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공중폭발'을 '탄두분리'로 왜곡하나…다탄두시험 성공 의문(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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軍 "발사사진, 작년 3월 화성-17형 액체연료 ICBM과 유사"…조작·합성 가능성
다탄두 시험이라기엔 고도 낮고 거리 짧아…"정상적 다탄두 분리 모습 아냐" 북한이 27일 미사일 1개에 여러 개의 탄두가 들어가는 다탄두 미사일 시험에 성공했다고 주장하면서 진위에 관심이 쏠린다. 전날 새벽 발사된 북한 탄도미사일에 대해 우리 군이 공중 폭발해 파편으로 흩어졌다는 분석 결과를 내놓자, 북한이 '여러 개의 탄두가 분리된 것'이라며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북한 미사일총국은 전날 탄도미사일 발사에서 "개별기동전투부 분리 및 유도조종시험"을 진행했다.
시험은 중장거리용 고체 연료 탄도미사일 1단 엔진을 사용했고, 분리된 기동 전투부들이 3개의 목표 좌표로 정확히 유도됐다고 한다. 북한이 말하는 개별기동 전투부는 영어 약자로 'MIRV'라 불리는 '다탄두 각개목표 재돌입체'를 뜻한다.
하나의 미사일 동체에 실려 발사된 여러 개의 탄두가 각기 개별적인 목표를 향하면서 대기권으로 재진입한다는 뜻으로, 미사일 1개로 여러 발을 쏜 효과를 낼 수 있다.
MIRV는 미국의 핵탄두 ICBM 미니트맨-Ⅲ에 처음 적용됐다. 북한은 2021년 1월 제8차 노동당 대회에서 "다탄두개별유도기술을 더욱 완성하기 위한 연구사업을 마감단계에서 진행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는데, 다탄두 미사일 시험이 보도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북한이 다탄두 ICBM을 개발해 미국으로 발사한다면 워싱턴DC와 뉴욕 등 여러 도시를 1발의 미사일로 타격할 수 있다는 의미여서 큰 위협이다.
그러나 이날 북한 주장에는 여러 허점이 존재한다는 게 군과 전문가들의 평가다. 이성준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기만과 과장을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며 "오늘 북한이 공개한 것은 2023년 3월 16일 발사한 화성-17형 액체연료 ICBM(대륙간탄도미사일)과 유사한 형태"라고 일축했다.
북한이 공개한 사진의 발사 장면부터가 의문스럽다는 지적이 나온다.
발사 장면에 나타난 미사일은 연료 ICBM 화성-17형과 유사한데 미사일 밑에 형성된 화염은 사방으로 넓게 퍼지는 모습으로, 고체 연료가 연소할 때 나타나는 전형적인 형상이다.
직선으로 뻗는 액체 연료 연소 장면과는 차이가 크다.
이에 과거 미사일 발사 장면과 전날 발사를 합성한 사진이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된다. 전날 발사된 북한 미사일은 250㎞가량 비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합참은 평양에서 발사된 미사일이 원산 동쪽 해상에서 '공중 폭발'했다고 분석했다.
북한도 "개별기동전투부의 비행 특성 측정에 유리한 170∼200㎞ 반경 범위내에서 진행됐다"고 밝혀 비행 거리는 큰 틀에서 비슷했다.
장영근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미사일센터장은 비행 거리를 토대로 "실제 ICBM에서 요구되는 고도에서 충분한 유도제어 능력을 갖춘 MIRV 시험을 모사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170∼200㎞ 반경은 대기권 밖까지 상승했다가 개별 탄두를 분리하는 MIRV 기술을 실험하기에 너무 짧다는 것이다.
일본 당국이 관측한 북한 미사일의 정점 고도는 100㎞ 수준이었는데 이 또한 MIRV를 실험하기에는 낮다.
북한이 주장하는 '개별 탄두 분리'보다 합참이 파악한 '공중 폭발'이 사실에 가까울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북한은 '개별기동 전투부 분리'라는 설명을 붙인 사진도 공개했다.
흰 연기로 표현되는 항적이 2개 이상으로 갈라지는 모습이다.
하지만 고도 100㎞ 이내였다면 미사일이 상승하는 단계에서 분리된 항적일 가능성이 크고, 이는 개별기동 전투부가 아니라 단순히 미사일 1단 엔진이 연소 종료 후 동체에서 떨어져 나가는 장면일 수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아울러 확실하게 분리되는 항적이 아니라 구불구불한 선형이어서 과연 정상적 분리라고 할 수 있는지 의문이 제기된다.
군 관계자는 "정상적인 다탄두 분리 모습이라고 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더욱이 군 레이더 등에 포착된 파편은 수십 개 이상이었다고 알려졌다.
정상적 탄두 분리였다면 이보다는 깔끔한 형태였을 공산이 크다.
장 센터장은 "북한은 저고도에서 개발 중인 PBV(후추진체)의 유도제어 시스템의 기술 능력을 검증하는 것이 일차적 목표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PBV는 미사일 하단부의 엔진과 상단부 탄두 사이에 들어가는 장치로, 엔진 연소 종료 후 분리된 탄두의 자세와 방향을 잡아주는 작은 모터다.
북한이 화성-17형과 화성-18형 등 기존 ICBM에 탑재할 MIRV 능력을 확보하고자 낮은 고도에서 PBV 기술만 실험해본 것일 수 있다는 얘기다.
북한은 "미사일에서 분리된 기만체(디코이)의 효과성"도 검증했다고 주장했다.
실제 탄두를 숨기기 위한 기만체까지 성공적으로 분리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성준 실장은 기만체를 포함해 다탄두의 분리는 미사일 하강 단계에서 이뤄지는 것이라며 "어제 북한 미사일은 초기 단계에서 폭발했다. 전혀 일치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연합뉴스
다탄두 시험이라기엔 고도 낮고 거리 짧아…"정상적 다탄두 분리 모습 아냐" 북한이 27일 미사일 1개에 여러 개의 탄두가 들어가는 다탄두 미사일 시험에 성공했다고 주장하면서 진위에 관심이 쏠린다. 전날 새벽 발사된 북한 탄도미사일에 대해 우리 군이 공중 폭발해 파편으로 흩어졌다는 분석 결과를 내놓자, 북한이 '여러 개의 탄두가 분리된 것'이라며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북한 미사일총국은 전날 탄도미사일 발사에서 "개별기동전투부 분리 및 유도조종시험"을 진행했다.
시험은 중장거리용 고체 연료 탄도미사일 1단 엔진을 사용했고, 분리된 기동 전투부들이 3개의 목표 좌표로 정확히 유도됐다고 한다. 북한이 말하는 개별기동 전투부는 영어 약자로 'MIRV'라 불리는 '다탄두 각개목표 재돌입체'를 뜻한다.
하나의 미사일 동체에 실려 발사된 여러 개의 탄두가 각기 개별적인 목표를 향하면서 대기권으로 재진입한다는 뜻으로, 미사일 1개로 여러 발을 쏜 효과를 낼 수 있다.
MIRV는 미국의 핵탄두 ICBM 미니트맨-Ⅲ에 처음 적용됐다. 북한은 2021년 1월 제8차 노동당 대회에서 "다탄두개별유도기술을 더욱 완성하기 위한 연구사업을 마감단계에서 진행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는데, 다탄두 미사일 시험이 보도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북한이 다탄두 ICBM을 개발해 미국으로 발사한다면 워싱턴DC와 뉴욕 등 여러 도시를 1발의 미사일로 타격할 수 있다는 의미여서 큰 위협이다.
그러나 이날 북한 주장에는 여러 허점이 존재한다는 게 군과 전문가들의 평가다. 이성준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기만과 과장을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며 "오늘 북한이 공개한 것은 2023년 3월 16일 발사한 화성-17형 액체연료 ICBM(대륙간탄도미사일)과 유사한 형태"라고 일축했다.
북한이 공개한 사진의 발사 장면부터가 의문스럽다는 지적이 나온다.
발사 장면에 나타난 미사일은 연료 ICBM 화성-17형과 유사한데 미사일 밑에 형성된 화염은 사방으로 넓게 퍼지는 모습으로, 고체 연료가 연소할 때 나타나는 전형적인 형상이다.
직선으로 뻗는 액체 연료 연소 장면과는 차이가 크다.
이에 과거 미사일 발사 장면과 전날 발사를 합성한 사진이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된다. 전날 발사된 북한 미사일은 250㎞가량 비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합참은 평양에서 발사된 미사일이 원산 동쪽 해상에서 '공중 폭발'했다고 분석했다.
북한도 "개별기동전투부의 비행 특성 측정에 유리한 170∼200㎞ 반경 범위내에서 진행됐다"고 밝혀 비행 거리는 큰 틀에서 비슷했다.
장영근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미사일센터장은 비행 거리를 토대로 "실제 ICBM에서 요구되는 고도에서 충분한 유도제어 능력을 갖춘 MIRV 시험을 모사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170∼200㎞ 반경은 대기권 밖까지 상승했다가 개별 탄두를 분리하는 MIRV 기술을 실험하기에 너무 짧다는 것이다.
일본 당국이 관측한 북한 미사일의 정점 고도는 100㎞ 수준이었는데 이 또한 MIRV를 실험하기에는 낮다.
북한이 주장하는 '개별 탄두 분리'보다 합참이 파악한 '공중 폭발'이 사실에 가까울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북한은 '개별기동 전투부 분리'라는 설명을 붙인 사진도 공개했다.
흰 연기로 표현되는 항적이 2개 이상으로 갈라지는 모습이다.
하지만 고도 100㎞ 이내였다면 미사일이 상승하는 단계에서 분리된 항적일 가능성이 크고, 이는 개별기동 전투부가 아니라 단순히 미사일 1단 엔진이 연소 종료 후 동체에서 떨어져 나가는 장면일 수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아울러 확실하게 분리되는 항적이 아니라 구불구불한 선형이어서 과연 정상적 분리라고 할 수 있는지 의문이 제기된다.
군 관계자는 "정상적인 다탄두 분리 모습이라고 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더욱이 군 레이더 등에 포착된 파편은 수십 개 이상이었다고 알려졌다.
정상적 탄두 분리였다면 이보다는 깔끔한 형태였을 공산이 크다.
장 센터장은 "북한은 저고도에서 개발 중인 PBV(후추진체)의 유도제어 시스템의 기술 능력을 검증하는 것이 일차적 목표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PBV는 미사일 하단부의 엔진과 상단부 탄두 사이에 들어가는 장치로, 엔진 연소 종료 후 분리된 탄두의 자세와 방향을 잡아주는 작은 모터다.
북한이 화성-17형과 화성-18형 등 기존 ICBM에 탑재할 MIRV 능력을 확보하고자 낮은 고도에서 PBV 기술만 실험해본 것일 수 있다는 얘기다.
북한은 "미사일에서 분리된 기만체(디코이)의 효과성"도 검증했다고 주장했다.
실제 탄두를 숨기기 위한 기만체까지 성공적으로 분리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성준 실장은 기만체를 포함해 다탄두의 분리는 미사일 하강 단계에서 이뤄지는 것이라며 "어제 북한 미사일은 초기 단계에서 폭발했다. 전혀 일치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