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조원이 12조원 됐다"…한국 기업, 미국 가더니 '대반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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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배우들 앞세워 '최○식' 마케팅여행 플랫폼 야놀자가 미국 뉴욕증시 상장을 추진하면서 업계 이목을 끌고 있다. 2021년 소프트뱅크 투자 후 매년 상장설이 나오긴 했지만 이번엔 미국 나스닥 입성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뉴욕 맨해튼에 해외지사를 세운 데다 뉴욕증권거래소 출신 자본시장 전문가를 영입하는 등 상장 준비 행보를 이어가면서다. 최근에는 마케팅 총력전에 나서 몸값을 높이고 있다.
나스닥 상장 노리는 야놀자의 총력전
블룸버그통신 "이르면 7월 상장"
6일 업계에 따르면 야놀자는 이달 미국에서 기업공개(IPO)를 추진 중이다. 블룸버그는 야놀자가 이르면 이달 미국 주식시장 상장을 통해 4억달러(약 5500억원)를 조달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예상 기업 가치는 70억~90억 달러(약 9조6000억~12조3000억원)로 알려졌다. 상장 주관사는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가 맡았다.야놀자가 국내 증권시장이 아닌 미국 증권시장 상장을 준비 중인 것은 더 높은 기업가치 평가에 있다. 국내 주식시장에선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로 제대로 가치를 평가받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뉴욕증시에 상장하면 막대한 해외자본을 조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IPO 소식이 주요 외신을 통해 전해지는 글로벌 홍보 효과에 대한 기대감도 크다.
다만 블룸버그 보도에서 거론된 기업가치는 과하다는 평도 나온다. 현재 시가 총액이 6조원대에 그쳐 목표치와 2배 가까이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야놀자가 몸값을 끌어올리려면 하나투어 인수 등 인수합병(M&A)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회사 측은 상장이나 인수와 관련해 말을 아끼고 있다. 야놀자 관계자는 "관련된 내용은 밝힐 수 있는 게 없다"고만 말했다. 블룸버그도 업계 관계자들을 인용해 "야놀자가 아직 미국 상장에 대한 최종적 결정을 내린 것은 아니다"라며 "공모에 대한 세부 사항은 변경될 수 있다고 밝혔다"고 했다.야놀자는 올 여름 성수기를 앞두고 마케팅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최대 60% 할인 혜택을 내걸고 '놀자, 최선을 다해' 콘셉트로 진행되는 캠페인에 배우 최민식과 최우식을 광고 모델로 발탁했다. '놀자' 브랜드 정체성을 강조해 차별화된 서비스로 고객 유치에 나섰다.
자회사인 인터파크트리플에서는 유니버셜 스튜디오 재팬 기획전, 가이드만 아는 일본 관광지를 엄선한 소도시 기획전, 아이 동반 가족을 위한 여름방학 패키지 등 다양한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상장에 앞서 탄탄하게 실적을 쌓아 올린다는 속내로 풀이된다.야놀자는 2005년 이수진 이사회 의장이 자본금 5000만원으로 설립한 회사다. 이 의장은 창업 초기 모텔 종업원으로 일하며 포털사이트에 만든 카페에 숙박 관련 정보를 제공했고, 이후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 출시 프렌차이즈 등 사업을 확장해 지금의 야놀자 모습을 갖추게 됐다.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이 이끄는 비전 펀드가 1대 주주다. 비전 펀드는 2021년 17억달러(약 2조3000억원)를 투자해 현재 지분 24.9%를 보유하고 있다. 창업자인 이 의장의 지분은 16.3%로 2대 주주이나 특수관계인을 포함한 지분은 41.1%다.상장 준비를 위해 지난해 말 뉴욕증권거래소(NYSE) 출신 알렉산더 이브라힘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영입했다. 앞서 올 3월에는 뉴욕 맨해튼 지역에 50번째 해외 지사를 열었다.
야놀자는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7667억원, 영업이익 16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27% 증가했으나 영업익은 88% 감소했다. 올 1분기 매출은 1947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보다 30%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흑자로 돌아서 149억원을 기록했다.
신용현 한경닷컴 기자 yong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