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닿으면 터지는데 물로 불 꺼라…환경부 화학물질 정보집 오류

화학사고 우려 큰 물질인데 오정보…5종 정보 연내 고치기로
경기 화성시 일차전지 제조업체 아리셀 공장 화재 때 리튬과 같은 '물에 닿으면 안 되는 물질' 때문에 발생한 불을 물을 뿌려 끄는 것이 맞는지 논란이 있었다. 리튬과 같은 '물 반응성' 화학물질로 인한 화재를 진압할 때 물을 사용해도 되는지에 대한 정보가 없거나 잘못된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환경부 화학물질안전원은 '사고대비물질 키인포가이드' 중 화재 진화 시 물 사용 여부가 잘못된 화학물질 5종 정보를 고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안전원은 이번 화성 화재와 별개로 이전부터 키인포가이드를 검토하다가 오류를 발견해 바로잡기에 나섰다. 사고대비물질 키인포가이드는 사고대비물질로 지정된 화학물질 97종의 위험성과 누출 시 방재와 화재 시 진압 요령을 담은 자료로, 유해화학물질 취급자나 사업장 안전관리자가 활용할 수 있도록 배포됐다.

사고대비물질은 화학물질 중 급성독성이나 폭발성이 강해 화학사고를 일으킬 가능성이 크거나, 사고가 발생하면 피해가 클 것으로 우려되는 물질이다.

화학물질관리법에 따라 환경부 장관이 지정한다. 리튬은 해당하지 않는다.

안전원은 산화에틸렌과 시안화나트륨, '톨루엔-2,4-디이소시아네이트', 트리메틸아민, 아크릴로일클로라이드 등 5개 물질 정보에 오류가 있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시안화나트륨은 물과 반응성이 매우 좋고 물과 반응하면 시안화수소라는 유독가스가 발생하는데 '사고대비물질 키인포가이드'에는 '물과 반응하지 않으며, 소화제로 물을 사용해도 된다'라고 적혀있다. 산화에틸렌은 '물이나 습한 공기와 접촉하면 점화될 수 있다'고 위험성을 안내하면서도 물이 소화제라고 적시했다.

트리메틸아민도 물과 접촉 시 화재나 폭발 위험성이 있으나, 소화제로 물을 쓸 수 있다고 표시했다.

화학물질안전원은 정보가 잘못된 물질에 대해 물 반응성 분자동역학 계산을 진행해 물과의 반응 속도와 반응 시 발생하는 열의 수준을 도출한 뒤 연내 사고대비물질 키인포가이드를 개정할 계획이다.

아리셀 공장 화재 때 물 반응성 물질인 리튬이 있음에도 일반 화재처럼 물로 진화해 논란이 있었다.

소방당국은 마른 모래 등으로 불을 끄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리튬이 일차전지에 극소량만 있었고 전지가 진압 전 이미 전소돼 물을 사용해 진화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화재로 금속화재에 대비가 부족하다는 점도 드러났다.

리튬금속과 같은 금속으로 인한 '금속화재'는 물질별로 효과적인 소화제가 달라 아직 소화기 형식승인·기술기준도 없다. 이에 정부는 리튬과 같은 화학물질에 대한 소화약제를 새롭게 개발하기 위해 내년부터 연구를 추진하기로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