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대 약국체인 월그린, 매장 수백곳 폐쇄 검토

1차 진료 의원 사업에서 큰 손실

아마존 등 온라인의 공습도 지속
미국 최대 약국 체인 월그린이 매장의 최대 4분의 1을 폐쇄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월그린이 온라인 약국과 원격 의료업체의 시장 진출로 어려움을 겪는다는 소식에 주가가 22% 폭락했다. 매출이 늘고 금융 시장 유동성까지 풍부해진 코로나19 팬데믹 때 무리한 사업 확장을 했지만, 최근 경기가 하강하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27일(현지시간) 외신에 따르면 팀 웬트워스 월그린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실적발표를 하며 "미국에서 운영 중인 약 8600개의 매장 중 상당수를 폐쇄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폐쇄할 최종 매장의 수는 정해지지 않았으나 수익성이 낮은 약 4분의 1의 매장을 검토 중"이라면서 "향후 몇 년 동안 상당수를 폐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로이터통신은 월그린이 규제 당국에 제출한 서류를 근거로 향후 폐쇄될 매장 수를 약 650~700곳으로 추산했다. 월그린은 영국 자회사 부츠(Boots) 약국체인 매장 역시 650곳가량 폐쇄할 계획이다. 월그린 몰락의 주요 원인 중 하나는 매장 내 의원을 개설하는 사업에 뛰어들었다 실패한 것이다. 2021년 1차 진료소를 운영하는 빌리지MD를 52억달러에 인수한 것은 큰 손실로 돌아왔다. 월그린은 결국 빌리지MD의 지분은 일부 처분하기로 했다. 빌리지MD에 대한 투자는 축소하나 해외 약국 체인인 부츠나 특수 약국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문 약국 쉴즈헬스를 매각할 계획은 없다고 덧붙였다.

월그린의 핵심 사업인 약국의 매출도 팬데믹 이후 성장 부진을 겪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월그린의 주요 매출은 처방약에서 나오는 데 최근 매출 증가율이 감소했다"며 "보험사와 기업 대신 약값 협상을 하는 제약혜택관리업체(PBMs)의 환급 압박은 계속 커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아마존과 같은 온라인 약국과 원격의료 업체들에 고객을 빼앗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월그린은 회계연도 3분기 매출이 364억달러로 1년 전보다 2.6% 증가했다고 밝혔다. 순이익은 3억4400만 달러로 1년 전보다 3배 가까이 증가했다. 다만 이는 직전 분기에 빌리지MD의 평가손 등을 포함해 59억 달러의 순손실을 낸 직후의 기저효과 때문이다. 이어 월그린은 소매 환경 악화로 2024년 연간 조정 이익 전망치를 기존 주당 3.20~3.35달러에서 2.80~2.95달러로 대폭 하향 조정했다. 월그린은 이날 뉴욕증시에서 전 거래일 대비 22.16% 폭락했다. 123년의 회사 역사상 최대 하락 폭이다. 전날 15.75달러로 마감한 주가는 이날 한 때 11달러대로 떨어졌고, 12.19달러로 마감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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