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다빈치·아인슈타인·에디슨의 공통점은 난독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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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루스트와 오징어프랑스 소설가 마르셀 프루스트와 오징어는 어떤 연관이 있을까. 세계적인 인지신경학자이자 아동발달학자인 매리언 울프 미국 UCLA 교수가 쓴 <프루스트와 오징어>는 제목부터 상상력을 자극한다. 2009년 <책 읽는 뇌>로 국내 출간됐다 절판된 책이다. 최근 원제를 살려 다시 나왔다.
매리언 울프 지음 / 이희수 옮김
어크로스 / 456쪽|1만9800원
“독서는 선천적인 능력이 아니다.” 저자는 이렇게 선언한다. 이어 “인류가 독서를 발명해 낸 것은 불과 수천 년 전이다. 그 발명품을 통해 인간은 뇌 조직을 재편성했고 그렇게 재편성된 뇌는 인간의 사고 능력을 확장했으며 그것이 결국 인지 발달을 바꿔놓았다”고 했다.‘읽는 능력’은 후천적으로 습득해야 하는 능력이다. 책은 인간이 처음 글을 읽게 된 역사를 짚는다. 수메르, 이집트 문명에서 인류 최초의 문자가 만들어졌고, 고대 그리스에서 알파벳이 탄생하면서 지적 사고 발달을 촉진했다.
그 과정에서 인류의 뇌도 바뀌었다. 뇌가 스스로 신경회로를 바꾸는 ‘뇌의 가소성’ 덕분이다. 글을 읽을 때 서로 연결된 부분이 다 같이 자극받는다. 이렇게 독서 회로가 형성되고 변화하면서 읽기가 가능해진다. 저자는 “독서를 지속하느냐 아니냐에 따라 이 독서 회로가 확장되기도 하고 축소되기도 한다”고 말한다.
책에서 또 하나 중요하게 다루는 주제는 난독증이다. 난독증은 독서 회로의 연결이 일반적이지 않을 때 발생한다. 이런 남다른 회로 연결이 창조성을 극도로 발현되는 결과로 이어지기도 한다. 레오나르도 다빈치,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토머스 에디슨이 그랬다.저자는 난독증 연구를 ‘빠른 속도로 헤엄치지 못하는 새끼 오징어를 연구하는 것’에 비유한다. 그 오징어가 헤엄을 잘 치기 위해 필요한 것과 다른 오징어처럼 헤엄치지 않아도 죽지 않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독특한 재능에 대해 알 수 있다는 것이다. “난독증 연구의 진정한 의미는 어떤 아이든 잠재력이 헛되이 낭비되지 않도록 해주는 데 있다”고 강조한다.
제목의 ‘프루스트’는 독서의 지적 세계를, ‘오징어’는 뇌의 가소성을 상징한다. 자유자재로 모습을 바꿀 수 있는 오징어처럼 인간의 뇌도 독서하면서 바뀌고, 이를 통해 지적 세계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책은 활자보다는 영상을, 읽기보다는 보기를 선호하는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면서 읽는 능력을 잃어버린 이들에게 ‘읽는 뇌’의 힘을 알려준다.
이금아 기자 shinebijou@hankyung.com