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스큐어 "세계 최초 크리스퍼 항암제 임상 준비, 2026년 목표"

데일리파트너스 데모데이 행사
HBV 적응증으로 임상 1상 나설 것
권태준 카스큐어 테라퓨틱스 최고기술책임자(CTO)가 암세포의 특정 염기서열을 공격하는 신델라(CINDELA) 플랫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우상 기자
“크리스퍼의 본래 기능은 침입해온 적(바이러스)의 DNA를 부수는 것입니다. 이 기능을 항암제에 적용하는 세계 첫 임상을 2026년에 진입하려고 합니다.”

카스큐어 테라퓨틱스의 권태준 최고기술책임자(CTO)는 27일 서울시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디랩스 데모데이’에서 이같이 발표했다. 디랩스 데모데이는 국내 바이오헬스케어 전문 벤처캐피털(VC) 데일리파트너스가 주최한 기업소개(IR) 행사다. 카스큐어 테라퓨틱스는 세포유전자치료제 개발에 쓰이는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자체를 항암제로 개발하기 위해 나선 첫 번째 신약벤처다. 유전질환의 원인이 되는 유전자를 잘라내거나 치료용 유전자를 넣는 목적으로는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가 널리 쓰이고 있지만 유전자 가위를 자체로 항암제로 개발하려는 곳은 카스큐어 테라퓨틱스가 처음이다. 오늘날 항암제 개발의 최전선을 맡고 있는 ‘항체약물접합체’(ADC)나 ‘표적단백질분해제’(TPD)처럼 이전에는 없던 새로운 ‘모달리티’(접근법)를 국내 신약벤처가 고안한 것으로 보면 된다.

이날 발표자로 나선 권 CTO는 “본래 크리스퍼는 미생물이 바이러스로부터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보호기전이었다”며 “크리스퍼의 표적을 암세포의 DNA로 바꾸면 항암제가 된다”고 설명했다. 암세포에서 특이적으로 발견되는 돌연변이 염기서열이라거나, 환자의 암조직에서 발견되는 특정 염기서열을 표적하는 크리스퍼 가위가 항암제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카스큐어 테라퓨틱스는 우선 B형 간염 바이러스에 의해 발병하는 간암을 적응증으로 선도 후보물질을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B형 간염 바이러스가 전달한 DNA 염기서열이 암세포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임상용 의약품 개발이 용이하다고 했다. 카스큐어 테라퓨틱스는 sgRNA(싱글 가이드 RNA) 4개를 이용해 특정 염기서열을 표적해 제거하게끔 했다. 권 CTO는 “sgRNA가 각 1개일 때는 원치 않는 곳을 잘라내는 ‘오프타깃 효과’가 나타났지만 sgRNA를 4개를 썼을 땐 오프타깃 효과가 사실상 나타나지 않았다”고 했다. 정상세포의 DNA를 잘라내는 부작용 가능성이 무시할 수 있는 수준으로 낮아졌다는 의미다. 세포 실험에서 암세포가 사멸하는 것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항암제 역할을 하는 4개의 sgRNA 지질나노입자(LNP)에 담겨 전달된다. 모더나 코로나19 백신 등에 이미 널리 쓰인 방법이다. 권 CTO는 “내년 전임상을 통해 안전성과 유효성을 확인한 뒤 2026년엔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임상시험계획(IND)을 제출하고 사람 대상 임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를 인체에 집어넣어 암세포를 직접 사멸시키는 첫 임상이 될 전망이다.

카스큐어 테라퓨틱스는 명경재 기초과학기술원 유전체 항상성 연구단장이 2020년 창업했다. 과거에 툴젠 대표를 맡는 등 바이오와 IT 업계를 두루 거친 김종문 대표가 현재 최고경영책임자(CEO)를 맡고 있다. 누적 투자금액은 11억원이며 50억~60억원 규모 프리A 투자라운드를 진행하고 있다.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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