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앉을 때마다 찌릿"…2030 여성들 고통 호소한 '이 병' [건강!톡]

젊은 치핵 환자 증가세
습한 여름철 항문 질환 '주의보'
20~40대 최다 수술도 '치핵 수술'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앉을 때마다 찌릿한 통증이 심해서 고3 때 쓰던 도넛 방석을 다시 꺼냈어요. 눈코 뜰 새 없이 바빠 일어날 시간이 없어 더 고통스러워요."

지난해 말 7급 지방직 공무원 시험에 합격해 올해부터 직장에서 대민 업무를 도맡고 있는 김모(29) 씨는 이같이 말하며 최근 병원에서 2도 치핵 진단을 받았다고 전했다. 김 씨는 "계속 민원인을 맞이하다 보니 화장실 가는 것을 미루게 됐다. 그러다 변비를 겪었었다"면서 "이후에도 생활 습관이 개선되지 않자 치핵으로 번졌다"며 푸념했다.이어 "혹시 몰라 밝은색 바지를 못 입은 것은 물론이고, 항상 엉덩이에 힘을 주고 있는 게 버릇이 됐다"며 "요즘같이 습한 날씨에는 증상도 악화한다"며 불편을 호소했다. 그는 "공시생 때도 치핵은 안 겪었다. 고민을 누군가에게 털어놓기도 난처한 질병이라 스트레스"라며 푸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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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씨처럼 의자에 앉아 근무하는 젊은 직장인 중에서 항문 질환인 치핵으로 불편을 겪는 이가 늘고 있다. 치핵이란 항문 주변의 혈관과 결합 조직이 덩어리를 이루어 돌출되거나, 출혈이 발생하는 현상을 말한다.

치핵은 내치핵과 외치핵으로 분류한다. 내치핵은 항문 안쪽에서 발생하는 증상으로, 직장 내 점막 아래에 있는 정맥 혈관이 붓는 상태를 말한다. 정도에 따라 1도에서 4도로 구분한다. 외치핵은 항문 입구 바깥쪽에 딱딱한 덩어리 형태로 발생하는데, 이 경우 통증이 매우 심하고 혈관 확장이 반복되면서 혈전으로 인한 출혈이 생기기도 한다. 치핵의 가장 흔한 증상은 항문이 튀어나오고 무언가 만져지는 느낌이 드는 것이다. 출혈과 통증도 있다. 때에 따라 변실금이 동반될 수도 있다.

딱딱한 대변을 자주 보거나 대변을 보기 위해 항문에 힘을 주는 경우가 지속되는 것을 치핵의 주요 원인으로 꼽는다. 복압이 증가한 경우, 변기에 앉아 있는 시간이 긴 경우도 마찬가지다. 잘못된 배변 습관으로 이 같은 일이 반복되면 치핵으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오래 앉아있는 생활이 치질을 유발하기도 한다. 2016년 세계보건기구(WHO)는 앉아있는 생활이 유발하는 질환들을 '의자병'이라 통칭한 바 있는데, 의자병의 질환으로 치핵이 포함돼있다. 변기에 오래 앉아 있으면 치핵이 생길 수 있는 것처럼 의자에 오래 앉아 있는 행위도 항문에 압박을 가하고 항문 근처로 혈액이 몰려 치핵이 생긴다는 설명이다. 치핵의 진행 상황이 1~2도 등 초기라면 보존적인 요법과 올바른 배변 습관으로 개선할 수 있다. 증세가 심하다면 적외선 응고법이나 약제 주입 등의 치료가 필요하다. 4도의 심각한 수준이라면 치핵 절제술과 같은 수술도 고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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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지난해 11월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발간한 '2022 주요 수술 통계 연보'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중 40대 이하의 젊은층이 가장 많이 받은 수술은 치핵 수술이었다. 치핵 수술은 연간 수술 건수를 기준으로 10대에서 3위, 20~30대에서는 제왕절개 수술을 제외하고 1위, 40대에서도 1위를 기록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치핵 진단을 받은 환자의 연령대 비율도 2020년 기준으로 20~30대가 35%에 달해 '젊은' 치핵이 지속해서 늘어나는 추세다.

이에 전문가들은 기름지고 불규칙한 식습관, 화장실 스마트폰 사용, 무리한 식단 관리로 인한 변비 등이 젊은 치핵의 원인이라고 지적했다.한정희 부산대학교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는 유튜브 채널 '부산대학교병원'을 통해 "치핵은 습관에 따라 호전과 악화가 반복될 수 있는 만성 질환"이라며 "치료와 생활 습관 교정이 반드시 동반돼야 재발하지 않고 잘 조절될 수 있다"고 제언했다. 이어 "항문질환이다 보니 많은 환자가 증상을 부끄러워하고 치료받기를 꺼려 병원을 찾는 일이 드문 경향이 있다"며 "조기진단을 통해 질병을 관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영리 한경닷컴 기자 smart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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