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도 어렵다"…강동원·수지·박보검의 처참한 성적표 [무비 인사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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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화 캐스팅으로 눈길 끈 '설계자'·'원더랜드'
개봉 한달도 안 돼 나란히 안방 行
손익분기점도 못 넘어 '씁쓸'
올해 영화계 양극화 극심 "중박 영화가 없다"

지난 5월 29일 개봉한 '설계자'는 강동원의 신작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대중의 큰 기대를 받았다. 영화는 홍콩 영화 '엑시던트'(2009)를 원작으로 의뢰받은 청부 살인을 완벽한 사고사로 조작하는 설계자 '영일'(강동원)이 예기치 못한 사건에 휘말리며 벌어지는 이야기다.살인 조작이라는 신선한 소재, 강동원의 처음 보는 서늘한 얼굴, 다채로운 캐릭터 등이 관람 포인트로 꼽혔으나 아쉬운 결말과 완성도 부분에서 혹평받았고, 6월 28일 기준 네이버 평점 5.57에 그쳤다. 손익분기점인 200만 명(제작비 130억)인 이 영화는 누적 관객 수 52만 명이라는 충격적인 결과를 얻었다.
영화 '원더랜드'는 '만추', '가족의 탄생'을 통해 수많은 영화 팬을 보유한 김태용 감독의 13년 만의 신작이다. 죽은 사람을 인공지능으로 복원하는 영상통화 서비스 '원더랜드'를 통해 사랑하는 사람과 다시 만나는 이야기를 탕웨이, 수지, 박보검, 정유미, 최우식 등 대세 배우들이 훌륭한 연기를 통해 설득력을 부여했다.
지난 5일 개봉한 이 영화는 현충일 휴일 박스오피스 1위를 찍으며 흥행 조짐을 보였다. 인공지능이라는 시의성 적절한 소재와 감각적인 영상미 등으로 호평받았으나 이야기의 호소력에 대해선 반응이 엇갈렸고 결국 전국 62만 관객을 들이는데 그치며 안방극장으로 갔다. 180억을 들인 이 영화의 손익분기점은 290만 명 정도다.영화계에서는 티켓 파워 높은 배우들과 연출적으로 호평 받는 감독이 만든 영화가 개봉 한 달도 되지 않은 시점에 안방서 시청자들을 만나는 데 '충격적'이라는 반응이다. 하지만 캐스팅이 좋은 경우 2차 판권 시장에서 반응도 좋은 편이기에 하루라도 빨리 제작비를 회수하려 한 것이 당연할 것이라는 시각이다.
두 영화에 비하면 큰 기대를 안고 오랜 시간 묵혔다 세상을 빛을 본 '설계자'와 '원더랜드'에 대한 관객 평가는 굴욕스러운 수준이다. 이처럼 한국 영화산업은 호황기였던 팬데믹 이전에 비해 60%가량 밖에 회복하지 못했고, 손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한 영화들이 많아지며 투자받지 못해 영화를 제작하지 못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한 영화 관계자는 "'조금만 기다리면 OTT로 볼 수 있는데 극장 가서 보느냐'는 생각을 가진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며 "과거의 전략과 흥행 공식은 무용지물이 됐고, 중간 영화들이 사라지며 허리가 끊겼다"고 지적했다. 이어 "100만 돌파도 어려운 시대"라며 "극장과 배급사 간 다양한 형태의 마케팅을 시도해 생존을 위한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올해는 예년보다 이른 6월 중순부터 굵직한 기대작들이 극장에 내걸린 상황이다. 지난 21일 하정우 주연의 '하이재킹', 26일 이성민, 이희준 주연의 '핸섬가이즈'가 개봉해 픽사 애니메이션 '인사이드 아웃2'의 뒤를 잇고 있다. 다음 달 3일엔 이제훈, 구교환 주연의 '탈주', 12일엔 이선균, 주지훈 주연의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 31일에는 조정석의 '파일럿'이 관객맞이를 준비 중이다. 전통적인 성수기로 꼽히는 8월 초에도 이선균, 조정석 주연의 '행복의 나라', 전도연 주연의 '리볼버'가 라인업에 올랐다. 이른바 '텐트폴'로 꼽히는 이 영화들이 올여름 성수기 대전 자랑스러운 성적표를 받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