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좋은 타이밍이라더니…" 박진영 믿고 '몰빵'했다가 [진영기의 찐개미 찐투자]

작년 11월 박진영 "지금이 주식 살 타이밍"
이후 실적 부진에 주가도 내리막길

트와이스·스트레이키즈 성장성 '물음표'
증권사 눈높이도 낮아져
사진=한경DB
"진짜 좋은 타이밍입니다. 여윳돈만 있었으면 전 정말 무조건 저희 회사(JYP엔터테인먼트) 주식 삽니다."

박진영 JYP엔터테인먼트(JYP엔터) 창의성총괄책임자(COO)가 지난해 11월 19일 유튜브 채널 '슈카월드'에 출연해 남긴 발언이다. 방송 직전 거래일 JYP엔터는 하루 만에 9.52% 급락하는 등 고점을 찍고 내려오고 있었다. 이에 박 COO는 주가 하락을 중장기 관점에서 저가 매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당시 박 COO는 "1년 뒤를 보는 게 아니라 3년 뒤, 5년 뒤를 보고 사라는 얘기"라고 했다.
지난해 11월 19일 박진영 JYP엔터테인먼트 COO는 유튜브 슈카월드 채널에 출연했다./ 이미지=유튜브 슈카월드 캡처
실제 해당 발언 이후 박 COO는 자사주를 사들였다. 올해 1월 19일과 20일 양일간 박 COO는 50억원을 들여 장내에서 자사주 6만200주를 매수했다. 이에 따라 최대주주인 박 COO 지분율은 15.22%에서 15.37%로 높아졌다. 그렇다면 이후 주가는 반등했을까.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20일부터 현재까지 JYP엔터 주가는 36.54% 하락하며 여전히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박 COO 말을 들은 투자자가 다음 거래일 주식을 매수했다고 가정하면 이만큼 손실을 본 셈이다. 그룹 엑소의 유닛 첸백시와 법적 분쟁 중인 SM엔터테인먼트(-11.26%)보다 낙폭이 크다. 이 기간 하이브는 오히려 6.41% 올랐다. 지난 28일엔 소폭 반등했지만, 그간의 부진을 만회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이 기간 시가총액은 3조2072억원에서 2조360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시총 순위도 코스닥 9위에서 21위로 내려 앉았다. '큰손'들도 JYP엔터를 팔고 떠나고 있다. 해당 기간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JYP엔터 주식을 5171억원, 760억원어치 순매도했다. 개인은 5858억원 순매수하며 이들의 빈자리를 메웠다.
트와이스/ 사진제공=JYP엔터테인먼트
주가의 발목을 잡은 건 실적이다. 작년 4분기와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각각 379억원, 336억원이다. 모두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를 20% 이상 밑돌았다. 국내·외 매출이 늘었지만 1월 신인 걸그룹 비춰(VCHA)가 데뷔하면서 원가 및 판매관리비 등 비용 부담이 작용하며 이익이 줄어든 것으로 파악됐다. 1분기 음반 매출도 전년 동기 대비 24% 줄었다.

2분기 실적 전망도 어둡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가에선 2분기 JYP엔터의 영업이익이 258억원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43.57% 줄어든 수치다. 주요 아티스트 스트레이키즈의 컴백이 2분기에서 3분기로 밀리면서다. 스트레이키즈는 다음 달 19일부터 활동을 재개한다.

JYP엔터 매출에서 비중이 큰 트와이스, 스트레이키즈 이후 JYP엔터를 이끌 저연차 스타가 없는 점도 부담이다. 트와이스는 2015년, 스트레이키즈는 2018년 데뷔했다.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이달 기준 스트레이키즈의 스포티파이 월간 청취자 수는 전년 동월 대비 39.1% 늘었다. 반면 트와이스, 있지(ITZY), 엔믹스(NMIXX)의 청취자 수는 4~16% 줄었다. VCHA, 넥스지(NEXZ) 합산 청취자 수는 68만명으로 경쟁 그룹 대비 저조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임수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JYP엔터에 대해 "이슈 때문에 흔들린 엔터주도 있지만, 결국 주가는 펀더멘털(기초체력)을 따라간다"며 "스트레이키즈와 트와이스의 매출 비중이 높은 상황에서 VCHA, NEXZ, 엔믹스 성과가 모두 부진한 상황"이라고 짚었다. 이어 "당초 스트레이키즈가 2분기와 4분기 활동해 JYP엔터의 실적을 방어할 것으로 봤는데, 컴백 일정이 뒤로 밀린 상황"이라며 "3분기와 4분기 모두 음반을 발매한다고 해도 팬덤의 구매력 등을 고려하면 실적 눈높이는 점차 낮아질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그룹 스트레이키즈 /사진=JYP엔터테인먼트 제공
데뷔 7년 차로 접어든 스트레이키즈의 재계약 문제도 리스크다. 표준계약서에 따라 신인 가수의 전속계약 기간은 데뷔일로부터 최대 7년이다. 8년차가 되기전 아티스트와 회사는 재계약 여부 등을 논의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마찰을 빚는 경우가 많아 업계에선 '마의 7년'이라는 말이 생겼을 정도다.

임 연구원은 "스트레이키즈는 자체 프로듀싱 능력이 있다"며 "JYP엔터보다 협상력에서 우위를 점한 상황"이라고 했다. 유성만 리딩투자증권 연구원도 "재계약 시 수익 배분 측면에서 엔터사가 불리해지는 건 당연한 일"이라며 "보이그룹의 경우 군 복무 문제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스트레이키즈의 리더 방찬은 호주 출신이다. 방찬 다음으로 나이가 많은 멤버 리노는 1998년생으로 만 25세다.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추천을 받으면 만 30세가 되는 해까지 입영을 미룰 수 있다. 다만 그룹 방탄소년단(BTS) 멤버들은 입영 연기 취소원을 제출하며 비슷한 시기에 입대했다. BTS의 맏형 '진'은 지난 12일 전역했다.

주가가 꾸준히 내려오며 고점에 물린 투자자가 많은 점도 부담이다. 주가가 오를만하면 매물이 시장에 풀려 상승세가 꺾일 수 있다. NH투자증권을 통해 JYP엔터에 투자한 2만5751명(지난 26일 기준) 중 10명 중 9명(91.08%)꼴로 손실을 낸 것으로 집계됐고, 이들의 평균 손실률은 23.03%에 달한다.

유 연구원은 "작년 JYP엔터 주가가 상승할 땐 쌓인 매물이 없어 주가가 수월하게 올라갔지만, 지금은 물린 사람이 많아 상승하기 쉽지 않다"며 "JYP엔터의 신인들이 성과를 내며 성장성을 입증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다만 하반기엔 수익성이 개선될 것이란 전망도 있다. 이승준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스트레이키즈 활동이 본격화하며 (커머스 사업을 진행하는 자회사) JYP360의 영업비용이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전망"이라며 "스트레이키즈는 하반기 초대형 월드투어를 계획하고 있어 JYP엔터의 수익성은 높아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