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장토론 내용은 극비"…새벽부터 SK 사장단 모인 이유가 [르포]
입력
수정
미래를 건 '끝장토론' 위해 모인 사장단28일 경기도 이천의 한 연구소. 주위가 모두 논밭밖에 없어 특별한 부대시설도 찾기 힘든 한적한 장소지만 이날은 달랐다. 이른 아침부터 고급 세단들이 줄줄이 등장해 연구소 입구를 지나갔다.
SK의 미래를 결정짓는 이틀간의 'SK 경영전략회의'가 이곳 SKMS(SK매니지먼트시스템) 연구소에서 열렸기 때문이다. '그룹의 위기상황'이란 평가가 나오는 현 상황에서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및 계열사 사장과 임원들은 이날 모두 이 연구소에 모였다. SK㈜,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 SK하이닉스 등 주요 계열사 대표 30여명과 임직원들 모두가 참여했다. SK 계열사 사장과 임원들이 탄 제네시스 G90 차량 수십대는 아침 6시부터 모이기 시작했다. 회의 시작시간은 8시였지만 훨씬 이른 시간에 도착해 회의를 준비하기 시작한 셈이다. 회의를 주재하는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은 전날 미리 SKMS에 도착해 숙박하며 회의를 준비했다. 회의 안건들을 미리 일일히 다시 검토한 것으로 전해진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현재 미국 출장중이라 화상으로 회의에 참여했다. 최 회장의 장녀 최윤정 SK바이오팜 사업개발본부장 역시 회의에 참여했다. 최 본부장은 바이오 분야 전략에 관한 의견을 낼 것으로 전해진다.
회의 관계자 이외에는 '철통 보안'이 지켜졌다. 보안직원은 차량이 입장할때마다 일일히 차량번호와 이름, 직책 등을 미리 준비한 리스트와 비교하며 확인했다. 보안직원은 '오늘 회의에 누가 참여하느냐'는 질문에는 "회사 보안상 절대로 밝히지 말라는 방침이 있었다"며 "말해줄 수 없다"고 했다. 삼엄한 보안에는 이유가 있다. 현재 SK는 과도한 채무 비율, SK의 미래로 꼽히는 배터리 산업에서의 지속된 적자, 바이오 산업내 계열사간 중복 구조 등을 개선하기 위한 방책을 고민하고 있다. 모두 사전에 결정사항이 흘러나가면 안되는 '극비 사항'이다. 회의 시작 전임에도 시장에선 SK온과 SK엔무브간의 합병, SK이노베이션과 SK E&S간의 합병,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 지분매각, SK 바이오 계열사 합병 및 매각 등이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다. 최 의장과 계열사 사장 및 임원들은 내일까지 장기간의 '끝장토론'을 이어갈 예정이다. 회의에서 방향성을 정한다면 각 계열사 사장들은 회사로 돌아가 구체적인 각론을 짤 계획이다.
구조조정 방향에 따른 인사, 조직 개편도 예고되고 있다. 이르면 다음달부터 대대적인 개편이 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천=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