야 계속 찾게 된다"며 "이 집은 고기 질과 밑반찬이 이 가격대 같지 않아 한 달에 최소 두 번 이상은 들려 직장동료와 회포를 푼다"고 말했다.
이 업소의 국내산 생삼겹살 가격은 1인분(150g)에 1만4000원이다. 바로 인근 가게가 같은 중량에 1만6000원 이상인 것을 감안하면, 약 15%가량 저렴한 편이다. 이마저도 작년에 1000원을 올린 가격이다. 또 점심에 100인분 가까이 나간다는 돌솥비빔밥도 9000원에 찌개와 반찬 5종이 같이 나온다. 소비자원이 발표한 지난달 서울 지역의 평균 비빔밥 가격인 1만846원보다 20% 정도 싸다.
소비자들은 온라인에서 착한가격 업소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기도 한다. 지역별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착한가격 업소 리스트'를 쉽게 찾을 수 있다. 네이버 지도는 이달부터 착한가격 업소 위치를 지도에서 검색할 수 있도록 기능을 개편하기도 했다.
매년 늘어나는 '착한가격 업소'…"고물가를 반영한 시대상"
전문가들은 착한가격 업소가 점차 늘고, 각광받는 현상이 곧 물가가 대책 없이 오르고 있는 현 상황을 반영한 결과라고 분석한다. 업소를 지정하는 기준인 상권의 평균 물가가 그만큼 지역을 가리지 않고 치솟고 있단 의미기 때문이다. 실제로 2021년 전국에 5895개였던 착한가격 업소는 2022년 6146개, 작년 12월 기준 7172개로 급증했다.성진우 한경닷컴 기자 politpe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