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간 SK 미래 결정…배터리·바이오 분야 구조조정 어떻게 되나

28일 SK 경영전략회의가 열린 경기도 이천 SKMS 연구소. 성상훈 기자
28일 오전 6시 30분 경기도 이천에 있는 SK매니지먼트시스템(SKMS)연구소. 평소 이 시간에 드나드는 사람이 없는 한적한 장소지만, 이날은 고급 골프장 입구를 연상케 했다. 오전 6시부터 제네시스 G90 등 최고급 세단들이 줄을 이어 들어갔기 때문이다. 뒷좌석에 탑승한 이들은 SK㈜,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 SK하이닉스 등 SK 주요그룹의 최고경영자(CEO)들. SK의 미래를 결정할 1박2일 일정의 'SK 경영전략회의'는 이렇게 시작했다.

○배터리·바이오 분야 구조조정안이 관건


연구소는 전날부터 바쁘게 움직였다. 회의를 주재하는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과 최재원 SK이노베이션 수석부회장은 전날 밤 11시께 미리 SKMS에 도착해 회의 안건을 미리 살펴본 것으로 알려졌다. 회의 시간은 오전 8시였지만, 계열사 CEO와 임직원 40여명은 오전 6~7시에 SKMS연구소에 도착했다. 그만큼 긴장감이 높았다는 얘기다. 차량 안내 도우미와 보안 직원 등이 보안을 위해 꼼꼼히 참석자를 살폈다. 이날 SKMS연구소에는 주요 계열사 CEO와 임직원은 물론 최 회장의 장녀인 최윤정 SK바이오팜 사업개발본부장도 참석했다. 바이오 산업 혁신안 등에 대해 의견을 내기 위해서다.

회의는 각 현안과 직접 연관이 CEO들끼리 따로 모여 집중 토론하는 식으로 진행됐다. 다만 모든 소그룹 토론의 공통 주제는 SK의 무게중심을 'BBC'(배터리·바이오·반도체)'에서 'ABC(인공지능·배터리·반도체)'로 전환하는 것이었다. 바이오가 있던 자리를 AI로 대체하는 것이다.

당장 돈이 안되는 바이오와 수소, 친환경 사업은 무리한 확장보다는 중복 자산 매각, 운영 효율화에 논의의 방점을 뒀다. AI와 반도체 분야는 반대로 투자 확대 방안을 협의했다. SK그룹 관계자는 "사상 최대 금액으로 투자를 할 예정인데, 이를 위해 어떻게 돈을 마련할지 경영진의 고민이 깊다"고 말했다. 배터리 분야는 SK는 SK온의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윤활유 생산회사인 SK엔무브와의 합병,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과 SK E&S와의 합병 등을 논의했다. 배터리용 분리막을 생산하는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 지분은 이미 시장에 나왔다.

○"AI 투자 안하면 못살아남는다"


AI 투자 확대 방안 역시 주요 의제다. AI는 특히 최 회장의 의중이 많이 반영되고 있다. 최 의장은 이번 회의 직전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CEO와 샘 올트먼 오픈AI CEO를 잇따라 만나 AI 협력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CEO들은 기존 사업과 AI의 접목 방안, 글로벌 AI 빅테크 기업과의 협업 방식 등을 가다듬었다.

최 의장은 이번 위기를 기회로 삼아 느슨해진 조직 문화를 바꾸는 작업에도 나섰다. 자율 좌석제와 유연 근무제, 주 4일제 폐지 등도 이번 회의에서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직 문화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 이날 SKMS 연구소에 들어선 모든 CEO들의 차량이 G90, 카니발 등 국산차로 바뀐 것도 그런 것중 하나다. 작년만 해도 상당수 CEO들은 벤츠 마이바흐 등 최고급 수입차를 탔었다.

업계 관계자는 "작년말 취임한 최 의장이 일부 대표들의 방만한 소비를 질타한 뒤 차량이 싹 바뀌었다"며 "수시 인사 등을 통해 최 의장의 SK그룹 장악력이 그만큼 높아진 걸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업계에선 이번 경영전략회의 이후 대대적인 인사·조직 개편이 있을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경영전략회의에서 결정한 경영방침은 각 계열사 이사회를 통해 구체화된다.

이천=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